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구
박백구
평균평점 5.00
전남편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5.0 (1)

남편에게 속아 철저하게 미끼로 이용당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그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 아이든은 아스랄다의 짧은 머리와 밋밋한 가슴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오스칼에게는 딸만 있다고 들었는데.” 그의 차갑기 그지없는 흑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녀는 결심했다. “누이는 죽었습니다. 8년 전에.” 절대로, 두 번 다시 당신의 손에 놀아나지 않겠노라고. - 아이든은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만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조금 전 넘어지면서 생긴 그녀의 상처를 제 손등으로 부드럽게 보듬었다. 그 상태로 그는 한참 동안 긴장한 듯 아스랄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흘 전, 그의 귓가를 울렸던 아스랄다의 목소리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누이는 죽었습니다. 8년 전에.’ 적막한 방 안에 아이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스랄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지……?”

대공의 치료제로 죽을 운명입니다

난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아. 디아나 아카리아는 자신의 스물두 번째 생일날 헐값에 팔렸다. 넥타 네오안 대공의 하룻밤 상대로. 그렇게 깜깜한 침실 안으로 발을 디딘 디아나는 희끄무레한 달빛에 의지해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형상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번들거리고 있는 단단한 몸과 마치 새카만 짐승의 그것처럼 위협적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두 눈. 쾅! 이내 등 뒤로 문이 굳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마침내 대공이 어둠 속에서 명령했다. “침대 위로 올라오도록.” * * * 이프탄 제국에는 특별한 이능을 가진 채 태어나는 이들이 있었다. 그건 디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디아나의 이능은, 스스로의 생명을 깎아 타인을 치료하는 것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