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엔 제가 미안해하며 살게요, 폐하. 루드베키아 폰 세느베르 록칸. 반정으로 황위에 오른 록칸 제국의 새 황제, 베네딕토와 혼인한 그녀는 황후가 된 지 한 달 만에 독에 당하고 만다. 온몸이 굳어 시체와 다름없는 삶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도, 이틀에 한 번 찾아오는 친구 아이린도, 매일 찾아오는 남편 베네딕토도 귀찮아진 지 오래. 루드베키아는 누구보다 자신이 영면하길 바랐고, 다행히 바라던 대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영원히 눈을 감았어야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가 반정을 일으키기 전으로 돌아왔다. * * * “전하.” 루드베키아는 스물여섯의 베네딕토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과거의 나는 당신이 내가 구한 걸 안다는 것도, 그때부터 날 마음에 담았단 것도 몰랐다. 표정이 흉흉한 이 순간에도 당신은 날 좋아하고 있겠지. 그러나 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순 없었기에. “전하가 위험하지 않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더는 제게 미안해하지 않는 삶을 사세요. “무사히, 좋은 짝도 만나고 황손도 키우셔야죠.” 이번 생엔 제가 미안해하며 살게요, 폐하.
“제가 황후이자 공작이 되려고 합니다.” 2개월짜리 황후, 디애나가 반란을 일으킨 시동생에게 납치되었다 구해졌다. 배 속엔 아이를 품은 채였다. 하지만 시동생과 스캔들에 휩싸인 디애나는 머지않아 유산하고 만다. “네가 밴 애가 내 애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지 않았다면 거짓이지. 그런데 그게 뭐? 그 애가 내 애길 누구보다 바랐던 게 나다! 나라고!” 황제, 리히트는 그녀를 할퀴었다. 동시에 간절히 붙잡았다. “내 애가 아니어도 키울 생각이었어.” 죽고만 싶었던 디애나는 리히트의 품에서 다시 살아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반란에 일조했던 친정이 엉망이 되면서 아버지가 그녀를 찾아왔다. 문제의 그날, 디애나는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다. * * * 기막힌 죽음을 신께서도 가엾게 여기신 것인지. 눈을 뜬 디애나는 납치 한 달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와 마주했다. 구렁텅이에 빠진 제 밑바닥을 본 남자이자, 아내 가문의 멸족을 무마해 준 남편, 그리고 잃어버린 제 아이의 아빠. 디애나는 그들에게 벌어질 불행을 막고자, 반란의 원흉인 친정을 끊어 내기로 한다. “제가 황후이자 공작이 되려고 합니다.” 친정의 작위 쟁탈, 그것이 두 번째 생의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