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아. 민유정.”“네? 전 민정효인데요?”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면?더구나 모르는 이름으로 불리는 내가 결혼한 상태라면?심지어, 존잘남에 능력남인 남자가 남편인 건 좋은데 세상에 둘도 없는 개싸가지라면?* * *내가 아는 그녀가 ‘그녀’가 아니다!제 가족만 챙기면 그만이라고 말도 안돼는 결혼을 승낙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이혼해달라니. “너와의 결혼생활에 내 회장 승계가 달려있어.”“그거야 네 문제고.”어릴 때부터 천재소리 들으며 일찍부터 경영 일선에 있던 자신을, 이 여자는 심지어 세상에 둘도 없는 모지리 취급을 한다. “너…… 누구야?”믿겨지지 않아 묻는데, 저 한심하다는 눈빛은 뭐지?“재밌냐? 같은 말 반복하게 하는 재주가 있어. 나 민정효라고.”그녀가 민정효면, 3년간 그가 알던 민유정은 누구?서로의 조건에 맞춰 무늬만 부부였던 남자와 여자는, 정말로 100일 더 부부로 있기로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사랑에 젖을 줄 모르고.
살만큼 살았다. 혼잣몸으로 자식 둘도 잘 키우고 원하는 일도 열심히 해가면서. 활활 불타오르듯 살았으니 중년에 맞는 죽음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더 이상 미련 없는 삶이라지만, 임종을 맞은 그 순간 궁금하긴 했다.‘내 삶은, 그냥 그 뿐이었을까?’전혀 낯선 세상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한 장도 채 읽지 않은 책 속 세상, 그것도 딱 두 줄 있는 딱 스무살짜리 ‘청안당 마님’으로. 어쩌다 천국이 아닌 다른 시대로 넘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는데, “부인,”청안당 마님은 죽을 때까지 남편 얼굴 못 본다고 했던 것 같은데,“부인, 같이 꽃놀이 가시려오?”이 남자는 왜 아무 때나 나타나 달달한 멘트를 날리는지. 사람 마음 설레게.인연을 다하지 못한 사랑은, 바라고 바라면 언제라도 이루어진다. 오해했다가, 무지했다가, 젖어들었다가... 결국 사랑해버리는 ‘두 사람’이야기.글: 몽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