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담
리담
평균평점
사약 따윈 받지 않겠다

장희빈에 대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던 방송작가 한연우.우연히 장희빈과 세 남자 간의 사랑을 그린 소설을 발견하게 되는데... “네가 바로 내 운명이다.”- 사랑을 향해 거침 없이 직진하는 로맨틱 가이, 세자 이휘.“처음 만난 여덟 살 무렵부터 내 소원은 오직 너였다.”- 내금위장 서도영.“죽은 듯 살아가던 내게 마침내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비운의 종친 이완.매력적인 세 남자와의 꽃길 로맨스인 줄 알았더니, 결국 소설에서도 장희빈은 사약을 받아 죽는 운명이라고? 게다가. “도망쳐, 연우야. 어서!”눈을 떠보니 바로 그 소설 속, 그것도 반역 죄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현장이라니. 하지만 내가 그 장연우가 된 이상, 그런 빌어먹을 운명 따윈 절대 사양이다!

아찔하게, 다시 한번

“이러면 곤란한데.”“…….”“놓으라면 놓고, 꺼지라면 꺼지고. 그렇게 말 잘 듣는 애새끼로 보입니까, 아직도 내가?”은재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나한테 너, 남자 아니야. 그러니까 애처럼 징징대지 말고 그만 내 앞에서 꺼져.’8년 전, 그만하자는 한마디로 이별을 고한 저를 한태오가 다시 찾아왔던 날. 은재가 했던 말이었다.사는 동안 가장 하기 힘들었던, 그 말.“아, 차은재 씨는 순해 빠진 착한 남자가 취향이던가?”그날, 은재 옆에 있던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비릿하게 웃었다.“미안해서 어쩌지. 난 아니라서.”큼지막한 손이 뒤통수를 감싸 당기며 그대로 고개가 내려왔다. 곧바로 입술이 맞물렸다.***“보기 좋네.”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자가, 축축하게 젖은 붉은 입술을 느릿하게 핥았다.이내 몸을 맞붙이는 그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열기가 가득했다. 곧 벌어질 일을 예감한 은재가 흡, 긴장한 숨을 들이켜는 찰나. 남자가 그녀의 안으로 밀어닥쳤다.“나를 원한다고 말해. 제발 너를 가져 달라고 매달려 보라고.”은재의 팔을 들어 올려 제 목에 감으며, 그가 짓뭉개듯 입술을 겹쳤다.깊이 더 깊이.뜨겁게 더 뜨겁게.아찔하게, 다시 한번.

너라는, 덫

“좋아하는 게 도발입니까. 아니면 키스?” 차마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 속의 남자를  제가 일하는 호텔의 신임 대표로 다시 만났을 때. 서이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 남자의 스위트룸이  둘만의 은밀한 공간이 되리라는 것을.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네, 민서이 씨.” 마음에 품기에는 너무 까마득한 존재인 것을  알면서도, 남자의 뜨거움에 흔들리고 말았다.  “당신 편 하고 싶다고, 내가.” 쏟아지는 마음이 너무 벅차서,  차라리 한없이 쉬운 여자가 되고 싶었다.  “더 해 봐, 서이야.  이렇게 울면서 애원하든, 순진한 척 가식을 떨든  좀 더 영리하게 굴어 보라고.” 보잘것없는 민서이 따위가 감히,  완벽한 당신을 추락시킬 덫이 될 것을 모르고서. “놔주면 볼 수 없잖아, 네가 우는 거.” 엉망으로 뒤틀려, 빠져나가려 할수록  오히려 더 저를 옥죄는 잔인한 덫.  그게 바로 당신이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