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영은 깨달았다. 제 쪽으로 허리를 숙인 남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그와 이곳에서 만났었다던 것을. 휘는 알고 싶었다. 저 여자가 자신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운명의 옆자리에 뚝 떨어진 여자, 문단영 운명을 찾아 헤매는 남자, 이휘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운명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역리: 운명이 머무는 자리》 * * * ‘정말, 본 적 없어요? 우리?’ ‘음… 그런 것, 같은데요.’ ‘…실례했습니다.’ 그 남자의 손길이 닿았던 손목엔 홧홧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자 다시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단영은 괜히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재영이 단영을 힐끗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넌 본 적 정말 없어?” “없는 거 같은데.” 절대 잊을 수 없지, 그런 얼굴은. 뒷말을 꾹 삼킨 단영이 다시 그 눈빛을 떠올렸다. 왠지 익숙한 눈빛으로 느껴지는 건 단지 착각일 거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