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리아나와 조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낮에 본 그녀는 전날 밤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천장이 높은 식당으로 새어 들어오는 적나라한 햇빛 속에서도 얼굴은 말갛고 모공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투명한 푸른색 눈동자에는 회녹색 반점들이 섞여 있었다. “실은 널 만나려고 여기서 세 시간이나 기다렸어.” 조지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웃음을 터뜨릴 거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리아나는 이렇게 말했다. “기분 좋은데.” _p.31 “3년마다 새 출발 하는 게 신물이 나. 그렇다고 동정해달라는 건 아니야. 이 모두가 자업자득이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여대생은 이제 내가 아닌 것 같아. 나는 덫에 걸렸고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끔찍한 짓을 저질렀어. 그리고 이젠 그 일 때문에 평생 벌을 받아야 하고.” 리아나가 살짝 웃자 눈가에 잔주름이 잡혔다. “나 동정해달라는 거 맞네. 한심하다. 지금 극도로 감상적인 상태라 그래. 정말이야. 그냥 이렇게 도망치는 게 지긋지긋해. 요즘엔 만약 자수해서 감옥에 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끊임없이 상상한다니까.” _p.105 조지는 그 상황에서 완벽한 배우였다. 자신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옳은 일을 하려는 착한 사람이었다. 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겁에 질린 여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는 사람. _p.199 머리 위 형광등의 환한 불빛 탓에 어두운 실내가 잘 안 보이는 듯했다.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가끔씩 입을 법한 검은 면바지에 초록색 반팔 블라우스를 입었다. 초록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조지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좁은 어깨, 넓은 골반, 놀랍도록 이국적인 눈동자. 리아나가 그를 발견했다. 조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고, 리아나는 입구의 환한 불빛에서 걸어 나와 실내의 어둠 속으로 들어왔다. 바 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테이블로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살짝 기댔다. 그녀에게서 예전과 똑같은 냄새가 났다. 시나몬 껌 같은 냄새. 불과 몇 주 사이에 이 냄새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_p.232 사진은 없어도 당시 리아나가 입고 다닌 옷이라든가 그녀가 생활한 기숙사 방의 정확한 크기와 실내장식, 펜을 쥔 손의 모양, 담배를 피우는 모습, 입술의 정확한 맛을 또렷이 기억했다.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마음이 늘 그때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고 지나쳤던 것들까지도 거의 전부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기억을 개조하고, 여기저기 어설프게 손보고, 심지어 위조까지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귓속말 전달 게임에서 조금씩 왜곡되는 이야기처럼 믿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_p.282 변신. 조지에게는 저주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재능이고 장기이며 능력이었다. 리아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그러고 나면 예전의 자신을 쉽사리 죽여버렸다. 그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도 모조리. 변신이 그녀의 재능이라면 조지는 그녀가 왜 자신에게 끌렸는지 알 수 있었다. 조지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늘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리아나가 보스턴으로 그를 찾아온 것이다. 사건을 종결짓기 위해서도, 그를 다시 보고 싶어서도, 곤경에 빠져 그 의 도움이 필요해서도 아니었다. 조지가 어떤 역할, 아주 작은 단역을 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게 하려면 그저 예쁜 모습으로 바에 앉아 겁에 질린 척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_p.361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난 지금, 혹시 살인자의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 작가 피터 스완슨의 ‘아파트먼트 스릴러’ “뼛속까지 시리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 읽고 나면 당장 집 안의 모든 창문과 문을 한 번씩 체크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독자 ByJon Lathamon 책 소개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피터 스완슨이 이번엔 히치콕 스타일의 ‘아파트먼트 스릴러’를 들고 우리 곁을 다시 찾았다. 보스턴의 부촌 비컨힐에 있는 ㄷ 자 모양의 이탈리아식 공동주택에서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관음증과 복수, 데이트폭력, 혐오범죄, 살인 사건에 휘말린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공동주택을 배경으로 하고 관음증을 소재로 한 히치콕의 영화 <이창>을 떠올리게 한다. 전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으로 불안 장애와 신경증에 시달리는 케이트는 미국인 육촌인 코빈의 제안으로 보스턴에 온 첫날, 옆집 303호의 문을 두드리며 ‘오드리’를 찾는 여자를 본다. 결국 303호에 살던 오드리 마셜은 죽은 채 발견된다. 친척인 코빈의 집은 넓고 살기 편한 곳이었지만, 케이트는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자꾸만 찾아오는 불안과 걱정이 자신의 불안 장애 탓이라 생각해보지만 서랍 속에서 303호 아파트의 열쇠를 발견한 순간 모든 걱정은 현실이 된다. 게다가 우연히 안뜰에서 만난 312호 남자는 자기가 몰래 303호 여자를 훔쳐보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게 아닌가. 아파트 근처를 서성이던 또 다른 남자는 303호 여자의 옛날 남자친구라며 케이트에게 이것저것 캐묻는다. 그리고 케이트가 단서를 찾다가 친척인 코빈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한 것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괴물이었고, 어머니는 피해자였죠. 그래서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겁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최신작! “정점에 오른 스타일리시한 스릴러” The Guardian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피터 스완슨이 ‘이웃의 살인자’라는 흔한 소재로 흔하지 않은, 스타일리시한 스릴러를 선보인다. 헨리에타(헨)는 옆집의 매슈와 미라 돌라모어 부부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옆집을 구경하던 중, 매슈의 서재 벽난로 위에 놓인 펜싱 트로피를 본 헨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헨은 매슈가 ‘더스틴 밀러 살인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런 의심은 곧 확신이 된다. 문제는, 헨이 매슈가 살인자임을 안다는 사실을 매슈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헨은 경찰에 증언을 하려 하지만 조울증을 앓던 헨의 과거에 일어난 사건 탓에 경찰은 헨을 믿어주지 않는다. 살인마의 이웃에 살게 된 헨은 어느새 그와 ‘특별한’ 관계가 되고… 헨은 과연 매슈 돌라모어의 범행을 밝혀내고, 또 이 살인자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