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구병모
평균평점 5.00
|위저드 베이커리

“당신에게도 되감고 싶은 시간이 있습니까?” 50만 부 판매 베스트셀러위험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가 소설Y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2009년 출간 이후 멕시코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 번역 수출되며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으로, 가족에게서 도망친 한 소년이 우...

아가미

소설가 구병모가 그려낸 가장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세계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과 소외된 이들의 눈부신 잔혹동화 소설가 구병모의 대표작 『아가미』가 돌아왔다. 수많은 마니아 독자들 사이에서 재출간 요구가 속출했던 바로 그 작품이 예쁘게 새옷을 갈아입고 세상에 새로이 선을 보인다. 『아가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그려낸 아름다운 ...

파과
5.0 (1)

한국 소설에 가장 강렬하게 새겨질 이름, 조각(爪角) 지금껏 우리가 기다려온 새로운 여성 서사의 탄생한국 소설에 가장 강렬하게 새겨질 새로운 여성 서사를 탄생시킨 구병모 작가의 『파과』가 재출간되었다. 40여 년간 날카롭고 냉혹하게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爪角)’.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기 시...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 그러니 만인은 만인의 일에 신경 끌 것” 재난 같은 삶, 서로 외면하는 우리 집요한 관찰자 구병모가 그려내는 환상인 듯 지독하게 현실적인 오늘의 비정한 초상 집요한 관찰자이자 방대한 이야기 수집가, 구병모의 스펙트럼 소설가 구병모의 두번째 단편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 출간되었다. 구병모는 2009년 성장소설의 서사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비틀린 욕망을 그려내며 한국문학의 지형을 확장했다는 평가와 독자의 환호를 동시에 거머쥔 『위저드 베이커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세상에서 단절된 반인반어의 사랑과 태곳적 아름다움을 다룬 『아가미』, 한국문학에서 유례없던 노년의 여성 킬러 캐릭터를 제시한 『파과』 등 독특한 시도를 거듭하며 장편소설 5권과 단편집 1권을 출간해왔다. 줄곧 청소년문학과 본격문학을, 순수문학과 장르소설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평을 들어온 구병모에게, ‘문학’ 앞에 붙는 수식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집요한 현실 관찰자이자 방대한 이야기 수집가인 작가의 널찍한 스펙트럼 어디쯤을 베어낸 결과물이다. “구병모는 읽고 쓰고, 우리는 그녀가 읽고 쓴 것을 읽는다”(윤경희). 구병모는 신화와 옛이야기, 철학과 애니메이션에 이르는 ‘참고문헌’을 자기 식대로 소화하고, 비정한 현실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확한 ‘디테일’을 끄집어낸다. 그러므로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속독(速讀)과 정독(情讀)이 함께 필요한 소설이다. 촘촘한 문장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여기-우리의 치부를 바로 마주하면서, 곳곳에 흩뿌려진 ‘힌트’를 차분하게 잡아내 숨겨진 알레고리를 발견하며 읽기를 추천한다.

한 스푼의 시간

<한 스푼의 시간> 오늘의작가상, 황순원신진문학상 수상작가 구병모의 신작 장편소설 얼룩, 세탁, 표백, 건조가 반복되는 삶의 비밀을 배워나가는 은결의 이야기 예리하고 세심한 시선,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와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구병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한 스푼의 시간》이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아가미》, 《파과》 등에 이르기까지 구병모 작가는 도발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 신선하면서도 생생한 캐릭터들, 발군의 문장 그리고 위로와 치유의 서사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축을 담당해왔으며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민음사 오늘의문학상,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구병모 작가가 《파과》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한 스푼의 시간》은 세탁소에 살게 된 ‘소년 은결’이 유한한 인간의 시간 속 숨겨진 삶의 비밀과 신비함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려내면서 새로운 구병모의 세계를 선보인다.

단 하나의 문장

<단 하나의 문장> "그의 소설이 강력하게 환기하는 것은 공상적 상상력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여기에 이미 와 있는 위협과 공포다." _신샛별(문학평론가) "생각할 수 없다면 그것을 소유하라. 소유할 수 없다면 부수라." 약동하고 전복되는 언어와 세계의 스펙터클 오늘의작가상 수상 작가, 구병모 신작 소설집 등단 10년,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고, 사유는 한 발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그간 『네 이웃의 식탁』 『아가미』 『파과』 『한 스푼의 시간』 『위저드 베이커리』 등에서 한계가 보이지 않는 상상력을 속도감 있는 서사로 거침없이 펼쳐 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 구병모. 그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적인, 말 그대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 그 자체를 재현함으로써 지금-여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소설집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구병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단 하나의 문장』은 주로 아이를 기르는 여성, 소설을 쓰는 여성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 실존적 불안, 다가올 시대의 윤리 등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야기하며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다층적 시각을 제공한다. 현재는 물론이고 아직 당도하지 않은 시대의 기미를 감지하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을 지닌 구병모는 상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의 표층을 뚫고 들어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심층부에 가닿는다. 공상과 실재를 이토록 긴밀하고도 집요하게 접속시키는 작가가 국내에 또 있을까? 그는 책 말미 "작가의 말"에 "이제는 이야기의 너머에 또는 기저에 닿고 싶어진 것이다. 현전의 재현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잡히지 않는 것을 만질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올까"라고 썼다. 작가는 마치 『단 하나의 문장』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해 자답하는 듯하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고, 세계에 대한 통찰은 더욱 폭넓어졌으며, 사유는 한 발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빨간구두당

<빨간구두당> 『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가 한층 새롭고 감각적인 이야기 『빨간구두당』으로 돌아왔다. 구병모 작가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구성, 치밀한 문체, ‘장르소설적’ 문법 구사로 청소년과 2~30대 독자 모두에게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올 2015년에는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과 황순원 신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작가의 새 책 『빨간구두당』은 안데르센 동화와 그림 형제 민담 등을 다층적으로 엮고 다채롭게 변주한 여덟 편의 소설을 모은 단편집으로, 동화의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하며 ‘구병모식’ 판타지의 재림을 알린다. 세상은 완전한가, 선악은 완벽히 나뉘는가 등의 사유가 촘촘히 담겨 있어 기존 질서에 불응하고 다른 세계를 꿈꾸는 젊은 세대의 정서와 호응할 만하다. 마음을 홀리는 비극적 마력이 빛나는 작품들이 독자들을 더욱 깊고 넓은 이야기의 심연으로 이끌 것이다.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눈부신 진화! “무섭더라도 지켜봐 줘, 그게 우리의 비행이니까.” 작은 날개로 세상을 크게 안는 법 구병모의 작품 세계를 좋아한다면,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성취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파과』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단 하나의 문장』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 오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 온 작가 구병모가 신작 장편소설 『버드 스트라이크』를 통해 압도적인 환상 세계로 독자들을 다시 한번 초대한다. 2011년 구상을 시작해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7년여의 시간이 걸린 역작이자 작가의 첫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의 발간 10주년을 맞는 해에 출간되어 더욱 뜻깊고 반가운 책이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마음을 홀리는 비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더욱 선명히 드러낸다.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고, 그 날개로 아픈 생명을 감싸서 치유할 수 있는 ‘익인’들의 존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 생생하다. 그들 사이에서 성장하며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놀라운 매력과 흡인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 혹독한 세상 끝으로 내몰려 아찔한 절벽 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손 내밀어 그를 잡아 줄 수 있을까. 그와 손을 잡고 이곳과 저곳, 우리와 그들을 경계 짓는 날카로운 절벽 너머로 함께 날아오를 수 있을까. 작가는 그 답을 찾는 여정을, 이 흥미로운 소설을 통해 뜨겁게 펼쳐 보인다. ★★★ “아주 높이, 이 책을 읽는 당신은 날아오르리라. 경계와 구분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 이다혜(『씨네21』 기자, 작가) ★★★ “볼 수 없어도 선연하게 느껴지고, 닿을 수 없어도 강렬하게 만져지는, 영화보다 생생한 소설 속 세계.” - 윤가은(영화 「우리들」 감독) ★★★ “이 책은 오늘의 버려진 나를 꼭 껴안아 준 따뜻하고 커다란 두 날개다.” - 추민주(뮤지컬 「빨래」, 연극 「나쁜 자석」 연출)

|고의는 아니지만

<개정판|고의는 아니지만> 환상적 상상력으로 가닿은 리얼리즘의 심연 구병모 잔혹극의 서막을 여는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어 출간한 첫 소설집이다. 개정판에는 2011년 출간 당시 수록하지 않았던 단편소설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이 포함되어 있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작가가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 깃들어 있는 문제의식과 표현 방식, 즉 구병모라는 한 세계의 기원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각별한 ‘첫 소설집’이다. 출간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찾는 『고의는 아니지만』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만큼 현재적이다. 현재적이라는 표현에는 그때 그 문제가 지금도 여전히 문제라는 의미의 수동적이고 단순한 현재성이 담겨 있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비교하며 지금을 반영하고 과거를 비춘다는 점에서 매일 새로워지는 현재성이자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현재성이기도 하다.

네 이웃의 식탁

<네 이웃의 식탁> “꼭 이렇게 해야겠어? 이러는 거 너 정말 이해 안 가는 거 알아?” 이해하는 척하는 이웃, 이해받지 못한 당신 견고해 보이는 네 이웃의 식탁 아래에서 폭로되는 공동체의 허위, 돌봄 노동의 허무 핵심은 시간을 보내는 데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면서 체세포의 수를 착실히 불리는 거야말로 어린이의 일이었다. 그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일은, 주로 시간을 견디는 데 있었다. 시간을 견디어서 흘려보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곳에 펼쳐진 백면에 어린이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 모를 선을 긋고 예기치 못한 색을 칠하도록 독려하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존재는 날마다 조금씩 밑그림으로 위치 지어지고 끝내는 지우개로 지워지더라도. -본문에서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 도서 소개 삶의 잔혹한 순간, 현실을 밝혀줄 한 줄기 빛 “원하는 걸 말해주세요. 무엇이 당신을 돌봐줬으면 좋겠는지.” 숨 쉬듯 벌어지는 은밀한 폭력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충동이 솟는다는 건, 태울 에너지가 생성됐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 누구보다도 빛나기를 바라는 열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_ p. 142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새로운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아르테 ‘작은책’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로 주목받은 작가는 이후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난 소외된 소년의 이야기(『아가미』)에 이어 날개로 아픈 생명을 치유하는 ‘익인’의 이야기(『버드 스트라이크』)까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전했다. 또, 육십대 여성 킬러라는 독보적인 여성 인물을 창조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시간과 공간을 실감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파과』), 여성만의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에 의해 지탱되는 공동체의 허위를 폭로하고(『네 이웃의 식탁』)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관습적이고 강제적인 의무들 아래 단단하게 자리 잡은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파헤치는 작품(『단 하나의 문장』)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신작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삶 속에 도사린 폭력에 맞선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환상적 순간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평범한 중년 여성 ‘시미’는 동료 ‘화인’을 통해 미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비밀을 공모하듯 낯선 세계로 발을 들인다. 현실이라는 지표에서 떨어진 세계를 공유하면서 타인에게 무심하던 시미가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축복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 [……] 달아나거나 가치가 감소하지도 않”는다는 책 속 문장처럼 나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지만 신비스런 기도를 체험하게 한다. 무엇이 나를 지켜줄지 아득한 가운데, 빛나는 생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발치 앞이나마 비추어줄 한 점의 빛을 만날 수 있기를 비는 작가의 염원이 가슴에 든든하게 새겨진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팟빵〉 〈밀리의 서재〉에서 아르테 ‘작은책’을 검색해 보세요. 개성 있는 목소리가 소설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정말로 나를 지켜줬어요. 제일 절박했던 순간에, 이러다 죽을 것 같았을 때.” ― 피부에 그려진 무늬 아래 타래를 틀고 도사린 이야기들 “화인은 미소 지었다. 시미는 그 입가에 아직 오래된 체념과 무기력이 묻어 있다고 느꼈으나 그것은 적어도 예전 그대로의 농도는 아닐 것이다. 실재의 불꽃은 꺼졌지만, 심지마저 다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자리에 불씨는 이제 막 지펴졌을 뿐이므로.”_ pp. 127~128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지만 불가피하게 잦은 이직으로 막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물여덟의 ‘화인’은 기성세대와 ‘상무’ 같은 무례한 남자 상사에게는 ‘발랑 까진 아가씨’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녀만이 가진 반짝이는 생기로 ‘시미’의 세계에 의미 있게 다가선다. 화인의 목 뒤쪽 문신을 발견한 ‘상무’가 손가락으로 문신을 훑으며 언제 새긴 거냐며 다그치는 호통에서 시미의 도움으로 벗어난 화인은 시미와 자매애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화인은 시미에게 어느 문신술사의 명함을 건네며 “샐러맨더 한 마리를 몸 안에 키우면서, 잃었던 자신감과 의욕이 다시금 심장에 고이는 듯했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염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작고 귀여운 샐러맨더가, 세상의 모든 악의와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거라고.” 여성의 신체가 가져야 할 태도와 모양새를 당사자가 아닌 가부장 남성이 결정하는 과정에는 대개 모멸적인 언어와 폭력이 동반한다. ‘화인’의 목에서 타투를 발견한 순간 아버지의 폭행은 극에 달하게 된다. 아버지의 일상적 폭력에 무뎌진 화인이지만, 아버지에게 맞고 밟히고 머리가 잘려나가는 가운데 공포는 분노로 옮겨가게 되고, ‘화인’의 모든 것이 훼손되는 듯한 순간, “제일 절박했던 순간에, 이러다 죽을 것 같았을 때”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만다. 던져진 세상에서 구원의 힘을 경험한 화인은 다시 일어나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일종의 선언이나 도전 같은 염료 자국이 손목에 남았다.” ― 삶을 바꿀 단 한 번의 충동 “시미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몸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한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기미와 뾰루지와 모공 각화증이 있으며 투실하든지 깡말랐든지 하여간 평생 무대에 오르거나 경기장에 들어설 일 없는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몸에 새긴 문신을.”_ p. 45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 ‘시미’ 이야기를 구심점에 두고 펼쳐진다. 서른 살에 아들 하나를 두고 남편과 이혼한 후, 영업 전선에서 뛰어온 ‘시미’는 보통의 여성이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침해’와 ‘훼손’의 순간들을 무수히 견뎌온 사람이다. 시미와 비슷한 나이의 남성이 별다른 성과 없이 ‘상무’ 직급에 앉아 비대한 자의식으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과 비교할 때, ‘시미’의 세월은 그 반대의 방향을 향했다. 그러나 폭력적인 가정에서 도망쳐 자신의 삶을 살려고 애쓴 ‘시미’였지만 요즘처럼 무엇을 하더라도 SNS를 통해 자아를 노출하고 팽창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시대를 바라보면서, 스스로가 여러 모로 뒤처지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 시미에게 머리를 포니테일로 올려 묶은 이십대 여성 동료 ‘화인’의 목덜미에 꿈틀대는 샐러맨더 문신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과거 조직폭력배의 그것처럼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고 타인을 위협하는 도구였던 문신이, 지금은 오직 개인의 개성과 메시지를 표현하는 패션의 한 종류가 되었다는 것. 붉은 도롱뇽 문신이 전하는 생동과 충동은 거칠거칠하고 주름진 피부도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을지, 시미는 매혹과 두려움에 휩싸여 주의 깊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과연 시미는 자신의 몸(피부)에 새길 자신만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까. “실은 피부에 새겨진 건 자신의 심장에도 새겨지는 겁니다.” ― 세상의 모든 악의와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기도 같은 소설 “당신은 살아오면서 어떤 호의와…… 얼마만 한 경멸과 때로는 악의를 만나왔기에, 자신을 지키는 부적을 온몸에 그릴 수밖에 없었을까요?”_ p. 136 한 회사의 옆자리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십대 화인과 곧 쉰 살이 되는 시미는 서로의 개인사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상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설 때에만 느슨하나마 연대감을 느끼는 정도다. 어느 날 시미는 화인의 아파트에서 폭파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화인을 떠올리지만 늦은 시간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는 친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연락하기를 그만둔다. 그러나 다음 날 사무실로 찾아온 경찰들에 의해 사고가 바로 화인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며칠 후 화인의 병실을 찾은 시미는 사건 뒤에 숨은 비밀을 듣게 되고, 이후 기사로 알게 된 삼십대 여성 작곡가와 중소기업 대표의 운전기사 M 씨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연결시키며 서로 인연 없는 사람들의 사건을 꿰어나가기 시작한다. 일부 사람들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공유하고 공모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지루한 일상을 사는 시미는 공연히 가슴 뛰는 순간을 맞게 된다. 시미는 알지 못하는 이들 사이의 비밀 앞에서 사람들이 간절하게 바랐던 일들, “내 몸이 어제와는 달라지기를, 나를 둘러싼 외부 조건이나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생각한다. 살면서 누구나 말 못할 고통과 불행을 맞닥뜨리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극복해내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를 해치는 주문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수호하는 작은 버팀목이 되어줄 기도를 새기는 일은 어떤 염원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사람을 살리기에 충분한 일이 아닐까. 상처와 흠집에 홀린 듯 자신의 몸에 그림을 새겨 넣으며 새로운 인생을 갈망하는 일, 그리고 그 갈망이 가져다준 단 한 번의 환상 체험은 전염병이 돌고 사이비가 창궐하는 시대에도 자신을 지키고 긍정을 잃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소설이다. ◎ 본문 소개 “언제가 됐든 사라지니까요.”/ 그것은 아마도 육신에 관한 이야기. 필멸에 관한 이야기. 아무리 영원해 보이는 피부 위의 흔적이라도 죽음까지 봉인할 수는 없으니. (p. 44) 그보다 관심이라니. 요즘 기준 같아선 백세 시대의 꼭 중간까지 이르렀을 뿐이나, 자녀의 교육 및 성혼을 시작으로 영양제나 생존 운동 이상의 무언가에 또는 어딘가에 몰입하기에는 결코 최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나이의 사람에게. 관심이라는 말부터가 건강하고 의욕적인 미래의 아이들, 시미가 살아서 닿지 못할 날들에 존재하는 어린이들의 사전에나 등재되어 빛나는 낱말 같았다. (p. 47) 이런 식으로 상관없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별자리처럼 연결되어서, 전원 빠짐없이는 아니더라도 일부 사람들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공유하고 공모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시미는 공연히 가슴이 술렁거렸다. (pp. 113~114) 화인이 이런저런 불합리한 일로 퇴사할 때마다 아비는 젊은 아이의 근성 부족을 탓했고, 지금까지 거둬서 먹이고 입히고 학업을 마치게 해준 데 대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대놓고 ‘먹은 걸 토해내라’고 했다면 그나마 깔끔하게 들렸을 텐데, 은혜를 갚으라는 말은 결국 동일한 의미라 해도 뉘앙스가 훨씬 역겨웠다고, 화인은 말했다. (pp. 123~124) 아이의 마음속에 시미가 들어섰던 적이 없음을, 아이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으며 그 간극을 돌이킬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세상의 어떤 당위나 도리나 윤리도 모성을 자연의 순리로 강제할 수 없었고 이미 완전한 타인들을 교착膠着시킬 수도 없었다. (p. 134) 그 모든 것을 상처라고 섣불리 범주화할 수는 없겠으나, 상처와 흠집에 매혹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 가운데 가장 오래된 불가해였다. (p. 145) 염려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 이 모습을 꼭 함께 목격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정반대의 소망이 시미의 마음속에서 팽창할 무렵./ 부풀어 올랐던 별이 폭발하여 하늘에 산산이 흩어졌다. (p. 147) "

이야기의 뿌리들

<이야기의 뿌리들> 이 책은 구병모 소설 『빨간구두당』(창비 2015)에 수록된 각 단편을 바탕으로 그와 관련된 민담 및 동화의 줄거리를 담은 전자책(비매품)입니다.

상아의 문으로

<상아의 문으로>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일상을 지속하라.” 꿈과 현실, 너와 나의 구분을 지우며 내달리는 구병모의 문장들! 2009년 첫 책을 출간함과 동시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팬층을 단번에 확보한 작가 구병모의 새 장편소설 『상아의 문으로』가 출간됐다. 등단 이후 꾸준히 신작을 발표해온 그가 2021년 연말을 앞두고, 계간 『문학과사회』(2020년 가을호~2021년 여름호)에 연재했던 소설을 묶어낸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에 등장하는 ‘상아로 만든 문’과 ‘뿔로 만든 문’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빌려왔다. 이들 서사시에서 말하길, 상아의 문으로 흘러든 꿈들은 거짓된 것이고, 뿔의 문으로는 진실된 것들만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두 가지 문 중 ‘상아의 문’으로 향해 갈 것이다. 이 문을 지나면 그 뒤에 등장하는 감각,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심지어 ‘나’ 자신의 존재까지도 의심하게 될 것이다. 명확한 논리, 의지할 만한 확실한 근거가 사라진 문장들 사이에는 오로지 지금 명멸하는 사태만이 있다. 때문에 『상아의 문으로』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려는 의지를 담보한 채 매 순간 등장하는 새로운 문장들을 맞이할 때에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쳐 들었다면 문장을 가로질러 섣불리 결말을 찾고자 하는 시도보다는 하나의 문장을 읽을 때 살짝 켜졌다 다시 사그라드는 눈앞의 사태에 집중하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할 것이다.

들어본 이야기

<들어본 이야기> 젊은 독자들이 사랑하는 다섯 작가의 다섯 가지 시선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세계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 젊은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 5인의 시선을 담은 앤솔러지 『들어본 이야기』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촘촘한 문장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구축하는 구병모부터 한국문학의 묵직한 무게중심 권여선, 독창적인 색깔을 지닌 탁월한 이야기꾼 듀나, 세대와 시대를 사유하며 독자들을 늘 새로운 곳으로 이끄는 박솔뫼, 독보적인 한국소설의 최전선 한유주에 이르기까지 지금, 가장 주목받는 다섯 작가의 신작 소설이 수록되었다. 몸이라 불리는 기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세계 ‘나’는 하나의 정체성에 고정되어 있는 존재인가. 나의 ‘몸’은 온전히 나의 것인가. 구병모, 권여선, 듀나, 박솔뫼, 한유주 다섯 명의 작가는 『들어본 이야기』를 통해 묻는다.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신체적 조건이 과연 ‘나’의 위치를 결정하고 대표할 수 있을지 작가들은 작품 속 여러 인물로 견고하게 그려낸다. 「소여」에는 나무와 태엽을 잘 엮어서 만든 ‘가라쿠리’라는 기계가 등장한다. 어느 날 서커스 단장이 가라쿠리 ‘소여’를 데려와 무대 위에 올린다. 외줄 위에서 위험한 곡예를 가뿐히 해내는 이 인조인간은 “한 번만 시범을 보여주어 입력을 가하면 허공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값을 스스로 찾고 정확한 출력을 내놓는 몸”을 가진 반면 ‘나’는 한때 화려한 기량을 뽐냈으나 사고로 다리가 마비된 후 서커스단을 떠나지 못하고 공연 외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다. 무한한 몸이 보여주는 오차 없는 움직임과 결함 있는 몸이 가진 불안전한 욕망 사이에서 기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의 ‘나’는 “언젠가 했던 결심 같은 것이 몸이라는 기계 어딘가에 입력이 돼서 어떤 식의 작용으로 머릿속에 울리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몸의 경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나’는 “밥을 드세요, 수영을 하세요”나 “저 사람을 피해 얼른 뛰어가, 너는 울면 안 돼”와 같이 위험을 알리는 신체적 시그널을 직시하며 일상을 보존해왔다.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의 대학원생 ‘오익’ 또한 입·출력이 가능한 몸에 작동 오류라도 발생한 듯 어느 날 갑자기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오빠와 자신을 차별한 어머니를 비난하고, 오빠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오익을 책망하던 동생 오숙에게 급기야 의절을 당한 그는 “자신이 가까운 이에게 그런 분노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몰랐다”며 “차라리 자신이 딸이었다면, 모든 걸 희생하고 차별받고 살아온 그런 존재였다면” 하고 억울해한다. 어떤 환청은 걱정과 연민, 환대로 느슨하게 연결되는가 하면(「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어떤 환청은 분열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다음 페이지로 숨죽여 이동하게 한다(「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일정 코드만 입력하면 연습 없이 인간을 능가하는 최첨단 노동력을 출력하는 로봇에 대한 모순된 시선도 불안과 강박이라는 옷을 입고도 끝없이 타인과의 연대를 시도하는 것도,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세계를 들여다보겠다는 익숙하고도 낯선 도전이자 변주다. 그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멋진 신세계 같기도 하다. 여성, 로봇…… 다양한 존재 방식에 접속하고, ‘나’를 확장하기까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타인을 접하고 여러 사회적 맥락을 통과한다. 그 과정에서 ‘나’를 나타내주는 기표들을 맞닥뜨리기도 하는데, 그때 우리는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장애인과 장애인, 이성애와 동성애 등 어느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과 가치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요구하는 동시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방식을 그려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를 통해 전해지는 동생 오숙의 목소리는 강요된 노동 착취와 규제로 내적 분열을 일으키는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부장적 권력과 이성애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여성 문제는 환청과 같은 신체 이상 증세로 드러나면서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헤엄치는 밤」의 ‘우리’는 한밤중에 어둠을 뚫고 차를 운전해 카지노에 가고 생존 수영 강습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지만 언제고 몸의 제한속도를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우리에게서 멀어져 있던 신체”를 되찾기도 하지만 끝끝내 “각자의 신체와 멀어지”는 그들은 “삶을 필사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피로감에서 탈출한다. ‘우리’는 “신체의 속박에서 풀려났는지도” 모르고 지독한 삶의 “논리와 슬픔”으로부터 해방된 것일지도 모른다. 작품 속에서 구체적인 이름이 아닌, ‘우리’라는 호칭으로 개개인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대화하며 자신을 쓰고 지운다. 「돼지 먹이」는 존 매키트릭이 사건 의뢰를 받고 사라진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이야기를 담은 사립 탐정물이다. 그는 전직 콘티넨털 뚱보 탐정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듯싶었으나 호텔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을 맞닥뜨린다. 숨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사립 탐정 존 매키트릭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인간의 다양한 존재 방식이 ‘몸’에 어떻게 접속하고 확장하는지를 그려낸 『들어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고유하고 보편적인 몸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의 몸은 현실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분해되고 조립되고 해체되었다가 재구성되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우리 주변의 낯선 존재들, 내 안의 낯선 나. 그들이 온몸으로 발산하는 이야기들은 언제까지고 낯선 이야기여서는 안 된다. 관계의 접점을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 그리하여 이제는 ‘들어본 이야기’여야 한다. 듣고 읽는 하이브리드 소설 『들어본 이야기』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반대편에 있는 또 하나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우리에게 끝내 ‘들어본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오디오콘텐츠 플랫폼 팟빵에서 소설가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으니 책을 ‘읽고’ ‘듣는’ 기쁨을 함께 맛보도록 하자.

방주로 오세요

<방주로 오세요>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수상자 구병모. 그녀의 처녀작이자, 수상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 소설과 달랐다. 장르문학‘적’인 구성과 소재, 독창적인 캐릭터, 냉소적이면서도 빠지면 나올 수 없는 흡입력 있는 문장. 소설의 구성 요소 어느 것 하나 기존 한국 청소년 문학의 고정관념 바깥으로 뛰쳐나오지 않은 것이 없었다. 25만의 독자들은 그런 그녀의 작품에 화답했고, 문단은 그런 그녀에게 주목했다. 구병모는 대중과 평단의 기대에 부응하듯 장편소설 『아가미』,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을 잇달아 출간, 히트시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제 구병모는 하나의 장르이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부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당신의 시간을 하얗게 연소시킬 이야기의 연쇄 폭발 지금 이야기 질주가 시작된다! 2012년 2월, 구병모의 신작 장편소설 『방주로 오세요』(문학과지성사, 2012)가 출간되었다. 이미 두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으로 뜨거운 상상력을 선보이며 독자들을 녹다운시켜버린 그녀답게 이번 소설 역시 집요할 만큼 재밌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이 재미와 충격은 여러 겹으로 섬세히 세공되어 아이와 어른, 일반과 고급 독자 다른 모두에게 각기 만족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해 미치겠는 장르적 특성과 이야기가 은유하고 있는 이 사회의 모순들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절묘하게 녹아들어간 이번 소설 『방주로 오세요』의 주인공은 고등학생들이다. 그리고 그 고등학생들은 두 패로 나뉘어 자신들이 속한 학교를 부수려 하고 막으려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그래서 이 소설은 가정법 ‘If-’로 시작한다

바늘과 가죽의 시

<바늘과 가죽의 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서른네 번째 책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네 번째 소설선, 구병모의 『바늘과 가죽의 시詩』가 출간되었다. 2009년 『위저드베이커리』로 등단해 안정된 문장과 탄탄한 구성은 물론 장르 구분을 무색케 하는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20년 『현대문학』 7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동화 「구두장이 요정」에서 기원한, 모습을 변화할 수 있고 늙지 않는 생을 살아가는 인간화된 요정의 안을 통해 무한의 삶과 영원의 삶을 시처럼 풀어낸 소설이다. 사라지고, 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더라도 아름답게 춤추는 구두의 詩 『바늘과 가죽의 시詩』는 2009년 『위저드베이커리』로 등단한 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을 발표하며, 소설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평가받는 구병모의 최신작이다. 일반적 사고의 통념에 의문을 던지고 한 차원 비틀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작가의 이번 작품은 구두처럼 닳아 없어지는 ‘인간’의 삶을 재료로 ‘존재’의 영원한 삶을 한 편의 시처럼 풀어낸 소설이다. 구두를 만들며 함께 살던 요정들은 흐르는 세월 속에 뿔뿔이 흩어져 인간의 육신을 입고 살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여전히 구두 장인으로 영원의 삶을 살고 있는 안 앞에 그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형제 미아가 나타난다. 미아는 자신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며, 자신의 반려 유진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줄 것을 그에게 부탁한다. 때가 되면 모습과 거처를 바꾸며 여전히 정령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 달리 유한한 존재인 유진과 사랑에 빠진 미아를 보며 안은 상념에 빠지지만, “사라질 거니까, 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는 것을 아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미아의 말에 알 수 없는 질투와 허망함을 느낀다. 안에게도 오래전 마음을 나누었던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삶을 꾸려나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아프게 돌아서야만 했었던 안.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 날, 백발의 여인이 된 그녀와 조우한 안은 비로소 자신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금은 깨닫게 된다. “점유할 수도 당겨 쓸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인간과 인연을 맺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그럼에도 그 무의미를 선택한 미아에게 자신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 남아 있는 날들의 목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109p) 안은 형제들과 함께 ‘우리’로 충만했던 상상계로 돌아가는 불가능한 소망을 비는 대신, 소멸하는 존재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기로 마음먹는다. 대체로 타자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을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결국 이 이야기는 소멸이 전제된 평범한 인간의 삶과 사랑이 본래적으로 지닌 비대칭성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구 정령 현 인간’의 성장 서사, 바로 ‘인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옷과 이름을 지닌 채 상징계에서 살아간다. 그 상징계의 틈으로 포착되는 실재가 얼마나 그로테스크한지에 대해 정신분석학은 늘 경고해왔다. 그러나 안과 미아가 통과해온 곳, 그리고 여전히 드물게 목격하는 곳은 구병모의 전작들이 보여주던 실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물론, 굳이 안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대체로 조급하고 야만적이다. 동시에 그럼에도 찰나의 순간 어떤 빛나는 것을 출현시키기도 한다. 이 소멸이 지나가는 짧은 자리에 흔적처럼 남게 되는 시적인 것도 다행히 인간의 것이라면, 우리는 “가뭇없이 사라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불이 밝혀진 몸으로 심지가 다 타들어갈 때까지 허공에 자신의 움직임을 그려 넣고자 하는 인간의 열의”가 우리 삶의 전부임을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이소(문학평론가)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기존 청소년 소설의 범주를 넘어서며 주목받은 구병모는, 이후 장편소설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등을 발표하며 흥미로운 서사를 펼쳐보였다. 2017년 10월, 그의 근작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를 열아홉 번째 K-픽션 시리즈로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