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1993년 12월, 한국문학의 새로운 플랫폼이고자 문을 열었던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발간, 그 첫 스무 권을 선보인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문학의 황금기는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 시간의 주름을 펼치고 그 속에서 불멸의 성좌를 찾아내야 한다.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지 않고서는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미래 전망은 기억을 예언으로 승화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발견, 재정의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새로 엮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대와 장르 등 범위를 확대하면서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고,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매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7 김영하 장편소설 검은 꽃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17권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명민한 문장력으로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할 권리”를 끊임없이 주장해온 작가 김영하의 『검은 꽃』이다. 『검은 꽃』은 1905년 멕시코로 떠난 한국인들의 이민사(移民史)를 그려낸 장편소설로 2004년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 “가장 약한 나라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인생 경영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백 년 전 멕시코로 떠나 완전히 잊혀져버린 이들의 삶을 간결한 문장과 힘 있는 서사로 생생하게 되살려낸 이 작품은 1900년대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변함없이 뜨거운 울림을 준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안고 멕시코행 기선에 승선한 열한 명의 한국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외려 희망에의 배반이었다. 에네켄 농장의 채무노예가 된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멕시코 전역을 떠도는 신세로 전락한다. 한번 배반당한 희망은 소설을 관통하는 내내 회복되지 않는다. 낯선 땅 위의 한국인들은 안주에 대한 꿈을 간절히 이어가지만 멕시코에 불어닥친 혁명과 내전의 바람, 이웃나라 과테말라의 정변에 휩쓸려 전장을 전전하고, 발밑의 풀뿌리처럼 ‘신대한’을 국호로 내건 소국을 세워보지만 정부의 소탕작전에 의해 대부분 전사하고 만다. 이것은 분명한 민족수난사이다. 그러나 이 수난의 여정, 그리고 지난한 죽음의 형태를 통해 작가가 세상 바깥으로 던지려 한 것이 과연 역사의 동작뿐일까. 지난 세기, 작고 나약했던 우리 민족이 통과해온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 시대의 흔들림을 결코 무던히 지나갈 누군가의 입질로 여기지 않으면서, 우리는 『검은 꽃』을 통해 오래전 김영하의 손끝을 떠난 찌를 다시금 물어야 할 것이다. 소설은 비극과 희극이 수시로 교차하면서, 지옥에 비유된 배의 홀수선 아래 선실에서 밀림 속의 피라미드 신전 꼭대기까지,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는 인간 군상의 운명의 기복을 보여주고 있다. 화자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통해 지나간 역사의 한 단락을 조명하면서 인간과 세계의 근원적 불완전성에 직면하게 한다. 근대의 먼 항해가 곧 무를 향한 긴 여정임을 말하는 이 소설은 무거우면서 경쾌하고 광활하면서도 안정감이 있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_남진우(시인, 문학평론가) 김영하에게 역사의 ‘리얼리티’는 과거의 사라진 순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는 과거를 끊임없이 현재의 순간과 순간에 연결시킨다. 지나간 시간의 서로 무관해 보이는 경향들, 정념들, 활동들은 과거를 몰입하며 바라보는 그 현재의 순간으로 모여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민족적, 보편적이라고 불리던 하나의 제한과 진실은 사라지고 휘발된 가치들은 새롭게 뭉쳐 세계적인 것이 된다. 진정한 현재적 사유는 과거라는 토양에서 돌연 피어나는 어지러운 꽃들과 같다. _서희원(문학평론가)
<개정판|빛의 제국> 시대의 센세이션에서 명중한 예언적 자화상으로! 『빛의 제국』 개정판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3종이 출간되었다. 김영하라는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 뚜렷이 각인시킨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분단 이후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빛의 제국』,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이다. 북으로 귀환명령을 받은 남파간첩의 24시간을 긴박하게 묘사한 『빛의 제국』은 냉전문학의 이념적 계보를 스파이스릴러라는 장르로 해체해버리고, 신념과 가치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판에는 없었던 작가의 말을 싣고 오류를 바로잡았다.
<개정판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작가 김영하의 기원을 찾아서 복복서가에서는 2020년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아, '복복서가x김영하_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새로이 출간한다. 『검은 꽃』,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아랑은 왜』 세 권을 먼저 선보인 후, 2022년까지 총 열두 권을 낼 계획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김영하의 두번째 소설집으로, 199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초판이 출간된 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기말이었던 1999년, 등단 5년차의 신인 작가 김영하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라는 만화 제목을 연상케 하는 소설집을 발표한다. 첫 소설집 『호출』에서 이미 기발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문단을 놀라게 했던 김영하는 이 두번째 소설집에서 유려한 서사적 테크닉으로 기왕의 작가적 재능을 더욱 숙성시켜 세상에 내놓았다. “읽는 이의 마음을 맑고 정결한 물기로 적시게”(오정희) 한다는 평을 받은 「당신의 나무」부터 카프카적인 유머로 쉴새없이 몰아치는 표제작, 그리고 사회의 밑바닥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비상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 처한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해 만개한 작가적 역량을 선보인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후 한국 문학의 정서적 기조와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흡혈귀, 투명인간, 삐끼처럼 기존의 문학장 안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캐릭터들을 사용하여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의 불가능성, 희망 없는 삶을 묘파해냈다. 평론가 백지연은 김영하가 다루는 이야기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그 위험한 새로움에 주목하며 이렇게 적었다. “김영하가 앞으로 써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며, 우리는 문학의 가치 의미를 뒤집는 더욱 불온한 형태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탐험가로서의 작가 김영하, 장르를 넘나드는 파격의 향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작품들은 파격적이다. 비극과 희극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 결말, ‘고상함’과는 거리가 먼 대담한 묘사. 지금 읽어도 새롭지만, 소설들이 발표된 약 20년 전에는 갑자기 튀어나온 당돌한 신인작가의 무모한 모험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예 작가 김영하의 이러한 도전이 단순한 도전에 머물지 않은 것은 본격문학 바깥의 다양한 존재들을 끌어들여 환상문학적 설정으로 다룰 때조차도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소통 부재, 이해의 불가능성 같은 묵직한 주제들을 특유한 단단한 문체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김영하에게 포착된 일상의 단면들은 흥미로운 상상력의 이야기로 탈바꿈되어 독자들에게 던져진다. 90년대에 한국문학의 뉴웨이브를 대표하던 김영하는 20년이 흘러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이 소설집을 읽는 것은 김영하라는 작가의 기원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탐험이 될 것이다.
<개정판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가 가장 자유롭게 쓴 신비롭고 날카로운 단편소설의 정수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복복서가x김영하_소설’의 여섯번째 작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이다. 2010년 문학동네에서 처음 출간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김영하가 세계의 여러 도시, 여러 장소에서 마치 즉흥연주를 하듯 마음 가는 대로 써내려간 매혹적인 이야기 열세 편을 모은 독특한 소설집이다. 가장 현재적인 징후를 기민하게 포착해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어 온 김영하 소설 특유의 매력은 이 작품집에서도 여전하다. 여기에 삶의 부조리함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은 깊이를 더한다. 김영하만이 쓸 수 있는 기이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악어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사라진 천상의 목소리, 자신이 로봇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와의 만남, 친밀감을 관장하는 센서가 고장나버린 남편, 참혹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중학교 동창과 보낸 예상 밖의 하룻밤 등 김영하만이 쓸 수 있는 기이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형식적으로도 환상문학, SF, 로맨스, 미스테리 등 장르의 변용뿐만 아니라 중편에서부터 시에 가까운 초단편 소설까지 다채롭게 구가되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수록작들은, 통념적 윤리의 세계를 경쾌하게 충격하고, 설명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세계의 비합리가 틈입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한편, 언제라도 격발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폭력의 기미를 공포스럽게 그려내기도 한다. 인간의 폭력적 심성과 삶의 불안한 기반은 짐짓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서술 속에서, 때로 현실원리를 넘어선 환상적 구조 속에서 더욱 선연히 드러난다. 특별한 작가의 말 - 수록작들 탄생의 배경 복복서가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수록작의 순서를 바꾸고 1부에서는 단편들을, 2부에서는 초단편들을 묶어 실었다. 각 단편들의 창작 과정에 대한 일종의 코멘터리처럼 읽히는 개정판 작가의 말은 복복서가판에서만 만날 수 있다.
<개정판 | 오빠가 돌아왔다> 발랄, 대담, 예측 불허의 이야기들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복복서가x김영하_소설’의 다섯번째 작품은 『오빠가 돌아왔다』이다. 이 작품집이 출간된 2004년은 작가 김영하에게 특별하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발간 직후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는데 이후로 김영하는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잇따라 받으며 그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었던 이른바 ‘문학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한 해에 한 작가에게 큰 상을 몰아주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오랜 관례가 깨진 것이다. 이 해를 기점으로 김영하는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에서 일약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로 발돋움한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2004년 창비에서 초판이 나오자마자 발랄하면서도 대담한 문체와 예측을 불허하는 이야기로 평단을 충격하는 동시에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었고, 2010년 문학동네로 옮겨서도 여러 쇄를 거듭하며 사랑받아온, 김영하의 대표적 소설집이다. 이 작품집은 “독자들을 계속 호기심으로 몰아넣는 소설”(조남현), “현실적 주류 질서 경계 바깥의, 혹은 그것에 가려 숨겨진 우리 삶의 허방의 영역을 천연덕스럽게 병렬”시켜 “삶의 허방과 이 사회의 병적 징후들을 허심탄회하게 목도하게 만든다”(이청준)와 같은 고평 속에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수록작 보물선으로는 “‘구성이 치밀하고 어조가 힘찰 뿐 아니라 후보작들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허황하고 몰역사적인 거품의 삶과 편집광적인 가짜 역사의식의 합작품’인 운명의 파탄을 그린 깊이 있는 작품”(황현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흥미로운 인물들 수록작들은 경쾌하면서 전복적인 문체로, 흥미롭고 생생한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긴장 속으로 단숨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막돼먹은’ 가족 구성원들(「오빠가 돌아왔다」), 주가조작에 가담하는 증권사 직원과 망상에 사로잡힌 테러범이 된 왕년의 운동권(「보물선」), 두 친구의 비극적 운명을 곁에서 지켜보며 말할 수 없는 결핍을 느끼는 소설가 (「그림자를 판 사나이」), 폭력적 타자화를 통해 허위의식을 지키려는 사람들(「이사」, 「크리스마스 캐럴」), 냉소적 위악으로 윤리적 파탄을 방어하는 국회의원 보좌관(「너를 사랑하고도」) 등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발간 15년이 지났음에도 마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로 보인다. 서로 다른 욕망이 팽팽하게 힘을 겨루는 이 이야기들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진부함의 위험한 이면을 폭로하는 역설의 미학이다. 태연히 탈규범의 세계를 종횡하는 역설의 미학은, 유머러스하게 때로 섬뜩하게, 상투적 윤리의식과 매끈한 상식으로 위장된 삶의 구멍을 드러내어 우리로 하여금 비로소 그것을 마주보게 만든다. 현대적 이야기와 미학의 절묘한 조화 이야기가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소설적 미학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오빠가 돌아왔다』. 복복서가판에서는 수록작의 순서를 바꾸고 2020년대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또한 수록작들로 수상하게 된 문학상 심사평과 당시 화제가 되었던 작가의 수상 소감도 발췌하여 함께 실었다.
<개정판 | 아랑은 왜> 변화를 거듭해온 『아랑은 왜』, 완전판으로 거듭나다! 전설의 기원을 파헤치는 동안 연쇄살인의 비밀이 드러난다 복복서가에서는 2020년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아, '복복서가x김영하_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새로이 출간한다. 『검은 꽃』,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아랑은 왜』 세 권을 먼저 선보인 후, 2022년까지 총 열두 권을 낼 계획이다. 『아랑은 왜』는 작가 김영하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2001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전통적인 소설 쓰기의 방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 20년 넘게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아랑은 왜』가 이번 복복서가판에서 다시 한번 전복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애초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더 가까워진 형태로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또한, 이전 판에서 누락되었던 중요한 몇몇 대목들을 바로잡았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로서의 면모가 더욱 분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소설의 주제의식도 명확해졌다. 새로운 『아랑은 왜』에서 독자들이 작가와 함께 전설의 기원을 파헤치는 동안 연쇄살인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과 함께 만들어가는 추리소설 『아랑은 왜』는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추리소설이자, ‘소설 창작’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작가의 목소리가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 독자에게 말을 걸고,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사건을 풀어나가도록 한다. 추리소설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창조되고 변화하는 과정, 즉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이야기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마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퍼즐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억울하게 죽어 나비가 된 아랑의 이야기 ‘아랑 전설’을 소재로 한 여러 판본들을 살핀다. 그리고 각종 문헌의 타당성을 따지며 그 이야기들의 빈틈을 메꾸어나간다. 탄탄한 고증을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정교하게 숨겨진 복선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알기 어렵다. 지적 퍼즐을 푸는 것 같은 독서 체험을 통해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와 같은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은 작가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이야기의 주인이라고 착각하지만 이야기의 주인은 이야기다.”
<호출>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6권 가운데 앞서 출간된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에 이어 나머지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김영하식 슬픔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국의 이십대 또는 이십대적인 삶을 그려낸 『퀴즈쇼』 그리고 충격적인 첫 소설집 『호출』이다. 나르시시즘, 모방 욕망, 죽음 충동 등과 같은 현대의 증상을 명쾌하게 포착하면서 특유의 대담하고 건조한 문체를 보여주는 『호출』은 총 열한 편의 단편으로 매력적인 날것의 세계, 간헐천처럼 분출하는 위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수록작들의 순서를 재구성하고 표현을 세밀하게 다듬으면서도 첫 소설집이 주는 날것의 느낌은 살려 담았다. 또한 원숙기에 접어든 작가가 자신의 기원을 되돌아보며 쓴 ‘작가의 말’을 새로 실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6권 가운데 앞서 출간된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에 이어 나머지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김영하식 슬픔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국의 이십대 또는 이십대적인 삶을 그려낸 <퀴즈쇼> 그리고 충격적인 첫 소설집 <호출>이다. 작가 스스로 우울에 침잠하여 쓴 고아들의 이야기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버려진 존재들의 삶을 파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취약성을 보여주며, 이와 동시에 구성원에 대한 돌봄을 수행하지 못하고 붕괴해가는 사회구조를 드러낸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대폭주가 사라진 시대에서의 감회를 담은 '작가의 말'을 새로 실었다.
<퀴즈쇼>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6권 가운데 앞서 출간된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에 이어 나머지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김영하식 슬픔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국의 이십대 또는 이십대적인 삶을 그려낸 『퀴즈쇼』 그리고 충격적인 첫 소설집 『호출』이다. 노력과 운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통찰하는 『퀴즈쇼』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21세기 청춘의 풍속도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문장을 세세하게 다듬고, 소설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소회를 담은 ‘작가의 말’을 새로 실었다.
<오직 두 사람> 더 성숙한 아이러니의 세계로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7년간 지면에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오직 두 사람』은 작가로서 김영하의 내적 전환이 일어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분기점이 되는 작품집이다. 단편을 쓸 때의 김영하는 장편을 쓸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반전과 아이러니, 블랙유머는 김영하 단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김영하 단편의 중요한 특징인 반전과 아이러니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독자를 끌고 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동안 몰입하며 읽어왔던 이야기, 스스로 상상해왔던 결론을 다시 검토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짧은 이야기를 읽었음에도 이야기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느끼게 된다. 표제작인 <오직 두 사람>은 얼핏 사부곡처럼 보이는 딸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독자는 자신이 상정해왔던 인물들의 관계가 사실과 크게 다름을 깨닫게 된다. 독자는 앞으로 돌아가 다시 소설을 읽게 되며, 그제서야 소설의 서두에 아련한 듯 언급한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