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사드 제국의 유일한 공작이자 긍지 높은 10가문의 수장, 카사르 드 블라흐나트. 살해당한 아버지의 행적을 쫓다가 첫사랑과 재회하게 되고,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데……. 스카하의 커다란 눈이 사르르 접히며 꽃 같은 눈웃음을 그려냈다. “……이 정도면 공작님의 명예에 해가 될까요?” 해가 됐으면 좋겠는데. 스카하는 조용히 속마음을 삼켰다. 그는 짧은 입맞춤 끝에 제게서 멀어지려던 여자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홀린 듯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눌렀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달콤한 여자의 입술이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죄를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기어코 내 곁을 떠나겠다면, 이런 거짓말 따위 얼마든지.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스카하.” 진심을 말할 수 없는 남자와 비밀을 숨긴 여자의 잿빛 혐관 로맨스.
『돌아온 탕아, 제원家에 호재인가 악재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범의 아들. 제원 그룹을 독차지하기 위해 제 친형을 죽인 끔찍한 살인마의 아들. 어딜 가든 스캔들을 일으키고 다니는 제원가의 탕아가 돌아왔다. “결혼할까, 우리.” 그가 돌아온 계절, 창문 바깥으로 백목련 가지 끝에 솟아난 연녹색 꽃봉오리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녀가 자라는 내내 겨울의 상징과도 같았던 남자는 여전히 추운 계절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사랑이 사랑인 줄 모르는 남자와 사랑밖에 줄 것이 없는 여자. 그들은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호기심과 두려움, 그 미묘한 경계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