늴리리야
늴리리야
평균평점
간헐적 파트너

“우시우 씨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요.”“저분 앞에서 보란 듯이, 최선을 다해서 매달려 볼게요. 지하윤 씨가 우리 회사에 와 주시기만 한다면.”경쟁 업체 대표의 끈질긴 스카우트 제안에 조건이나 들어보자 싶어 가볍게 나간 약속 장소. 그곳에서 자신의 의붓형제인 보미와 바람을 피우는 남자 친구의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다.아무렇지 않은 척 이별 통보를 날렸지만 떨리는 손은 숨길 수 없었다. 한시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순간 묵직한 저음이 들렸다.“이 새끼 바람피우는 거까지 봤잖아. 이런 덜떨어진 인간한테 아까운 시간 쓰지 말고 그냥 나한테 오라고.”하윤은 차분한 얼굴로 시우에게 잡혀 옴짝달싹 못 하는 한심한 건우를 쳐다보며 속삭였다.“겨울에 호떡 하나 사 먹는 것도 벌벌 떨던 놈이 이런 데서 밥도 다 사 먹고. 이건우 많이 컸다.” 우시우의 도움으로 구남친에게 화끈하게 복수를 하고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너 가 왜 거기서 나와? 이제는 인생에서 사라질 줄 알았던 보미를 보며 하윤은 체념한다. 항상 보미는 자신의 것을 모두 뺏어가는 사람이었으니까.하지만 우시우만큼은 뺏기고 싶지 않다. 본업 천재 프로그래머 외강내유녀, 알고 보니 계략남 대표와 사내 연애 중? ‘정시 퇴근’을 추구하는 화끈한 오피스 로맨스!

사랑하고 혐오하는 너에게

그 어린 나이에도 인형이 서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뽀얗고 예쁘고 표정 없는 인형. 말도 못 하고 웃지도 울지도 않고 가끔 눈동자만 도로록 굴리는 인형. 내 눈을 똑바로 볼 수조차 없는 너는 어쩌면 마녀가 아니었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지독한 저주에 걸릴 리가 없을 테니까. 한 사람만 이토록 원한다는 게 맞는 건가. 우진은 혀를 뒤집어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쓸어내렸다. 목이 바싹 마르고 갈증이 났다. 나만 이러는 건 불공평하다고 여기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이 괴로운 갈증을 도미와 나누고 싶지 않았다. 너만 보면 그래, 내가. 널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져. *** “네가 하라는 거 다 할게. 죽으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할게.” “불공평한데.” 우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다. “난 네가 죽으라면 진짜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나직한 목소리가 도미에게만 속삭이는 것처럼 낮게 울렸다. “넌 시늉밖에 못 해?” 비웃는 입술에서 흘러나온 힘 빠진 저음이 따지듯이 묻는다. 도미의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작게 오소소 돋았다. 맞아. 난 시늉밖에 못 해. 널 미치게 사랑해도, 죽을 수는 없어.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니까. 이게, 너와 나의 차이지. 노력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이우진. 서도미의 하나뿐인 가족, 서나래의 사랑까지 독차지하는 이우진. 그런 그가 원하는 단 한 명, 서도미. 지독하게 얽힌 사랑의 족쇄에서는 어느 누가 망가지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 내 전부를 빼앗을 수가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어떻게……!” “그래서 내가 떠나는 거야.”

이혼했지만 사랑해 줘

“법적으로 남편이긴 하지만, 저희는 계약서를 쓴 사이입니다.” “사모님 축하합니다. 4주 되셨어요.” 사랑 없는 결혼이었지만 아내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믿었다. 처음과 다른 도훈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꼈으니까. 어쩌면 아이의 존재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평생 원했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소망을 부풀었던 것도 잠시. “이혼하자고, 우리.” “이해가 잘…….” “설마, 진짜 사랑이라도 바란 건 아니겠지?” 꿈꿔 왔던 행복하고 평범한 가족의 모습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도훈을 사랑하기에 맡게 된 호텔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끝낸 날 그가 가장 염원했던 순간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주었다. 그의 아이를 가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