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모든 순간은 온통 최태겸으로 가득했다.최태겸은 우성 알파였지만, 오메가들의 도를 넘는 행동 때문에 유독 오메가를 싫어했다. 소꿉친구인 나는 자연스레 녀석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다. "네가 베타라 다행이야."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내가 베타라서, 녀석의 곁에 있을 수 있단 사실에 만족했다.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이 마음이 결코 친구로서 가질 마음이 아니라는 사실을.하지만 그해 겨울, 나는 오메가로 발현했다. *“……이윤우?” 숨이 멎을 것 같았다.녀석이 부르는 이름 세글자에 주책없이 심장이 뛰어댔다.진정하지 않으면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의 잔재가 툭, 튀어나올 것처럼.“너…….”재수로 1년, 서로의 군대로 4년.총 5년의 공백 끝에 나는 최태겸과 재회했다.5년, 무려 5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페로몬이 한가득 느껴졌다.
선우연은 알파라면 질색하는 사람이었다.오메가로 발현하기 전에도, 발현한 후에도.그의 유일한 구원은 알파가 아닌 과외 선생님이었다.그래서였다. 우연이 자신은 ‘선우 연’이 아니라고 정정하지 못한 건.그가 부르는 제 이름은 무척이나 설레었으니까.“연아.”“선생님 군대 가.”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으로부터 4년.우연은 선생님과 같은 대학교에 입학한다.선생님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연은 그를 첫눈에 알아봤다.김도현. 그 세 글자에 주책없이 심장이 요동쳤다.그런데,“……알파예요?”아니라고 했으면서.첫사랑이던 선생님이 사실은 알파였다.그 사실을 알았다면 좋아하지 않았을 텐데.이제는 과거의 흔적을 똑바로 정정해줄 때였다.“선우연이요. 선, 우연.”“우연이네. 예전에 과외하던 학생이랑 이름이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