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을 위한 왈츠> “세 박자를 이기려면 세 박자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저주를 풀려면, 저주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요.”(--- 본문 중에서) 2005년 중앙 신인문학상에『검은 불가사리』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윤이형의 첫번째 소설집. 등단작 『검은 불가사리』 와 지난 2년간 발표한 작품 중 평단의 호평을 받은 대표작들을 묶어 두었다. 『검은 불가사리』는 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당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일종의 알레고리 소설로 평가받았다. 환각의 상태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살해한 한 여자가 재판 판결에 참고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화자의 눈 속에 파고든 별 모양의 불가사리와 그것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는 작은 병정들은 예술가적 자의식과 일상적 삶에 연관된 타자들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윤이형의 작품들은 차분하면서도 깊이있는 시선으로 상처입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해내었다. 별 모양의 불가사리가 눈 속에 파고드는 육체적인 고통으로 형상화된 삶의 불안(『검은 불가사리』)외에도 3에 대한 혐오로 드러나는 불행한 가족사와 그로 인해 겪는 자기 정체성의 훼절(『셋을 위한 왈츠』)등 그녀의 작품에서는 인간 존재의 심연을 다룬다.
<러브 레플리카>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 시간을 되감는 일은 어둠이 선사하는 환상 속에서나 가능하며 우리는 어떤 곳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윤이형이 변신중인 듯하다. 이 우주와 다른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로 우회하였던 그가 지구의 중력 속을 걷고 있다. (……) 이 소설에서 마침내 가장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날카롭고 무거운 관계들과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둡고 뜨거운 눈물이다. _ 백지은(문학평론가) 윤이형 소설의 자장에 가해진 ‘지금 여기’라는 중력 국내 굴지의 문학상 후보로 거듭 거론되며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소설가 윤이형의 세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가 출간되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꼼꼼하게 응시하면서 그 치유의 대화적 지평”(우찬제)을 모색한 『셋을 위한 왈츠』(2007), “견고한 현실의 장벽에 대응하여 환상의 공간을 한껏 확장시키는 모험의 서사”(백지연)를 펼친 『큰 늑대 파랑』(2011) 이후 꼭 5년 만에 묶어낸 단편들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총 8편의 수록작 중에는,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쿤의 여행」, 제6회 젊은작가상과 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루카」 등 일찍이 그 탁월함을 인정받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간 짧지 않은 공백기를 거치며, 윤이형의 집요한 시선은 ‘지금 여기’에 맺히게 된 듯하다. 언제부턴가 윤이형 소설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던 SF적 상상력은 이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도저한 사유의 실마리로서 삽입된다. 그리고 작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포착되는 미묘한 순간들, 인간 내면의 사소한 변화들을 따라가보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자들은 윤이형의 소설을 읽고자 마음먹을 때면 기상천외하고도 잔혹한 ‘윤이형 월드’로 튕겨나가기 전에 저도 모르게 정신의 안전벨트부터 채웠을 터. 그런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저공비행하는 윤이형의 이번 소설집은 또다른 의미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이번 소설집에서 윤이형이 앞으로의 작가 인생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근작들의 빛나는 성과와, ‘윤이형 소설이 달라졌고 더 깊어졌다’는 문단의 술렁임을 목도하고 있으니, 이 추측에 좀더 힘을 실어 이야기해도 좋을 듯하다. 『러브 레플리카』는 오랜 공백을 깨고 등장한 윤이형의 새로운 행보, 그 시작을 수록하고 증거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우리는 서로 같을 수 없고 어떤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다 윤이형 소설만이 복제해내는 그 기이한 온기 윤이형은 곳곳에 묻혀 있던 어떤 해명되지 않는 순간들을 느닷없이 건져올리고는 그것을 철저히 사수하는 방식을 통해 그 순간들이 정말 부질없기만 했는지를 묻는다. 어떤 순간들은 왜 이렇게까지 보존되어 우리에게 전해질까. 잘 모르겠는 그 순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을 때 밀려오는 슬픔과 그럼에도 “어떤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 계속해서 살아갈 때 다져지는 안심이 공존하는 기이한 정서를, 윤이형의 소설은 왜 자꾸 남길까. 이 부정교합의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_ 양경언 해설, 「가망 없는 세계의 사랑」 표제작 「러브 레플리카」는 수록작들 중에서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고도에 위치해 있다. 소설은 자신에게 이는 혐오감을 혼자 견디기 버거웠던 거식증 환자 ‘이연’과, 그녀가 고백한 상처에 몰입한 나머지 그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복제하기에 이르는 허언증 환자 ‘경’ 사이의 일을 그린다. 굳게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준 뒤 그 사람의 옆얼굴을 올려다본 순간 그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눈치챘을 때의 당혹감, 들여다보면 볼수록 내가 알던 그 얼굴이 점점 나 자신의 얼굴로 굳어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을 때 엄습하는 불안감이 소설을 읽는 우리를 지배한다. 작품의 말미에 이르면 나 또한 누군가의 복제품(replica)이 아닌지 의심되고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며, 믿을 수 없는 것들투성이 속에서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그 어지럽고 몽롱한 감각은 이번 소설집의 곳곳에서 다시금 전달된다. 「대니」는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인 ‘대니’가 홀로 힘겹게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에게 갖게 된 아름다운 감정의 기원을 서서히 밝혀내면서 그 감정이 사용자의 불순한 개입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회수하지 않는다. 「굿바이」는 육체가 안겨주는 치욕을 감당하면서도 생을 이어나가려는 한 임신부와, 생보다 숭고하게 여기는 이상을 좇기 위해 본래의 육체를 되찾을 길을 단칼에 끊어버리는 기계인간을 대비시키면서 둘 중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핍」에서는 어른이라는 존재가 불시에 말소된 세계, 가상이라고 하기에는 세부적인 것마저 너무나 현실적인 어떤 세계 위에서 방황하는 십대 소년 ‘핍’을 지켜보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세계의 정체에 대해 확언해주지 않는다. 이렇듯 소설의 첫머리에서 시작된 의문은 소설이 끝나도록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윤이형이 그간 드러내왔던 비관적 세계관을 떠올려보면 그다운 결말이라 하겠다. 처음에 작중인물들은 그 의문들에 대해 고뇌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내보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그 무정한 세계 속에 살고 있으며, 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끝내 인정하고 만다. 「캠프 루비에 있었다」에서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린’은 행성 개발사업에 고용돼 별의 원래 주인을 몰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모르겠어. 당신들이 왜 사라지면 안 되는 건지. 사람들이 왜 당신들이 사라지길 바라는지. 왜 그 일을 그만두지 않는지. 당신들이 왜 그걸 추하다고 여기는지. 그리고 그러면서 왜 결국 사라지려고 하는 건지”라고 고백하지 않는가. 「엘로」에서 타인의 희생을 통해서만 마법의 힘을 되찾을 수 있는 얼치기 마법사 ‘마르한’은 끝내 마법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평범한 인간으로 살기로 결심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체념 섞인 인정으로부터 비로소 기이한 온기가 피어오른다. “괜찮아요, 자라지 않아도”(「쿤의 여행」), “어떤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고 어떤 일들은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으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살 수 없다. 그저, 그럴 수 없다”(「루카」)와 같은 문장들 또한 보여주듯이 말이다. 윤이형은 그의 첫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보다 열심히 살지만 자꾸만 외롭고 자꾸만 행복하지 않은 당신들을 위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쓰고 싶다.” 그래서일까. 남겨진 그 의문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때때로 느끼는 의아함과도 닮아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집에서 감지되는 그 기이한 온기는,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세계에는 ‘가망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윤이형의 시선이 품고 있는 온도와 일치하는 것이리라. 그것은 오후의 강한 햇빛의 온도도 아니고, 반대로 한밤의 싸늘한 온도도 아니다. 저녁 무렵, 주변이 어두워지면서부터 슬슬 빛을 내기 시작하는 거리의 네온사인 만큼의 온기다. 그 세련되고 은은한 불빛과 윤이형 소설은 닮아 있다. 이것이 첫 소설집을 출간할 때부터 작가가 그려왔던 또하나의 윤이형 소설세계인지도 모른다. “윤이형은 상처와 불안과 결핍을 보고 반영하고 보듬는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다. 그는 안일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그가 보는 것들을 성큼, 건너뛰지도 않는다. 예민한 감성과 남다른 통찰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형식의 진부함을 넘어서려는 젊은 작가다운 모색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로서 그의 내적 성장과 형식적 확장을 따라가는 일이 즐겁다.” _ 박범신
<설랑> 윤이형 첫 로맨스 소설! 늑대인간과 인간, 서로가 서로의 팬인 두 작가,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후 SF, 판타지 등 장르서사의 문법을 도입한 개성 있는 작품으로 출구 없는 세계의 불안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 윤이형. 그의 신작 소설 『설랑(說狼)』이 나무옆의자 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열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장르문학의 상상력을 보여주되 지금 현재와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부터 동떨어진 적 없는 탄탄한 사유가 뒷받침된 그의 작품들은 한국문학의 흔치 않은 성취로 평가되며, 온전히 해명되지 않는 난폭한 세계에서 불완전하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포착하는 섬세하고 예민한 시선은 윤이형의 세계를 대표하는 특징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런 그가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로맨스소설이자 장편 분량(640매)으로 쓴 첫 번째 소설에서 어떤 이야기와 얼마만큼의 감정의 진폭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할 터, 『설랑』은 윤이형이라는 세계의 인장이 또렷하게 새겨진 소설이면서 그동안 작가로서 보여주지 않았던 지점까지도 과감하게 나아간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큰 늑대 파랑>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윤이형이 4년 만에 발표한 두번째 소설집. 2000년대 첫 10년의 후반기에 가장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친 작가로 꼽히기에 손색없을 만큼 끊임없이 문단의 호출을 받았던 그의 이번 책은 지난 4년 동안 발표했던 작품 중 절반 정도만 엄선하여 꾸려진 웰메이드 소설집이라 할 만하다. 장르적 문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 꿈과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던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가상의 공간, SF적 요소, 컴퓨터 프로그램, 좀비나 싸이보그 등 장르적 문법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본격 장르서사의 변주라 할 만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래적이고 묵시록적인 어조로 무장된 7편의 단편들은 그러나 황당무계한 가상을 떠도는 대신 지금 현대의 어두운 현실에 견고하게 발딛고 있는 능숙한 알레고리이다.
<개인적 기억> 스스로를 무력한 개인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제9권 『개인적 기억』.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 분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윤이형 작가의 이번 소설은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어머니 장례식 후 보르헤스의 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를 필사하는 것으로 촉발된 주인공의 기억 여정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섬세하면서도 치열한 싸움의 과정을 그려 보인다. 이를 통해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적 기억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다. 2058년 어느 날,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상심에 잠긴 ‘나’(지율). 과거에 과잉기억증후군으로 고통 받았지만 현재는 기억을 통제하는 훈련과 약을 통해 평범한 기억력을 갖게 된 그는 문득 ‘책을 읽는’ 행위가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집에는 책이 한 권도 없어 그는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한 권의 책, 보르헤스의 소설집 《픽션들》 중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를 떠올리고 기어에 의존해 한 자 한 자 컴퓨터 화면에 받아 적기로 한다. 20년 전 어느 날 기억 속 ‘그녀’(은유)가 읽어준 이 소설은 글자가 아닌 소리로서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 지율은 오로지 기억 속 목소리에 의존해 수일에 걸쳐 문장들을 적어 내려가고, 작품 속에 실제로 그러한 문장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던 그는 책을 구해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그 소설의 원본 텍스트를 천천히 대조한다. 몇 시간에 걸친 대조 작업을 마친 그의 머릿속에 열한 자리 전화번호가 떠오르고, 지율은 어쩐지 은유가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히며 회상에 잠기는데…….
<작은마음동호회> 2019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윤이형 신작 소설집 오직 자신에게만 들리는 아우성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를 외롭지 않도록 이어주는 고통과 환상의 연대 201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윤이형의 네번째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가 출간되었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6월까지 발표된 11편의 단편이 묶인 이 책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현실적인 윤이형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두 장점, 즉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명민한 통찰력과,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한계 없는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결합해 흥미롭고도 깊이 있는 소설을 완성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를 조망하는 윤이형의 예리한 시선은 현실을 가득 채운 복잡미묘한 쟁점들을 관통한다. 일상에서 감내해야 하는 사적이지만 끈질긴 고민부터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의 문제까지, 작가는 지금 우리의 내면을 가장 뜨겁게 울리는 아우성에 귀기울여 정확하게 기록한다. 파고들수록 불편하고 혼란스러워 멈춰두고 싶었을 사유들을 끝까지 밀고 나간 동력은 무엇일까. 작가는 한때 함께했던 이들이 갈라서는 과정을 반복해서 지켜보며, 앞으로 시도될 새로운 연대가 더 멀리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묶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또 한번 변화한 윤이형 소설에서,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오롯이 이해받을 수 없다는 공통의 비극에서 출발한 갈등과 화해의 가능성이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로 변주된다.
<대니> 기계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SF적 상상력 72살의 할머니 ‘나’는 올드타운에서 산책을 다니고 노인복지센터에서 마련해준 일을 소일거리 삼아 유유자적 살아왔으나, 복직해야 하는 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6개월 된 아기를 맡게 된다. 행복한 고역에 지쳐가던 ‘나’는 어느 날 놀이터에서 ‘대니’를 만난다. 스물네 살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한 돌보미형 로봇인 대니는 ‘나’를 처음 본 순간 “아름다워”라는 말을 건넨다. 이 말은 ‘아이’에게 봉쇄된 수녀처럼, 기계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모든 엄마와 할머니 들에게 보내는 찬사이며 ‘사람’으로의 회복을 의미한다.
<졸업> 어른들이 망친 세상을 왜 우리가 해결해야 해? 내 난자가 A+등급을 받았을 때, 세상이 내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이제 넌 살아도 될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 제5회 젊은작가상 ★ 제6회 젊은작가상 ★ 제40회 이상문학상 ★ 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 ★ 윤이형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 ★ 졸업을 앞둔 열아홉 소녀, 나는 두 통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하나는 대학 합격 통지서, 그리고 또 하나는 출산 가능 통지서. 내 난자의 등급이 A0라고 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니 선택을 하라는 통지서였다. 가까운 미래,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오염되었고 사람들은 더는 생선을 먹을 수 없었다. 어른들은 어릴 때 물고기도 먹고 버섯이랑 돼지랑 닭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것이 어떤 맛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미래를 책임지라며, 우리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물론 아이를 낳는다면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내 대학등록금은 물론 엄마와 내가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한 생활비,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과 베이비시터까지. 그야말로 로또가 따로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정말 온전히 나의 선택일까? 그리고 나는 과연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