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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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3.75
전남편의 집착을 거절하는 법

첫사랑이었던 남편을 구하는 대가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죽음을 맞이해서야 미련스럽게 잡고 있던 연심을 후련히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눈을 뜨니 다른 사람 몸에 들어와 있는 걸까? 심지어 책빙의를 했네? 그런데 왜 전생의 남편이 이곳에 있는 거지? 그것도 여주에게 집착하다가 종내엔 메인 남주인 황태자를 반역하게 될 서브남 S급 에스퍼가 그라고? 거기다 왜 나까지 가이드 능력이 다시 발현된 거야? ……아, 몰라. 사별했으면 이혼이나 마찬가지지, 뭐. * * * “내 아내의 가이딩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어?” 어째서 당신이 나를 기억하는 걸까. 왜 여주가 아닌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그런, 집착과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당신, 그런 남자 아니었잖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나를 주시하며 유유히 다가왔다.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모는 것처럼 느릿느릿하면서도 우아했지만, 갈증과 허기짐이 묻어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커다란 손이 파르르 떨면서 턱부터 감쌌고 엄지로 다소 거칠게 내 입술을 문질렀다. 익숙한 행위에 길들여진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가이딩을 받아 갈 때 꽤나 거친 편이었다. 희열이 가득한 그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하아…….” 맨살이 닿아 절로 가이딩이 실행되자, 그는 짙고 묵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뜨겁고 진득한 숨결이 내 눈가와 입술에 척척하게 달라붙었다. 뜨거운 손이 등허리에 닿았고 이내 내 몸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와 완전히 밀착한 나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짙푸른 눈동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시선을 옭아맸다. 코끝이 닿는 거리에서 그가 입술을 붙일 것처럼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면서 읊조렸다. “한참 찾았잖아, 여보.”

계약 결혼인데 각인했다
4.0 (1)

“계약 결혼을 이행하겠습니까?” 오메가이자 로즈우드 백작가의 사생아, 멜리사. 유일한 제 편이자 가족인 어머니가 죽었다. “……여긴 백작님의 장례식장이 아닙니다.” “페로몬이 너무 옅어서 확실하지 않았는데, 오메가가 맞았군요.” 가문을 위해 희생하라며 늙은 후작의 후처로 가야 할 처지에 놓인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를 건넨 이안을 찾아가게 된다. “계약 조항은 아주 간단합니다. 후계자가 될 재목을 갖춘 알파를 낳아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계약 결혼은 달콤한 독주와도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먹으리란 걸 알면서도 달콤함에 중독되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깟 각인
3.5 (1)

“드릴 말씀이 있어요.”렉시온은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때도 저런 표정으로 똑같은 말을 했었다.“듣고 싶지 않아.”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을 거부했지만, 담담한 말이 조용한 공간을 울렸다.“우리 이혼해요.”“…….”렉시온은 큰 충격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녀만 응시했다. “그리고 마리를 제가 고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처리해 주면 좋겠어요.”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은 두고 간다면서 고용인은 데려간다는 말에 배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아니, 격한 질투심을 느꼈다. “……안 되겠는데?”이를 악문 듯 억눌린 목소리에 로즈슈네는 당황해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도 이혼을 바랄 줄 알았으니까.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시리게 푸른 눈동자가 날카롭게 부딪혔다. 잠시간 말없이 직시하던 그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와 허리를 감쌌다. 갈증으로 메마른 푸른 안광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빛났다.“놓아주면…….”잠시 말끝을 흐리던 그가 이어 말했다. 잔뜩 분노가 실린 음성으로.“어떤 알파한테 가려고? 그 꼴을 내가 두고 볼 것 같나?”그는 두 팔로 그녀를 구속하듯이 감싼 뒤에 읊조렸다.“넌 내 오메가야. 영원히.”이내 옭아매듯이 끌어당긴 그가 거칠게 입을 맞췄다. 건조한 입술이 다급하게 벌어지며 갈급하게 제 욕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감금됐다면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예지력을 지닌 신비의 일족, 분홍 토끼족. 어느 날, 오지에서 평화롭게 살던 그들을 황금 사자족이 납치해 간다.그 참혹한 현장을 뒤늦게 알아차린 루비는 일족을 구하기 위해 검은 늑대족을 찾아가는데…….* * *검은 늑대족의 수장, 이반.일족 모두에게 존경받는 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젠장!”그는 오늘도 밤마다 나타나 괴롭히는 것을 피해 뒷산으로 달아나고 있었다.당황으로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던 이반이 순간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물컹한 것을 밟아 버렸다. “윽!”균형을 잃은 것도 잠시, 민첩한 순발력과 낙법 덕분에 다치지 않고 착지에 성공했지만, 결국 그를 괴롭히던 존재들에게 잡히고 말았다.“꺼져, 다가오지마!”누구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강제로 절정에 이르기 직전, 붉은 눈을 가진 무언가가 그를 향해 빠르게 기어 오는 것이 보였다.“이건 또 뭐야!”산발이 된 머리카락, 붉은 눈동자의 루비를 보고 기겁한 이반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나무에 막혀서 피할 수가 없었다. 덥석.“미친, 안 놔?”기겁해서 굳어버린 이반과 다르게 루비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당근을 바라보며 힘차게 외쳤다.“맛있는 당근, 잘 먹겠습니다!”앙-.“아아악!”“헤헤, 당근…….”처절한 비명과 만족스러운 단말마가 한데 어우러졌다. #영능력으로는 먼치킨 여주 #하지만 작고 귀엽고 당돌한 #본능에 솔직한 여주 #일처다부제 분홍 토끼족 #세상에서 당근이 제일 좋아 #피지컬로는 최강 남주 #하지만 귀신이 너무 무섭고 #어쩌다 토끼를 주워 버렸는데 #꽤 귀엽다 #평생 한 명의 반려만 바라보는 검은 늑대족 #세상에서 루비가 제일 좋다

악역을 포기하니 집착이 시작되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른 후 처형당한 레아. 과거로 돌아온 그녀는 이번 생은 오직 ‘그’만을 위해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속죄를 위해서라면 제가 가진 것을 모조리 꺼내 바칠 수 있었다. 돈, 지위, 가이딩 능력. 심지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도……. * * * 한계에 몰린 그녀의 머릿속에 사라진 과거부터 현재의 일까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꾹꾹 누르고 있던 죄책감과 괴로움이 둑이 무너지듯 터져 버렸다. “죄송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면서 그녀는 무작정 빌었다. “무엇을?”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도 칼릭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단단히 다물렸던 입매가 느슨하게 풀렸다. “전, 전부 다요.” 그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까지 포함하여 전부 다. “아니지, 레아.” 칼릭스가 그녀의 말을 부정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마치 그의 모습은 사냥감을 몰이하는 듯 신중했다. “너의 잘못은.” 말을 건네며 그녀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는 잘게 떠는 둥근 어깨에 손이 닿기 무섭게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동안 네 정체를 숨겼다는 거야.” 제 품에 레아가 들어온 후에야 나른한 웃음을 흘린 그는 독점욕과 희열로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망치느라 오랜 시간 달리는 바람에 체력의 한계가 찾아온 레아는 사나운 분위기에 눌려 저도 모르게 여우 귀의 변신을 풀고 말았다. “감히 괘씸하게도, 원래부터 내 것이었으면서.” 그가 손끝으로 레아의 여우 귀를 어루만지며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목줄의 펜던트를 짙게 응시했다.  그가 이 여우의 주인이라는 증표의 펜던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