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시절 하룻밤을 보냈던 남자와 1년 뒤, 상사로 만나게 되었다.예상과 다르게 마주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불편한 마음을 숨기며 그를 밀어내는 그녀와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 * *“그거 알아요? 내가 얼마나 이렇게 하고 싶었는지?”도하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눈을 감았다.입맞춤의 시작은 부드러웠다.입술을 떼어 내고 그녀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관찰하듯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잠시 침묵하던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이젠 못 멈춰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져이진은 순간적으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이,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한때는 서무헌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였으나, 지금은 버려야 할 패가 되었다. 버려지기 전 스스로 떠나기로 한 여자, 이연아. “이혼해주세요.” “오늘 밤 만들면 되겠네, 아이.” “……네?” 그녀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빠르게 번졌다. “아프면 깨물어도 돼.” 그의 몸이 닿자 기분 좋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너무도 좋았다. “아기가 생기면 이혼은 없던 일로 되는 건가?”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온몸이 반응했다. 내가 다시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의미로든.
“침대에서, 잘하나?” 주어가 생략되어 있지만, 지원은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배움은 빠른 편이에요.” “솔직해서 좋네.” 복수를 위해 계약 결혼을 부탁하는 여자, 소지원. 호기심으로 계약을 받아들이는 남자, 남기준. “나랑 결혼하는 이유가 뭐예요?” “너 예쁘잖아.” “……그게 이유에요?” “다른 이유가 필요한 건가? 혹시 사랑 같은, 그런 시시한 거?”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그의 입가엔 조소가 걸려 있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긴 아슬아슬한 결혼생활, 그녀의 복수와 그의 욕망은, 과연 같은 곳으로 향할 수 있을까.
“돈 때문에, 나간 거잖아. 맞선.”도겸의 말에 주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입매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다른 남자에게 팔려갈 뻔한 걸 구해준 사람이 누구일까?”주아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전혀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그냥 나를 조금만 배려해 줄 수 없어요?”“가만히 누워있으라는 게 나의 배려인 거 모르나?”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두 사람의 엉망진창인 결혼생활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았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주아의 귓가에 낮고 탁한 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그러니까 얌전히 누워 있어.”
“배란일이에요, 오늘.” 무심하기 짝이 없는 이건은 오직 침실에서만 소윤에게 집중했다. “눈을 떠야지. 누가 널 잡아먹는지 확인은 해야지.” 둘만의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간 이건도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을까. 소윤의 바람은 사소한 것인지, 주제넘은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저랑 결혼한 이유가 뭐예요?” 소윤은 초조한 마음을 숨기며 이건의 얼굴을 기민하게 살폈다.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걸까?” “진심을 듣고 싶어요.” 소윤을 빤히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을 이었다.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았어.” 소윤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8년 만의 재회.밑바닥부터 악착같이 기어오른 남자, 강우재.제영시의 공주님에서 재투성이가 되어버린 여자, 이차영.강우재는 차영에게 계약을 제안한다.“재미있을 것 같거든. 널 갖고 노는 거.”“…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말도 안 된다. 도망쳐야 한다.차영의 본능이 소리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현실에 결국 그의 앞에 서고 만다.“확인하고 싶은데.”“…네?”“확인하고 싶은 걸 묵혀 두는 성격이 아니라.”물건의 상태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냐는 당연한 태도.모멸감이 차영의 온몸을 덮쳤다.“이제 와 후회해도 소용없을 텐데.”차영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 어깨의 짐을 내려놓는 대신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구역질이 나지 않는 유일한 여자니까.”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면, 하지 않을 결혼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만 않았다면, 연제혁의 손을 잡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계약은 1년마다 갱신. 최대 5년까지. 괜찮겠습니까?” 그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래아의 얼굴에 난감함이 번졌다. 그녀가 당황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도 이어지는 제혁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아이 낳을게요. 하지만 다른 방법은 싫어요.” 래아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대답이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길 바라며.
“제가 우재원 씨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인가요?” 세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할 리가 없었다. “진세아 씨는 돈이 필요하고, 나는 아이를 낳아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될 것 같은데?” “…지금 저한테 하신 제안, 굉장히 무례한 거 아시죠?” 가세가 기운 건 순식간이었다. 남자가 선을 넘어오는 건 그보다 더 빨랐다. 어처구니없는 제안에도 재원의 얼굴은 불쾌할 만큼 단정해 세아를 진저리치게 했다. “전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요.” “아무것도 없는 게, 내가 필요한 거라서.” 정중한 말투로 제안하면서도 우재원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오만했다. 마치 세아가 그 제안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결혼합시다, 우리.”
“주변 정리는 빨리해야 할 거야. 상황이 달라질 테니까.” 일방적인 파혼으로부터 벌써 1년. 마음의 상처가 간신히 아물었을 때쯤, 그가 찾아왔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우아하고 오만한 남자. 제강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전 약혼자인 유중원이. “알아듣게 얘기해요.” “결혼할 텐데, 주변이 지저분하면 곤란하잖아.” 머리는 두 번 다시 얽히지 말라 경고음을 보내지만 제 심장은 여전히 그를 향해 뛰고. “홍지온, 너한테도 나쁜 조건은 아닐 텐데.” “언제까지 내가 중원 씨한테 휘둘려야 하죠?” “휘둘리기는 했고?” 간신히 그를 밀어냈다고 생각했으나 기어코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마는데. 아버지의 결혼장사에 또다시 희생되느냐. 그와의 거짓된 결혼 생활 후 자유를 얻느냐. 동상이몽의 두 남녀가 내린 '오만한 선택'의 결과는?
“너한테 목매고, 의지하는 걸 기대했다면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교통사고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두문불출한다는 재경과 이복언니 대신 결혼식도 없는 정략결혼을 하게 된 이샘. 재경의 첫인상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라 생각 못할 정도로 체격이 다부지다는 것이었다. 얇은 속쌍꺼풀이 있는 커다란 눈매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진한 눈동자. 그러나 이샘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마.” “그래도 전 이 결혼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내 편에 선다는 건가?” 누구도 믿지 못하는 차가운 남자 재경의 곁에서 이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서히 그를 물들여 가는데. “성이샘, 나한테 집중해야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뜻밖의 대외비를 공유하게 된 순간, 짐승 같은 남자의 본색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