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 너도 즐겼잖아. 나만 즐긴 건 아닐 텐데.” ‘셋이 하는 결혼.’ 도망간 언니 대신 결혼식장에 서는 날, 레이네는 그 말을 떠올렸다.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남자, 대공. 대공의 약혼녀이자 칭송받는 미인, 언니. 그리고 그런 언니의 대역을 맡은, 레이네 자신까지. “기왕 가족한테 버림받고 팔릴 거, 나한테 팔리는 게 낫지 않나. 제국에서 당신을 이렇게 높게 쳐 주는 사람도 없을 텐데.” 어차피 평범한 조연인 자신의 것이 아닌 결혼이었다. 그렇기에 냉랭하고 싸늘한 남자의 태도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사랑하는 내 동생 레이네, 내 남편을 돌려줘. 대공 전하와 이혼해 달라는 말이야.” 돌아온 언니에게 원래 자리를 돌려주려고 했을 때. “헛소리 지껄이지 마. 정 이혼하고 싶다면 정부로 살아. 너는 죽어도 살아도 못 벗어나.” 그는 이혼을 거부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