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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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쇠고기

<친애하는 쇠고기> -신선한 고기와 썩은 고기의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소설-그것만이 우리를 달랠 수 있어, 그 ‘고기’만이부자들만 맑은 공기와 신선한 고기를 누릴 수 있는 시대. 극단 ‘지구’에서 15년 넘게 연기자로 일하는 현우와 친구들. 그들은 부호들이 사는 지하 요새의 공연 의뢰를 받...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레즈비언 딸의 부모이자 무연고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혐오와 배제의 세계와 마주한 엄마의 성장소설

너라는 생활

<너라는 생활> 세대, 시대, 노동, 주거, 정체성, 그에 따른 계급성과 격차의 문제 여성 청년들의 도시 생존기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김혜진 신작 소설집 김혜진 작가는 2012년 등단한 이후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그가 내세운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역을 삶의 마지막 공간으로 삼은 노숙인 남녀(첫 장편 『중앙역』), 생활과 생업, ‘일다운 일’에 대한 물음을 품은 청년 세대(첫 소설집 『어비』),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두번째 장편 『딸에 대하여』) 권고사직을 강요받는 통신회사 설치기사(세번째 장편 『9번의 일』), 재개발 이후 빈부격차로 양분된 지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중편 『불과 나의 자서전』), 작가는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과 불안감을 고스란히 담은 인물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묵직하고 깊이 있게 그려냈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그사이 펴내고 호평받은 중‧장편들의 씨앗이 된 인물과 모티브가 편편에 핍진하게 담겨, 지난 4년 작가가 관심 갖고 귀기울인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 시대/세대가 마주한 문제가 무엇인지 거울처럼 비춘다.

중앙역

<중앙역> 스스로를 버린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사랑인가 절망인가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김혜진 첫 장편소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첫 소설집 『어비』(2016)를 비롯해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2017) 『9번의 일』(2019),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2020)과 두번째 소설집 『너라는 생활』(2020)까지 성실히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만들어온 김혜진 작가, 그의 첫 책이자 첫 장편소설이었던 『중앙역』을 새로이 선보인다. 『중앙역』은 2014년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당시 심사위원들은 “과거도 추억도 없이, 심지어 미래도 없이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이런 사랑이 가능한가? 불모지에 발가벗은 남녀를 풀어놓고 작가마저 망연히 그 여로를 쫓는 것은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중앙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노숙인의 삶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권력에서 비켜난 존재들의 노동과 정체성, 주거의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김혜진 소설세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감기

<감기> 에피루스 베스트 소설! 1918년 스페인 독감 약 5,000만 명, 1957년 아시아 독감 약 150만 명, 1968년 홍콩 독감 약 100만 명, 1977년 러시아 독감 약 100만 명, 2003년 사스(SARS) 약 700 명, 2009년 신종플루 약 28만 명의 사상자를 낸 이와 같은 병은 모두 바이러스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감기 같은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완벽하게 보호해줄 치료약은 아직 사실 상 없다. 흔히들 감기약이라고 믿고 있는 다양한 약들은 실제로는 공통적인 감기 증상들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다양한 바이러스의 변종과 진화는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껏 발견된 적이 없는 또 다른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치명적인 감염의 공포 속에서 인간군상이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물음이 묵직하게 던져지고 있다. 소설 <감기>는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러 개연성과 등장인물, 그에 따른 이야기들과 새로운 결말 등등 훨씬 많이 담고 있다. 감염의 공포 속에서 힘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는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고, 누구는 호기심으로, 누구는 나만 아니면으로, 누구는 새로운 기반으로 각 상황을 나름대로 이끌려는 속셈으로 결국 힘없는 이들은 속절없이 무너져버리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중간 중간 가슴이 아프고 저절로 주먹이 쥐어지는 상황을 맛보게 한다. 소설 <감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지역을 폐쇄했을 때 만약 같은 상황이라면 본인이 폐쇄지역 안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각각 가정해서 읽어보면서 이런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상상해보기를 권한다.

사이코메트리 - 과거를 보는 손

<사이코메트리 - 과거를 보는 손> 에피루스 베스트 소설! 손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만지면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이라는 의미의 ‘사이코메트리’라는 소재가 처음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미 그 소재 자체만으로도 판타지적인 호기심과 신선한 자극으로 독특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사이코메트리>는 증인도 증거도 없이 미궁으로 남겨진 연쇄 아동유괴 사건을 쫓는 형사와 물체와 접촉하여 과거를 읽어내는 미스테리한 능력으로 사건의 단서를 그래피티 그림으로 남기는 ‘사이코메트리’가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는 설정으로 영화적 재미와 궁금증을 더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통해 선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아직은 생소한 ‘사이코메트리’라는 소재를 좀더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었다는 <평행이론>의 권호영 감독은 “이런 흔치 않은 능력이 개인적으로 힘들고, 버거운 능력으로 표현되고 그 느낌이 악몽처럼 다가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자기가 원치 않는 능력을 가졌을 때 벌어지는 상황들이 색다른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라고 말하며 “김강우라는 배우와 김범이라는 배우, 어떻게 보면 서로 동떨어져 있고 거리가 간극이 있는 배우일거 같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가 서로 부대끼고 하나의 유사 형제로 이루어져가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이코메트리>는 실제로 뉴스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연쇄 아동유괴 사건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증거도 증인도 없이, 미제로 남겨질 사건은 한 다혈질 형사 양춘동의 치열한 추적으로 다시 수사는 계속되고 유일하게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자는 사실은 모두가 괴물이라고 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의 상처와 외로움을 안은 채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이코메트리’ 라는 능력을 가진 남자 준. 영화는 마치 판타지적인 능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남자와 현실적인 영웅을 자처하는 두 남자의 대결을 통한 긴장감을 비롯해, 마치 지금도 거리에서 활보하고 있을 것 같은 범인의 두 가지 모습을 통한 서늘한 서스펜스, 세상이 아무도 믿지 않는 사이코메트리 김준을 지키고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해 피끓는 추적을 하는 양춘동의 거친 액션을 통해 뜨거운 스릴러의 무거움과 차가운 미스터리의 신선함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을 맛보게 될 것이다.

돌멩이

<돌멩이> 《돌멩이》는 학교 폭력에 희생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신랄한 고발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다. 시시한 장난일 뿐인 그들의 주먹질이 누군가의 영혼을 붕괴시키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차가운 외면이 누군가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오늘의 우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또는 절절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돌멩이》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의 삶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우리 사회가 불안하게 안고 있는 학교 폭력을 기록한 사회소설이다. 또한 힘이 없는 자를 짓밟고 그 위에 서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고발소설이다.

불과 나의 자서전

<불과 나의 자서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네 번째 책 출간! ■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소설선, 김혜진의 『불과 나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2012년 등단 이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시선으로 새로운 김혜진만의 장르를 만들었다 평가받는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재개발 이후 빈부 격차로 양분된 지역사회 간의 갈등으로 황폐한 곳, 대물림되는 빈부에 대한 불안과 집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을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편견과 배제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절박함과 욕망 “내가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요“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딸에 대하여』, 산업화·도시화 사회 속에서 자존감을 잃고 소외당하는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 『9번의 일』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김혜진의 신작 『불과 나의 자서전』은 소외된 이들에 또 한 번 주목한 소설이다. 재개발의 광풍마저도 번번이 빗겨간 달동네 남일동의 일부가 부촌인 중앙동으로 행정 편입되며 우리 가족은 중앙동의 주민이 된다. 내 부모는 원래 중앙동에 살았던 듯 남일동에 선을 긋지만, 친구들은 나를 남토(남일동 토박이)라 부르며 은근한 멸시의 눈총을 보낸다. 졸업 후 여행사에 취직한 나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동료를 변호하다 같은 신세가 되고, 그즈음 남일동으로 이사 온 주해와 그녀의 딸 수아를 만난다. 버려진 동네 같았던 남일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삶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그녀들을 보며 나는 새로운 희망을 품지만 힘들게 입학한 중앙동 초등학교에서 수아가 남민(남일동에 사는 난민)이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주혜를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마침내 시작된 남일동 재개발사업. 조합 사무원으로 일하며 힘을 보태던 주혜의 숨겨왔던 부정한 과거가 밝혀지자 마을은 요동치고, 결국 모녀는 남일동을 떠나게 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주류 사회에 편입하고자 했던 주혜의 일그러진 욕망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오버랩되는 나와 내 부모의 모습을 발견한다. “오래전 어머니로 하여금 집 앞에 서서 멍하니 집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던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기 사는 한 그런 마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것들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125~126쪽) 허상과 과욕에 물든 남일동에 활기를 불어넣은 주혜가 세상의 이중 잣대에 경종을 울리며 불합리한 사회를 헤쳐나가길 원했지만 결국 주혜도 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 나는 남일동 전체가 허물어지는 것 외에는 이 불합리함을 타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차라리 그 불이 여기 이 남일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고 더 커지고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져서 저 남일동을 모두 집어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무시무시한 남일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생각을 나는 했던 것입니다.”(167쪽)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동료를 변호하고, 한부모 가정이라는 편견 속에 쉽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던 주혜와 수아에게 먼저 손 내민 나는 내 부모와 다르다 생각했지만 결국 나 역시 남토라 불리던 과거를 극복해내지 못한 존재였을 뿐이다. 좀체 낫지 않던 알러지는 결국 허상을 뒤집어쓴 내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자서전이였을 뿐이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각자의 어긋난 욕망으로 그 세계와 불화하며 번번이 좌절하고 마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모습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한 소설이다.

어비

<어비>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일용직 근로자, 해고 노동자, 편의점 알바생, 치킨 배달원…… 직선 문장들로 평평하고 담담하게 그려 낸 자리 없는 청춘들의 미니멀 라이프 『어비』에 실린 소설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초상을 보여 준다. 길거리 어디서나 스쳐 지나기 쉬운 인물들의 조용한, 그러나 혼신을 다한 꿈틀거림. 얼핏 생의 언저리를 떠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자리한 변방이 실상 이 소설집의 인물들에게는 치열한 중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생의 가차없음을 그려내는 냉정한 시선, 그 바닥에 깔린 해학은 첫 작품 「치킨 런」에서부터 드러난다. 죽음밖에 길이 없는 사내와 살기 위해 그 죽음에 가담한 배달원. 그 처절한 현실에 몸담고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거리 두기를 유지함으로써, 김혜진은 사소한 듯 치명적인 ‘관계’의 여러 양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 준다. -이혜경(소설가)

9번의 일

<9번의 일> 오늘도 내일도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 “일이라는 건 결국엔 사람을 이렇게 만듭니다. 좋은 거, 나쁜 거. 그런 게 정말 있다고 생각해요? * 평온한 일상을 밀어내는 참혹하고도 슬픈 일의 실체 《딸에 대하여》 김혜진이 응시한 한 남자의 조용한 비극 《딸에 대하여》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혜진이 신작 장편소설 《9번의 일》로 2년여 만에 돌아왔다. 《딸에 대하여》가 동성애자 딸의 삶을 바라보는 요양보호사 어머니의 이야기였다면, 《9번의 일》은 귄고사직을 거부한 채 회사에 남아 계속해서 일을 해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작가는 통신회사 설치 기사로 일하는 평범한 남자를 통해 평온한 삶의 근간을 갉아가는 ‘일’의 실체를 담담하면서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그저 계속 ‘일’이 하고 싶었을 뿐인 남자는 지금 있는 자리에 남기로 선택함으로써 회사가 만든 시험장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팀장에게 건네받은 것들을 조수석에 내려놓고 시동을 걸었을 때야 그는 이 일이 그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업무도 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침내 자신이 회사가 만들어놓은 시험장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걸 직감하게 된 거였다. _본문 중에서 그리고 계속해서 직책이 바뀌고 여러 번 근무지가 바뀌어가면서 남자는 자신의 고유한 인간성마저도 상실한다. 이봐요.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고요. 통신탑을 몇 개나 더 박아야 하는지, 백 개를 박는지, 천 개를 박는지, 그게 고주파인지 저주파인지 난 관심 없어요. 나는 이 회사 직원이고 회사가 시키면 합니다. 뭐든 해요. 그게 잘못됐습니까? _본문 중에서 회사를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하고, 뭐든 할 수 있는 ‘9번 남자’. 그렇다면 ‘9번 남자’는 나쁜 사람일까? 나쁜 건 역시 회사일까? 아니, 일이란 건 원래 나쁜 걸까? 그 질문들의 끝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진짜 나쁜 것은 무엇인가?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 ‘바틀비’가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며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우리에게서 잊혀졌다면, 《9번의 일》의 남자는 ‘이름’을 잃고 ‘9번’이 된 채 ‘그게 뭐든 하겠습니다’의 자세로 하고 또 하다가 결국 자신을 망가뜨리고야 만다. 잊히기는커녕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로. ‘일’하는 마음과 ‘일’을 앓는 마음 그 어딘가에서 작가가 짚어낸 건, 결국 끝까지 남아 계속 우리를 더 나쁜 쪽으로 밀어붙이는 ‘일’의 수많은 감정들일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각자의 일터에서 계속해서 ‘일’이란 것을 해야 하는 우리들은, ‘바틀비’나 ‘9번 남자’가 아닌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까? ‘9번 남자’에게 왜 이 일이 필요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소설이 끝난 건 그 질문이 향하는 곳에 ‘9번’이 아닌 ‘우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9번의 일》은 우리에게 묻는다. 왜 이 일을 하는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을 계속하면서 결국 닿게 되는 그 끝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가?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자기 자신도, 일도,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마무리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9번이 되고, 10번이 되고, 11번이 될 것인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자. 생각을.” _본문 중에서

깃털 |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깃털 |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소설가 김초엽, 영화감독 민규동 추천! 폐허가 된 세계에서 우리의 ‘다음’을 질문하는 SF작가 김혜진의 첫 소설집 나는 '깃털'이 비인간 되기의 경이로움을 말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인간 찬가를 내려놓고, 차라리 우리 바깥으로 나가자고 말하는 소설들이어서. 책장을 덮는 순간, 검은 세계를 흰 날개로 가로지르는 로봇 새의 궤적이 그려진다. 모순적인 아름다움이 장면마다 깃들어있다. - 김초엽 (소설가) 김혜진의 소설에는 이야기의 강한 힘이 있다. 『깃털』을 읽으며 분명하게도 나는, 그 힘에 매료되었다. 매력적인 이야기들이고, 오래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한국에서 SF라는 장르의 영화를 고민하며, 김혜진 소설에 기대었고 가능성을 읽었다. - 민규동 (영화감독) ★우주장의사 세영의 특별한 의뢰, 표제작 「깃털」 우주를 건너는 새 ‘조에’를 만난다면, 인간 아닌 존재들에 인류애가 샘솟아버리고 만다! ★ 간병로봇이 질문하는 우리의 인간다움,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MBC ‘SF8’ <간호중> 원작소설! ★서로 다른 종족인 해인과 진주의 종말퀴어로맨스, 「백화」 해수면 상승으로 모든 도시가 물밑으로 가라앉고 크루즈들로 이뤄진 해상도시에 새로운 종족이 등장한다! 허블의 SF 작은 책 시리즈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첫 번째 책은, SF작가 김혜진의 세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 『깃털』이다. 표제작인 「깃털」은 황폐화된 지구와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만든 우주섬이 배경이다. 로봇 새 조에와 함께 죽은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우주 장의사 세영은 어느 날 지구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한 우주섬 남자의 연락을 받게 된다. 남자를 만나기 위해 우주섬에 도착한 세영은 법규상 우주섬 거주자는 우주섬 밖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고향인 지구를 뒤로한 채 남자는 죽어 가고, 우주공항에서 세영은 로봇 새 조에와 관련된 비밀을 누군가로부터 건네받게 되는데……. 「깃털」은 로봇 새 조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따뜻하고 몽환적인 SF소설이다. 소설 속 후각이 상실된 땅의 새들처럼 지금 우리에겐 어떤 감각이 훼손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남긴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간병 로봇 TRS의 이야기다. 주인공 성한은 몇 년째 깨어나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의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좌절감을 유일한 말벗인 TRS에게 내비치고, TRS는 성한의 어머니가 죽지 않을 경우 보호자인 성한이 자살할 확률이 95% 이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던 TRS는 병실 침대에 붙어 있던 ‘생명을 살리는 전화’로 접속해 최 신부와 통화를 하게 된다. 과연 TRS는 최 신부의 경고처럼 환자를 죽이는 걸 포기했을까? 아니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까? 성한은 죽게 되었을까? 단편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인간과 로봇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윤리적 문제를 포착한 작품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MBC SF 앤솔러지 시리즈 ‘SF8’ 〈간호중〉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백화」는 해수면이 끝없이 상승한 미래의 어느 해상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진화된 종족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진화가 계급이 된 세계에서, 진주는 용기를 내 배 위로 올라가기로 결심하고 그곳에서 해인을 만나게 되는데……. 한 편의 환상으로도, 한 편의 꿈으로도, 한 편의 퀴어SF로도 읽히는 이 소설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이라는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거짓말

<거짓말> 과연 그 누가 거짓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거짓말은 진실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도 삶이다. 상황과 심리로 풀어낸 거짓말에 대한 진실. 2010 제1회 청소년 디지털 작가 공모전 작가상 수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