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장강명
평균평점 3.50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한국 소설문학의 희망,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장편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경장편소설 분야에서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문학동네작가상이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안보윤, 정한아, 황현진 등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의 이번 수상작은 한겨레문학상,...

재수사 1

장강명, 6년 만의 신작 장편공허와 불안의 한복판을 타격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서사!장강명, 6년 만의 신작 장편공허와 불안의 한복판을 타격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서사! “올여름, 마침내 나는 상상 속의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소설이다.”《표백》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한국이 싫어서》…&helli...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한 노마드 청춘의 등장 거침없는 수다로 한국 사회의 폐부를 드러내는 글로벌 세대의 ‘문제적’ 행복론 사회 비판적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 일본 대중 문학의 기수 오쿠다 히데오에 비견되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한겨레문학상·수림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에 이어 최근의 문학동네작가상까지, 문학상 4관왕 성취를 이룬 작가가 수상작들을 출간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이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학벌·재력·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등단작 『표백』이 청년 문제를 생산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통찰하고 최근 호평을 받은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사회와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오타쿠라는 ‘개인’의 영역을 통찰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한계를 모색한다. 깊이 있는 주제를 장강명 특유의 비판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장과 독자를 끌어당기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표현했다.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글로벌 세대’의 글로벌 행복론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계나는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서 꾸역꾸역 근무하던 중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의 지옥철은 더더욱 참지 못한 나머지 사표를 제출한다. 말리는 가족과 눈물로 호소하는 남자 친구, ‘외국병’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난 계나는 국수 가게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학원을 다닌다. 크고 작은 위기들을 극복하며 어학원을 수료한 뒤 회계학 대학원에 입학해 안정을 찾아 가던 계나는 남자 친구였던 지명으로부터 청혼에 가까운 고백을 받는다. 두 달 동안의 방학을 그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게 된 계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남자 친구와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아파트까지, 많은 것이 갖추어진 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다시 호주행을 선택하는데……. 첫 번째 출국이 한국이 싫어서 떠난 도피의 길이었다면 두 번째 출국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의 길. 계나는 점차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 취재에 기반한 사실적인 소설 취재는 장강명 소설의 특징 중 하나다. 내면적 성찰이나 관념적 상상력의 비중이 큰 일군의 문학들과 달리 장강명 소설은 취재하고 조사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작품에 대한 짧은 언사나 소회가 대부분인 ‘작가의 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역시 작품을 쓰는 데 도움 받은 사이트나 사람들에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페이지 터너로서의 장강명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조사하고 취재한 다음 그것을 사실처럼 묘사하는 탁월한 능력에서 비롯된다. 『한국이 싫어서』 역시 각종 유학 정보 사이트와 관련 도서를 비롯해 실제 호주 유학을 경험한 인물과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다. 유학 과정에서 겪은 몇 차례의 연애담과 크고 작은 사건들, 호주 시민권을 얻기까지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사실적 묘사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사성 있는 소재를 통한 사회 비판적 소설 사회 비판적 시선이 두드러지는 시사적 소재를 통해 세대 문제를 비롯한 사회의 그늘을 조명하는 것 역시 장강명 소설을 관통하는 뼈대다.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장편소설 『표백』은 이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존재해 더 이상 세상에 공헌할 길이 막혀 버린 탈색된 젊은이들, 즉 ‘표백’된 세대의 연쇄 자살을 그렸다. 최근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은 『2세대 댓글부대』는 인터넷 저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력과 그 사수인으로 살다 용도 폐기되는 낙오자들의 참혹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대중조작의 폭력성을 다루었다. 『호모 도미난스』 역시 형식은 SF 소설이지만 오로지 이기기 위해 유전자 스스로 진화를 거듭해 타인을 지배하는 ‘힘’을 갖게 된 새로운 인류 ‘호모 도미난스’에 대한 이야기로, 무자비한 사회를 출현시키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여 준다. 『한국이 싫어서』 또한 사표 내고 이민 가는 등, 소박한 욕망에 비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처해 있는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불만만 거듭하는 사람들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절망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시의성 있는 소재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특유의 통찰력은 장강명 특유의 색깔이 되어 가고 있다. 기존 작품들이 어두운 무채색 계열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충족시켜 줄 것이다. 추천사 무엇보다 나는 이 작품을 쓴 작가가 장편 『표백』으로 등단한 ‘장강명’임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그의 데뷔작을 또렷이 기억한다. 아무것도 색칠할 수 없는 흰 그림 같은 세상에서 청년 세대는 표백되어 간다. 그들은 본인의 피로 하얀 전쟁터를 물들인다. 오늘날 젊은 날의 초상은 스스로의 존재를 오직 죽음으로써만 선언하는 붓질로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가 한국이다.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고 강자를 우대한다. 그는 차별적 포함과 배제의 메커니즘으로, 담장 안쪽의 모든 이를 통제하고 순종시킨다. 자유를 영위하며 사는 줄 알았던 곳이 실제로는 거대한 사육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주하지 않고 결행함으로써 그녀는 또래와 엇비슷한 생활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한다. 과연 계나는 먹고 사는 데 급급한 생존을 존재하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해설에서 / 허희(문학평론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마포구의 리얼맨, 영등포의 레인보우걸, 은평구의 프로스트퀸... 당신 이웃에 있는 슈퍼히어로는 누구입니까? 장강명, 구병모 등 인기작가 8인이 선보이는 슈퍼히어로 단편집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출간되어 화제를 모은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이은 두 번째 슈퍼히어로 단편집이다. 신라 시대부터 근미래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슈퍼히어로'라는 낯설고도 흥미로운 소재를 한국적 정서와 결합한 이색 앤솔러지로서, 장강명, 구병모, 김보영, 듀나, 곽재식, 이수현, dcdc 등 주목받는 작가 8인이 참여하여 폭발적인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냈다. ""책 속에서는 히어로들이 초능력을 쓰고, 날아다니고, 결투를 벌이지만, 여전히 이들의 삶은 현대 한국과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반영한다. 세상이 변화하면 히어로들의 고민도 변화한다. 싸워야 할 적과 문제도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들은 여전히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의 말 중 과연 슈퍼히어로도 별점에 신경쓸까?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슈퍼히어로가 한국에 오면 어떻게 될까? 임태운 작가의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에선 각 지역구마다 영역을 두고 핸드폰 앱으로 시민의 도움 요청을 받으며, 시민들이 준 별점 하나에 울고웃는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저격수와 감적수의 관계」에서는 슈퍼히어로물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순간이동' 능력으로 인명을 구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떠한 일인지 상세히 묘사된다. 순간이동할 장소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야 하며, 심지어 순간이동도 바닥보다 살짝 뜬 상태이기 때문에 착지하는 순간 부상을 입을 우려까지 있다. 「주폭천사괄라전」에선 술만 마시면 괴력을 발휘하는 여자친구를 둔 편의점 알바생이 나오는가 하면, 「로그스 갤러리, 종로」에선 관공서에 낙서를 한다는 이유로 악당으로 치부된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언론에선 매일 여론몰이에 한창이고, 종로에선 매일 슈퍼히어로를 몰아내야 한다는 시위가 벌어진다. 심지어 과거 그 슈퍼히어로에 대한 긍정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인기 연예인이 공개 사과를 하고, 과거 슈퍼히어로의 자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인권 단체가 네티즌의 공격을 받기까지 한다. “인권조례가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국학부모연합은 ‘초능력이 있거나 없거나에 관계없이 평등하며’라는 문장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손가락을 누르자 자동 검색어로 뜨는 ‘마포구 리얼맨’. 평점 4.64로 서울특별시 별점 랭킹에서 7위에 올라 있다. 0.02나 떨어진 걸 보니 또 한 번 별점 테러단이 출동한 모양이다. 라이벌 히어로의 팬일 수도 있고, 랭킹이 낮은 히어로 본인의 열등감 표출일 수도 있다."" │작품별 줄거리 알골 - 장강명 알골로 지칭되며 한날 한시에 출연한 초인 셋, 우주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진 이들은 각성 중 일으킨 세 건의 대형 사고 후, 화성궤도에 몸을 숨긴다. 작가로서 그들과 만나기 위해 떠난 나는, 화성궤도 위에서 기이한 장면을 목격한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 임태운 평범한 공익근무요원이지만 위기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마포구의 리얼맨으로 활약중인 박우람. 그는 요즘 히어로앱에서 자신의 놀라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별점이 떨어지는 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슈퍼히어로들이 능력을 삭제한다는 '리무버'라는 빌런에 대한 소문이 돌고, 박우람은 '리무버'의 실체를 찾아내려 단서를 수집하는데... 저격수와 감적수의 관계 - 이수현 초인으로 구성된 특수구조팀 김세이와 안지안은 통영 케이블카 사고 현장에 순간 이동으로 도착한다. 케이블카 안에 갇힌 심혈관 환자를 구조하라는 임무지만, 순간이동의 제약 조건 때문에 구조 작업은 난관에 봉착한다. 웨이큰 - 구병모 가상 테마파크 익스피리언스 파크에 체험학습을 온 초등학생들이 해커가 만들어낸 가상의 테러범 공격으로 졸지에 인질이 되고만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가상세계로 구조대가 투입되고, 이들은 데이터에 불과한 테러범들의 공격에 총상을 입는데. 영웅도전(英雄盜傳) - 곽재식 장보고가 세상을 뜨자 바다에 해적들이 난립하기 시작한다. 해적 중 오직 관청과 부유한 진골의 재물만 훔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어 의적으로 널리 이름 알려진 '영웅도'는 청해진 북보에 있는 창고를 공격한다. 그러나 창고를 지켜야 할 병사들은 온데간데 없고 겁에 질린 한 남자가 밧줄로 자신의 몸을 꽁꽁 묶은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캘리번 - 듀나 적사병으로 모든 생명체가 기괴하게 변해버린 대구, 한 소년이 죽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그를 구한 건 자신을 '블루 스펙터스'의 일원이며, 지역 탐색과 연구, 생존자 구출을 위해 왔다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었다. 주폭천사괄라전 - dcdc 편의점 알바인 나는 술만 마시면 괴력을 발휘하는 여자친구를 둔 덕에 형사에게 취조를 받는다. 그는 내가 유일한 보호자라며, 여자친구의 난동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그녀를 말려달라고 하는데... 로그스 갤러리, 종로 - 김보영 수십 건의 테러를 했다는 이유로 대중의 표적이 된 초인 '번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그는, 국가 기물에 조롱하는 낙서를 남겼다는 이유로 악당 취급을 받으며 10억의 현상금이 걸린다. 빙결 능력자인 '서리'는 현상금에 관심을 갖고, 번개를 잡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산 자들

<산 자들>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포착하는 10편의 연작소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한낮의 노동과 경제 문제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작가의 말에서

댓글부대 :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댓글부대 :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할인]> 장강명 장편소설 『댓글부대』. 인터넷저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그들의 하수인으로 살다 결국 용도 폐기되는 이십 대 젊은이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댓글정치’가 지닌 대중조작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우리의 소원은 전쟁> 『표백』,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작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 “우린 다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2016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얼굴이자 대세로 떠오른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표백 세대’라 명명한 젊은 세대의 ‘자살’을 다룬 『표백』, 한국을 탈출해 ‘이민’에서 미래를 찾는 『한국이 싫어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댓글부대』 등으로 지금, 이곳을 기록해온 장강명이 이번에는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3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근미래 액션 스릴러이다. “우리 시대를 다루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온 장강명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오늘의 한국 사회와 우리의 적나라한 민낯을 직면하게 만들면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라는 정체성을 극대화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혼돈으로 가득한 북한 장풍군에 수상한 사내가 등장한다. 얼굴에 칼날 같은 흉터가 있는 이 사내의 이름은 장리철. 이유는 숨긴 채 신천복수대 출신을 찾아 헤매다 남한과 가장 가깝다는 장풍군으로 흘러들게 된다. 한편 북한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으로, 영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두 번 오게 된’ 남한 청년 강민준. 그의 불행은 악명 높은 황해북도 장풍군 희망부대로의 파견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마약수사팀 소속 미셸 롱 대위와 함께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휘말리는데……. 매 작품마다 한국 사회에 도발적 문제를 제기해온 장강명 작가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통해 ‘북한 붕괴’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내달린다. “지독하게 다크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달 나게” 한다는 우민호 영화감독과 “장강명의 예언은 불길하고도 불편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쁜 예언을 엿듣는 건 즐겁고 재미나다.”는 홍석재 영화감독의 말처럼. 그토록 지독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악몽 같은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문학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바로 이곳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임을 짜릿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승부를 걸어본다’는 생각으로 전력 질주하듯 썼으며 독자들이 긴장감과 속도감을 느끼도록 온 힘을 기울였다”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 역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표백

<개정판|표백> “세상은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 《댓글 부대》,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의 문제적 데뷔작 《표백》 리커버 출간 이 시대 청년의 허무와 열패를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드러낸 충격적인 데뷔작, 소설가 장강명의 《표백》이 리커버로 독자들에게 다시 찾아온다.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던 《표백》은 한겨레문학상의 대표 작품으로 꾸준히 거론되며 수상 후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새로운 세대 담론이 출현할 때마다 논의의 중심으로 어김없이 소환되며 시대의 자화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최진영,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코리안 티처》의 서수진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많은 작가들을 배출해왔다. 《표백》의 장강명은 2011년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내놓으며 새로운 소설가 장강명의 탄생을 알렸다.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6)> “푸른 소설들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기회가 생겼다는 건 신나는 일 아닌가” 문학동네는 2010년에 젊은작가상을 제정하여 등단 십 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일곱 편을 선정해 시상하고 단행본으로 출간해왔다. 우리 시대의 문학 독자들이 동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한 성취들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게 하는 ‘젊은작가상’의 2016년 제7회 수상자는 김금희 기준영 정용준 장강명 김솔 최정화 오한기이다. 성실하고 활발하게 자신들만의 소설세계를 축조해가는 이들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을 통해 우리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상도를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는 십육 년 만에 우연히 만난 남녀를 통해 사라졌다고만 생각했던 순간과 감정들이 실은 “아주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가 되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단연 발군” “21세기 「무진기행」”(문학평론가 신수정)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기준영의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는 스물다섯 여대생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오십대 초반 남자의 심리를 그녀 특유의 세밀하고 미려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정용준의 「선릉 산책」은 발달장애 청년과 하루 동안 그를 돌보게 된 청년 사이의 간극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를 집요하게 묻는다.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는 알바생의 해고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대화를 들려주며 우리의 젊은이들을 그악스럽게 돌변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뼈아프게 드러낸다. 김솔의 「유럽식 독서법」은 벨기에에 불법체류중인 태국인 화자를 내세워 환상과 현실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소설의 경계를 확장시킨다. 최정화의 「인터뷰」는 자신을 인터뷰하던 기자를 폭행했다는 과거를 딛고 재기를 꿈꾸는 주인공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이 어떻게 자신을 파멸시키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오한기의 「새해」는 새해를 맞아 떠오른 두 가지 생각에서 출발해 소설쓰기의 지난함과 살아가는 일의 쓸쓸함을 예상치 못한 유머와 풍자로서 드러내는 독특한 작품이다. 젊은작가상 심사는 일 년 내내 진행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년 계간 『문학동네』의 ‘리뷰 좌담’ 코너의 운영을 맡은 젊은 평론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된 거의 모든 중단편소설들을 검토하였으며, 여러 지면에 흩어져 있는 좋은 작품들이 이들의 밝은 눈으로 발견되어 한자리에 모여왔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양경언, 오혜진, 윤재민, 이재경 평론가가 한 해 동안 그 힘겹고도 중요한 일을 맡아주었고, 여기에 노태훈, 이은지, 전철희 평론가가 객원 선고위원으로 가세해 최종 선고작업에 힘을 보탰다. 본심은 권여선, 서영채, 신수정, 신형철, 은희경, 전성태, 정홍수 일곱 분이 맡아주었다. 선고위원단에서 추천한 스물한 명 작가의 스물다섯 편의 소설에서 일곱 편을 골라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팽팽한 설전과 집요한 토론을 거쳐 선정된 덕분인지 결과적으로 일곱 편의 수상작은 다양한 미학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게 됐다. 그러나 대상을 선정하는 일만은 어렵지 않았다. 소설집 한 권을 냈을 뿐인 김금희의 최근 단편들이 보여주고 있는 깊이와 활력은 단연 돋보이는 것이어서 대상은 그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중론이었다. 풍성한 감수성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기준영이 2014년에 이어 두번째로 수상했고, 인간사 밑바닥에 자리한 도저한 감정들을 파헤치는 데 집중해온 정용준도 2011년과 2013년에 이어 세번째로 수상했다. 수많은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장강명과 유례없는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솔,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최정화와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찬을 받고 있는 오한기도 처음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국소설의 최전선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들 젊은 작가들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젊고 가난하고 미숙하고 아름답고 안타까운 이들을, 그 마음을, 그 마음의 십육 년 뒤까지를 이렇게 깊이 어루만지는 사람이 세상에는 있어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이런 소설을 읽으며 나는 감동을, 세상의 많은 멋쟁이들이 비아냥거리는 그 감동이라는 것을 받는다. 김금희의 시대가 올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 양희야, 양희야, 이제 피시버거는 안 판단다. 양희야, 양희야, 너 되게 멋있어졌다. 양희야, 양희야, 너, 꿈을 이뤘구나, 하는 말들을 떠올리다가 지웠다. 안녕이라는 말도 사랑했니 하는 말도, 구해줘라는 말도 지웠다. 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나니 양희의 대본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21세기문학』 2015년 가을호) 기준영,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연애의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하면서 계산서의 정확한 도착 지점에서 무너져내리는 멜로드라마의 정치학을 세련된 문장의 호흡으로 보여준다. _정홍수(문학평론가) 어떡하지. 그는 환하고 텅 빈 집안을 서성였다. 그에게 예외적인 상황은 그 자체로 어떤 의미 이상이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일들은 늘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크게 만회해야만 하는 일과 맞닥뜨린 마당에, 그는 한순간에 무력해지고 말았다. 그저 친절하게 구는 일로는 아무것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이제 H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전 생애를 끌고 와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문학과사회』 2015년 여름호) 정용준, 「선릉 산책」 정갈한 현악 연주 같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축을 이루어 정교하고 날렵하게 서사를 이끌어가는데, 무거운 콘트라베이스가 배음으로 계속 따라오고 간간이 첼로가 불길하게 출몰하며 주제를 환기시킨다. _은희경(소설가) 어쩌면 그의 삶은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지. 솜씨 좋은 작가처럼 거짓을 진짜처럼 혹은 진실을 가짜처럼. 영혼은 편하게 침대에 눕혀놓고 하루종일 내 손을 잡고 유령처럼 산책하다 집에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닌가.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을 안 하는데 알 수가 있나. 뒷모습으로 남은 얼굴. 아름답게 움직이던 위빙. 오리나무와 자귀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이상한 지식. 오늘 만난 한두운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나.(『문학과사회』 2015년 겨울호)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 당대의 현실적인 문제를 가감 없이 직입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혜미라는 인물과 그녀의 처지를 다른 측면으로 보게 만드는 구성이 이 소설의 장점이며, 이로 인해 소설의 몰입도와 가독성이 높아지고 주제도 설득력 있게 전달되고 있다. _전성태(소설가) 걔 불쌍하다고, 잘 봐주려고 했었잖아. 가난하고 머리가 나빠 보이니까 착하고 약한 피해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봤던 거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걔도 알바를 열 몇 개나 했다며.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걔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자기나 나나, 월급 떼먹는 주유소 사장님이랑 멱살잡이해본 적 없잖아?(『세계의문학』 2015년 여름호) 김솔, 「유럽식 독서법」 김솔에 이르러 드디어 소설에 새겨진 운명적 DNA, 그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이국의 관념들을 학습하고 그들의 현재와 동시적으로 호흡하는 우리의 ‘독서’가 지니고 있는 편향성은 김솔이 이야기하는 대로 우리의 사유와 상상력마저 무국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익숙해지는 순간 위험이 태어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나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법규를 어기면서 달려오는 자동차들이나 그것들을 뒤쫓는 경찰이 아니고, 혼란스러운 교통신호나 감시 카메라도 아니며, 도로의 갓길에서 엄지손가락을 흔들고 있는 흑인이나 백인도, 도로로 불쑥 뛰어든 사슴이나 고슴도치도 결코 아니다. 처음엔 도로의 차선과 신호를 숨기고 그다음엔 자동차 안팎의 풍경을 뒤섞더니 마침내 운전석을 소파로 착각하게 만드는 몽상이야말로 내겐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다.(『문학들』 2015년 봄호) 최정화, 「인터뷰」 삼 년 전 인터뷰 사건을 호프집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연극 같은 장면들은 “아니, 남자였습니다”라는 그의 거짓말로 툭 끝난다. 곧 시작될 어떤 사건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이가 저절로 악물린다. 등단작부터 나를 사로잡아버린 불안의 연금술사, 최정화답다. _권여선(소설가) 그는 그들이 보기보다 어리석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발견한 그에 관한 정보가 더 참혹한 것일수록 그에게 더욱 강하게 이끌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그의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이상 그가 굳이 이 상황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봤다. 아주 오래, 마음을 담아서 그렇게 했다. 그는 상처받은 짐승처럼 고개를 숙이고 등을 말았다. 작년에 있었던 인터뷰 사고가 사실은 일부러 저지른 짓이었다고 생각해봤다.(『실천문학』 2015년 여름호) 오한기, 「새해」 납치라는 싱거운 모티프가 소설 속에서 반복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심심하고 권태롭기 때문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 경제 불황의 시대에 핵심적인 정서는 피로와 불안이다. 권태는 그런 정서의 반대 극단에 있다. 이렇게 보면, 「새해」의 작가 오한기는 비-지구인임에 틀림없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서울대 비교문학협동과정 교수) 소원대로 납치범이 되니까 좋아? 아내가 악을 썼다. 친친나트도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내는 눈물을 멈추고 친친나트를 안아들었다. (……) 아내는 친친나트를 쓰다듬으며 내게 밥은 먹이고 기저귀는 갈아줬냐고 물었다. 나는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내는 이건 아동폭력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아내는 나를 흘겨보고는 친친나트를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친친나트, 이제 너도 인질이 되었구나.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작가세계』 2015년 여름호)

알바생 자르기

<알바생 자르기> “나 이 아이 어떻게 해야 해?” 이상한 나라의 갑과 을 88만 원 세대의 씁쓸한 현실을 그려온 소설가 장강명이 이번엔 ‘갑을’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지평을 뒤집어놓았다. 여러 갑질 논란과 비정규직의 설움을 담았던 드라마 <미생>의 열풍, 그리고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근로자로 살아가기 참 고달픈 한국 사회. 그 단면을 기자 출신다운 예리한 눈초리로 간파한 작품이다.

다행히 졸업

<다행히 졸업>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알지 못하기에 ‘나 때는 더했다’, ‘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며 세대 간 불행 경쟁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슬픔이 있고, 이는 우열을 가리거나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제가 작가를 섭외하며 건넨 질문은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였습니다. 학교 잘 다니신 분보다 잘 못 다닌 분들을 우대해 모셨습니다. ― 김보영 「기획의 말」 중에서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 학창 시절,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 그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학창 시절이 결코 즐거운 시절로만 기억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가끔 아직도 시험 보는 악몽을 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다행히 졸업』은 눈에 띄지 않게, 숨만 쉬다가 졸업하는 게 목표였던 그 시절을 소설을 통해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책이다. 『다행히 졸업』을 함께 쓴 아홉 명의 작가들은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라는 이 기획의 질문에 누구보다 진솔하게 응답했다. SF, 판타지,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주조해 낼 줄 아는 재능 넘치는 작가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토대로 또는 취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1990년까지 각자 마음을 울리는 어느 해의 이야기를 그렸다. 보통의 학생들이 경험했던 불안과 억압의 순간들을 각자의 개성으로 세밀하게 포착하며 때로는 씁쓸한 웃음을, 통렬한 쾌감을, 또는 찡한 눈물을 전달한다. 콱 집어던져 버리고 싶은 과거, 잊고 있던 너와 나의 학교생활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서와도 같은 이 소설집을 통해 사학 재단의 비리(「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청소년 동성애에 대한 검열(「3학년 2반」), 극한의 입시 경쟁(「육교 위의 하트」 「비겁의 발견」), 전교조 해직 사건(「나, 선도부장이야」) 등등 이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이 우리 곁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각 단편 속에 드러나는 학생들의 괴로움은 이제껏 해소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너는 안 무서워? 어떻게 안 무서워? 선생님들은 세상이 좋아질 거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게 변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모르겠어.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뭘지 모르겠어.” ― 「육교 위의 하트」 본문중에서 주인공 학생들은 이사 및 전학을 겪으며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담담히 보여주거나(「환한 밤」), 방치된 도시의 변두리에서 또래끼리 어울리며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잊고 있던 그 시절의 고독과 소외를 되살려 낸다(「얼굴 없는 딸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비논리에 맞서 지지 않고 저항하는 주체로 호명되기도 하고(「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그 어떤 억압에도 기어이 유머를 잃지 않으며(「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건강함을 입증한다. 유쾌하고 씁쓸한, 괴롭고도 그리운 특별한 맛 ‘학교’를 떠올리면 괴로움과 그리움, 유쾌함과 씁쓸함, 지긋지긋함과 해방감이 연이어 떠오르는 독자들에게 소설집 『다행히 졸업』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고른 당신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잘 이겨 내면 좋겠다. 학교 악몽을 꾸지 않는 졸업생이 되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알아채고, 스스로는 거짓말을 약간 덜 하는 성인이 되기를 응원한다.” ― 정세랑 「작가 후기」 본문중에서 차례 및 작품별 줄거리 2015년 - 장강명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급식의 질은 낮았고, 어른들은 훈계했고, 학생들은 억울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급식 비리 사건을 맞닥뜨리고도 지지 않으려 애썼던, 그리고 내내 유쾌했던 싱싱한 아이들 이야기. 2010년 - 김아정 「환한 밤」 여고생 ‘나’는 가세가 기울어 전학을 해야 했지만, 자기 가난을 숨기고 싶다. 항상 식판만 내려다보며 혼자 밥 먹는 점심시간을 견디던 사람, 그렇게 ‘다행히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신비로운 단편. 2004년 - 우다영 「얼굴 없는 딸들」 도시의 낙후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중생들의 방황하는 삶. 사회와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아이들의 공허한 심리, 자각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폭력 등이 잘 살아난 쓸쓸한 소설. 2002년 - 임태운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축구냐, 공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배경으로 거리 응원을 가려는 남학생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동. 2001년 - 이서영 「3학년 2반」 학교에서 대놓고 ‘이반 검열’을 하던 시절. 그 당시 성 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상처받은 월야와 한빈의 이야기로 느껴 보는 그때의 아픈 순간들. 2000년 - 정세랑 「육교 위의 하트」 끔찍한 중학교 생활을 버티던 모범생 가영은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창우와 친해진다. 그러나 가영이 명문고에 입학하면서 둘의 사이는 점차 서먹해지고 마는데……. 1995년 - 전혜진 「비겁의 발견」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났다. 대입 때문에 극한의 경쟁 상황에 놓여 있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의 죽음조차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다. 1992년 - 김보영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은 기념하지만 학생의 날은 안된다?! 고등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현수막 하나 내걸지 못했던, 꽉 막히고 답답했던 1992년, 그 시절 이야기. 1990년 - 김상현 「나, 선도부장이야」 1990년 전교조 해직사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선도부장 김유신의 활약. 유쾌하면서도 위악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단편소설. 기획의 말 - 김보영 작가 후기 - 장강명 김아정 우다영 임태운 이서영 정세랑 전혜진 김보영 김상현 작가 후기 “『다행히 졸업』 소설집의 제안을 받은 뒤 고교생 네 명을 인터뷰하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것들은 너무 그대로라서 좀, 오싹했다.” 장강명 “졸업하면서 교복을 버렸다.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교복을 버린 것을 후회했다. 다시 교복을 입는 상상을 했다. 교복은 여전히 무거웠다.” 김아정 “「얼굴 없는 딸들」은 일반적인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서 썼다. 어쩌면 이 소설은 이렇게 쓰여야 했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든다. 방향이나 유속을 염려하지 않고 흐르는 물 위를 표류하는 아이들처럼, 무모하고 위태롭게.” 우다영 “저는 요즘도 텅 빈 교실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곤 합니다. 대부분 고등학교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서 어리둥절해하지요. 친구들이 어서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저는 ‘이상하다, 난 분명 졸업을 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도 창문을 활짝 엽니다.” - 임태운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더 익숙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끊임없이 센 척을 했다.” 이서영 “이 책을 고른 당신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잘 이겨 내면 좋겠다. 학교 악몽을 꾸지 않는 졸업생이 되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알아채고, 스스로는 거짓말을 약간 덜 하는 성인이 되기를 응원한다.” 정세랑 “다니던 학교에 가 보았다. 마치 갑옷도 없이 초보자용 단검 한 자루만 들고 던전에 뛰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보스몹은 없었다. 이제 그 시절의 어떤 것도 나를 괴롭힐 수 없다는 걸 안다.” 전혜진 “우리 학교는 참 평범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한다. 누군가는 어디선가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는’ 상태란 쉬이 얻어 낼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보영 “제게는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1990년입니다만, 아마 독자 중 상당수는 너무나 먼 과거의 일로 느낄 거라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허망하게도 빨리 흐르는구나 싶습니다. 모쪼록 재미있게 즐겨 주세요.” 김상현

뤼미에르 피플

<뤼미에르 피플> 도시의 뒤편이 품은 마법 같은 자화상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장강명의 첫 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신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르·메이에르 3차 빌딩과 그 주변이다. 이 건물 8층에 사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평행적 구성으로 보여 주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작가는 신촌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다. 도심의 활발함과 역사적 그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촌에는, 현대 도시의 전형적인 인간 군상들이 집결하는 곳이다. 이 곳에는 가난과 부유함,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동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일반적·평균적인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소위 ‘잉여인간’들이다. 가출 소년과 나이 어린 임산부, 호스티스, 나이트클럽 웨이터, 그리고 여론조작 사설기관 멤버들, 쥐의 생김새를 닮은 청소년들, 알코올중독자와 그 아들…. 일반적인 평범함에서 조금 빗겨나 있는 이들의 일상은, 읽는 이로 하여금 현실에 기반한 사실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일상생활이 주는 익숙함과 안일함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르뮈에르 피플』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경험하게 한다. 각기 다른 내용인 듯 하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잠시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 보는 것도 가능하다.

호모도미난스

<호모도미난스> 어느 날 갑자기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그 ‘힘’을 가진 자들과 그 ‘힘’을 막고자 하는 자들이 벌이는 일생일대의 대결!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수상작가 장강명 신작 장편소설 상실감으로 범벅된 텅 빈 젊은 세대들을 ‘표백’된 삶으로 오마주한 『표백』의 작가 장강명이 이 년 만에 새 장편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으로 돌아왔다. 전작 [표백]이 젊은 세대의 풍경을 냉정한 필치로 그려낸 절망의 기록이었다면 신작 장편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은 강해지기 위해, 이기기 위해 유전자 스스로가 거듭 진화해 남을 지배하는 ‘힘’을 갖게 된, 새로운 신인류 ‘호모도미난스’들의 이야기이다. 호모사피엔스의 다음 단계라 지칭할 수 있는 ‘지배하는 자’ 호모도미난스. 이 소설은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며 모든 인류의 삶을 마음대로 조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자들과 그 ‘힘’을 막고자 조직된 또 다른 호모도미난스들의 대결을 그린 낯설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장강명은 전직 기자 출신 작가답게 명확한 문장과 간결한 스타일을 유지하되 부지불식간 급소를 찔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리에게 남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힘’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장르적 기법을 차용해 우연처럼 찾아온 거대한 ‘힘’과 그 ‘힘’의 쓰임 또는 그 ‘힘’에 반동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힘의 항상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자 우화인 셈이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신예작가 장강명이 선보이는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은 판타지적인 재미와 묵시록적인 서사의 흐름, 영화적 편집기법 등을 무기로 분명, 한국문단의 새로운 소설 탄생을 예감케 할 것이다.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 몸부림치는, 다르지 않으나 결코 같지 않은 우리 안의 다른 존재, 호모도미난스! 그들은, 그 힘을 ‘정신조종능력’이라 부른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한다. 근거리 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생각을 조종하고 행동을 명령한다. 그 능력을 얻게 된 이들은 결코 평범한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인류사회에서의 보편적인 힘의 정의란, 자본과 권력을 수반한 제반 그 모든 것을 의미하지만 호모도미난스에게는 자본과 권력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그 ‘힘’에 미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자본과 권력보다 더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 ‘힘’은 자본을 무력화하고 권력을 내려앉힌다. 우리와 같되 같지 않은 뜻밖의 능력을 지니게 된 호모도미난스. 이 소설의 시작은 이 호모도미난스들의 범상치 않은 능력과 그 능력이 인류사회에서 어떻게 쓰이고 움직이고 있는지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그 능력은 어쩌면 인간사회에서는 필요악임이 분명하다. 그 힘은 웅축된 파괴력을 지녔고, 살인, 강도, 방화 등 온갖 범죄에 악용될 혐의가 충분하다. 더불어 세계정복을 꾀하려는 호모도미난스들의 출현이 등장한다. 소설은 여기에서 그 ‘힘’을 억누르려는 세력과 그 ‘힘’을 좋은 방향으로 다루려는 세력, 즉 하나의 ‘힘’을 놓고 두 집단이 벌이는 ‘힘’의 대결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백원단이 ‘힘’을 억누르려는 전자에 속한 단체라면 방바재단이 그 ‘힘’을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후자에 속한 집단인 것. 작가는 이 두 집단의 리더인 류잉춘과 저우환위를 통해 그 힘의 근원 등을 살펴보고 대결구도를 심화시켜 이야기를 서스펜스적인 기법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거대한 조직 백원단과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방바재단, 그 두 조직이 ‘힘’의 우위를 놓고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강해지기 위해, 이기기 위해 진화한, 우리에게 없는 ‘힘’을 가진 자들의 잔인한 진실과 욕망을 파헤치다 이 소설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백원단’과 ‘방바재단’, 그 두 집단의 입장차이와 기원, 각 조직의 리더인 류잉춘과 저우환위의 현재를 통해 호모도미난스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그 두 리더는 모두 자살을 욕망하고 있다. 호모도미난스들은 그 ‘힘’을 남용할 때 스스로 자살하게끔 만드는 ‘충동사’를 경험하게 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힘’은 그렇게 소멸되고 또 ‘금강승’이라는 것을 통해 다른 이에게 전승되기도 한다. 백원단의 리더 류잉춘도 방바재단의 리더 저우환위도 다 그렇게 금강승을 통해 그 ‘힘’을 전수받았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뜻을 온건하게 지켜줄 각자의 후계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여기에 젊은 의사 안시현과 천슈란이란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2부는 백원단의 리더인 류잉춘 박사가 자살충동으로 사망하게 되고 금강승으로 인해 안시현은 그 ‘힘’을 받게 된다. 그는 백원단의 리더가 되어 류잉춘 박사가 해놓지 못한 그 ‘힘’의 광기를 제거하려는 데에 온 힘을 쏟는다. 그 반대편 방바재단의 저우환위도 금강승을 통해 자신의 후계자인 캄팻에게 전수하게 되고 방바재단의 모든 일들을 맡게 된다. 그 사이에 천슈란은 자신의 능력을 제거하려는 백원단의 지도부를 존폐하고자 일생일대의 테러를 계획한다. 인류의 평화와 안위를 놓고 백원단의 안시현과 그 반대편에서 서서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모든 걸림돌은 제거해버리는 천슈란과의 대결. ‘힘’을 제거하려는 자와 그 ‘힘’을 지키고자 하는 자가 벌이는 혈투. 소설은 이내 종잡을 수 없이 그 둘의 대결로 뻗어나간다. 이 소설은 그 두 사람의 대결 과정을 통해 인류사회가 그동안 유지해온 권력과 힘에 관해 말하고 있다. 지배와 피지배를 관통한 인류역사는 어쩌면 지금 현재도 ‘힘’의 논리로 기록되어지고 있다. 장강명은 바로 그 지점에서 현재의 ‘힘’은 무엇이며 그 ‘힘’을 가진 자들이 항해하고 있는 지표는 어디일까 하는 진지한 물음을 우리에게 이 소설 속 호모도미난스,라는 새로운 신인류를 통해 던지고 있다.

열광금지, 에바로드
3.5 (1)

<열광금지, 에바로드> 기자인 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문화와 오덕 문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선임 기자의 등쌀에 떠밀려 이런저런 취재거리를 찾던 중 우연히 <열광금지, 에바로드>라는 독립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된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종현은 에반게리온에 미쳐 지구 반바퀴를 돌고 오덕들 사이에서도 덕 중의 덕이라는 칭호를 얻은 사람치고는 아주 평범하고 멀끔하다. 종현이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낀 나는 종현의 동의를 얻어 그의 다큐가 아닌 종현의 삶을 취재하고 소설로 쓰기로 한다. 종현은 지독히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데다 약하고 공부를 잘하는 형에게 밀려 별다른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 그런 배경 탓에 오히려 종현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다루는 데 능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어른이 될 때까지 그에게는 현실의 고난이 끊이지 않고 다만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전설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만이 그를 잠시나마 현실에서 꺼내 주는 탈출구다. 에반게리온의 제작사 스튜디오 카라는 전세계 에바 오덕들을 상대로 4개국 스탬프 랠리 이벤트를 열고 종현은 자신의 20대에게 바치는 헌사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여정을 담은 기록이 다큐멘터리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탄생한다. 에반게리온으로 점철되는 종현의 과거와 다큐멘터리 안에 담긴 이야기가 교차하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열광금지, 에바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