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이 여자……?”여자는 얼굴, 몸매, 목소리까지 외형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다만, 썩어빠진 정신 상태가 문제일 뿐. 이 남자, 저 남자에게 꼬리를 치고 다니는 여자를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더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낼 게 틀림없다. 좋아, 네 요망한 정체를 밝혀주지.“뭐야, 이 남자……?”다짜고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고 살란다. 내가 뭘 어쨌다고? 하는 말마다, 하는 행동마다, 까칠하고 거만하고 제멋대로다.몸에 나 있는 칼자국, 반항적인 눈빛, 길들여지지 않은 느낌. 위험한 일을 했다는 그의 과거가 짐작이 간다. “사랑은 언젠가 변해요. 끝을 알면서 시작하고 싶지 않아요.”“우리는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 거야. 그게 내 끝이야.”그들의 엔딩은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될 수 있을까?
3년 만에 재회한 전남친이 물었다. “난 남편감으로 어때?” 상석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돈깨나 있는 집안 자제들이 알아서 기는 존재.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최상위 포식자, 차성혁. “과분하죠.” 영인은 제가 찬 남자에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이니까. “그럼 나랑 결혼할래?” 거기까지는 개소리로 넘길 수 있었다. “난 너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애 생길 짓을 한 적이 없거든. 이런 걸 수절이라고 하지?” 지난 3년 동안 수절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남자,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그런데 그 미친놈에게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국내 5대 상장 건설사 중 하나인 태중 건설 상무 태준경과 상무 비서 서린아. 그것이 그들의 대외적 관계였다. “맞선을 보기로 했습니다.” “맞선이라는 게 결혼을 전제로 보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어제까지 나랑 한 침대에서 난잡하게 뒹굴었던 네가 딴 놈하고 결혼을 하겠다?” 태준경과 가장 가까운 여자,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연애와 결혼 모두 질색이고 이 세상에 본인의 후손을 남길 마음이 조금도 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으니까. 그만큼 그가 좋았으니까. 점점 바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다. 욕심이 커졌다. 그래서 은밀한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혼이라는 게 그렇게 하고 싶어? 꼭 해야겠어?” “네, 하고 싶어요. 해야겠어요.” “그럼 나랑 해.” “……네?” “하자, 그깟 결혼. 한번 해 보지, 뭐.” “선심 쓰세요?” “너한테는 특별히 써 보려고.” “저 말고 다른 사람한테 쓰세요.” “대상은 내가 정해.” 청혼조차 오만한 남자, 그 남자가 이상해졌다. “마음대로 해 봐. 네가 맞선 보는 족족 깽판 쳐 줄 테니까.” “날 갖고 논 거야?” “멀쩡한 놈 등신 만들어 놨으면 책임을 져야지.” 뒤늦게 각성한 남자는 미친놈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