300만 구독자 ASMR 너튜버, 생방 중에 읽고 있던 로판의 시녀1로 빙의해 버렸다! 그것도 불면증 때문에 여자와 지칠 때까지 살을 맞대어 잠을 청하고 수틀리면 아무나 죽여 버리는 희대의 폭군이 나오는 로판으로…! 그런데 왜 하필. ‘빙의한 게 그 폭군의 밤시중 시녀냐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된 거 폭풍 ASMR로 폭군의 불면증을 치료해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점수를 따 놔야지. 그런데…. “그리고 무엇보다 언젠가 불면증이 나으시면 전 이 황궁을 떠날 거구요.” “…….” “그렇죠, 폐하?” 어라, 왜 대답이 안 들리지. “…가지 마.” 이 대형견은 또 누구고. “그냥, 얌전히 이곳에, 내 울타리 안에 있어. 만약 멋대로 울타리를 벗어나려 한다면….” 그는 미소 지었다. “그때는 나도 널 어떻게 할지 몰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재운 것뿐이었는데 뭔가 단단히 꼬여버렸다. 과연 그녀는 불면증 폭군(?)에게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최애 서브 남주 리온이 등장하는 로판으로 트럭 환생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바로 그와 결혼해 죽임당하는 악녀 아델라이데 폰 도른베르거로. 기껏 맞이한 인생 2회차, 허망하게 죽을 수는 없으니 엮이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발전 하나 없는 멍청한 놈!” 최애가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참지 못하고 말았다. 아, 몰라, 됐어! 언젠가 죽어도 좋으니까 일단 우리 애부터 구해!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져서.” 쓰레기 부모를 책가방으로 격퇴하고. “앞으로 다신 친한 척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학교 폭력을 가하는 무리들에게서 구해 주고. “괜찮아. 네 눈, 저주 없잖아.” 근거 없는 미신으로 바닥을 치던 자존감도 올려 줬다. 최애의 행복한 삶을 위한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나이스 타이밍에 이혼해 주는 일뿐. 그렇게 이혼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가짜 불륜 상대까지 만들었는데. 부우우욱. 이혼 서류가 반으로 갈라졌다. “괜찮아. 정부를 두는 건.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리온은 싱긋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혼은. 안 된다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 몰랐다. 알지 못했다. 아델은 리온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가짜 연애인 건 어떻게 알았냐고? 당연히 알지. 내가 설마 아델 마음을 모르겠어.” 머리카락 사이로 뜨거운 손끝이 와 닿았다. “아델이 자꾸 도망치려고 하니까 이렇게라도 묶어 놔야지.” 리온은 아델의 머리카락을 가져와 그 위에 입을 맞추고는 당연하다는 듯 낮게 속삭였다. “안 그래?” 리온은 형형한 집착이 서린 음성으로 그렇게 재차 물었다.
사랑 따위 없는 결혼이었다. 무너져가는 가문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팔려 가듯 도착한 영지, 아이펠은 내게 편안한 집이 되어주었다. 남편, 지크프리트는 내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랬던 영지를 내 손으로 망가트렸다. 그랬던 남편을 내 손으로 죽였다. 그 죗값을 치르는 날, 목만 남은 나를 향해 언니는 웃었다. ‘고마워, 날 위해 죽어 줘서.’ 모든 게 언니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지옥에 떨어져 있을 테니까. 이제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 테니까. 분명 그럴 터였는데. 과거로 돌아와 버렸다. 지크프리트와 결혼해 아이펠로 떠나는 그날로. 그러니 그를 구해야 했다. 나의 가문, 리샤르의 족적을 그에게서 완전히 지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사할 것이다. 내가 없는, 자유로운 삶을. 그런데 어째서일까. “제발 부탁입니다.” 이번 생에는 차갑기만 했던 그가 갑자기 내게 매달려왔다. “……떠나지 말아요.” 세상을 잃은 듯한 얼굴로. <2023 지상최대공모전 로판 부문 우수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