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 번만이라도 나를 믿어 주면 안 돼요?” 내가 애원했을 때, 남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이해했다. 나는 원수 가문의 딸이니까. 우리의 결혼은 그에게 재앙이었을 테니까. 그의 소꿉친구 대신 적진에 넘겨진 순간까지도, 나는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랑을 끝내면, 그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채찍의 흉터를 남기고 첫사랑은 끝났다. 기대도 끝났다. 멍청할 만큼 혼자 상처받고 애태우던 시간도 끝났다. 남편이 냉대도 함께 끝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엘라. 이런 말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압니다.” 남편이 내 앞에 무릎 꿇은 순간, 나는 그가 그토록 차가울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부디,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사랑하지 않으면. 당신이 아무리 비참해져도 상관없구나. * * * 사랑이 불씨조차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이엘라, 집으로 돌아가자.” 나를 원수처럼 대하던 형제가 찾아왔다. “형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남보다 못한 가족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이미 나는 너무 지쳤는데.
에녹 레트라키는 그의 아내 줄리엣을 사랑한다. 비록 아내는 그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줄리엣은 그에게 얼굴도 보여 주기 싫어했다. 그녀에게 에녹은 그저 억지로 맺어진 이방인일 뿐이었다. *** 그래, 분명 그랬는데. 에녹은 제 허리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이나 희고 우아한 목덜미는 전부 줄리엣의 것인데. 안간힘을 쓰고 끌어안은 것치고는 지나치게 연약한 팔이나,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처럼 얇은 잠옷도 전부 그녀의 것인데. “바보, 머저리, 어떻게 그런 짓을…….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알겠어요?” ……그녀가 어째서 새벽부터 그를 찾아와 이런 말들을 퍼붓는단 말인가.
에녹 레트라키는 그의 아내 줄리엣을 사랑한다. 비록 아내는 그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줄리엣은 그에게 얼굴도 보여 주기 싫어했다. 그녀에게 에녹은 그저 억지로 맺어진 이방인일 뿐이었다. *** 그래, 분명 그랬는데. 에녹은 제 허리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이나 희고 우아한 목덜미는 전부 줄리엣의 것인데. 안간힘을 쓰고 끌어안은 것치고는 지나치게 연약한 팔이나,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처럼 얇은 잠옷도 전부 그녀의 것인데. “바보, 머저리, 어떻게 그런 짓을…….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알겠어요?” ……그녀가 어째서 새벽부터 그를 찾아와 이런 말들을 퍼붓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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