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르
정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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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위장 결혼

“해. 결혼.”……뭐라고?정말로 승낙할 줄은 몰랐다.완벽한 인생이었다. 고소득 직업에 초고속 진급.이대로라면 탄탄대로였을 인생이, 망할 영주권 하나 때문에 뒤집어졌다.그래서였다. 술김에 결혼하잔 헛소리를 내뱉은 건.그것도 하늘이 갈라져도 남자로 보이지 않을 십년지기 한스에게.그런데 이 남자…….“할 거면 제대로 해. 결혼식도. 동거도. 필요하면…… 스킨십도.”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파고든다.“잊지 마. 넌 내 아내야.”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찔하게.

공과 사는 확실하게

“나랑 결혼하자, 강 비서. 돈 줄게.” 백현은 후계자 자리를 확정 짓기 위해 아내가 필요했고, 가영은 돈이 필요했다. 이해관계는 맞았다. “드라마 같은 데선 이런 계약을 하는 남녀가 꼭 진짜로 사랑에 빠지던데.” “그럼 그땐 계약 파기하고 사랑이나 하지 뭐.” 다만, 공과 사가 얽혔을 때 백현은 사를 먼저 챙기는 남자였고. “싫습니다. 계약대로 이혼하고 위자료나 챙겨 주세요.” 가영은 공이 먼저인 여자였다. “사랑에 빠졌는데 그냥 이혼을 하겠다고?” “원래 인생에 여유가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공과 사란 본디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슴 아프네. 돈 때문에 버림받는 처지라니.” “누가 버린답니까? 거액의 위자료로 팔자부터 고친 후에 다시 유혹할 겁니다.” 하나로 합쳐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음양의 이치처럼. “팔자 핀 강 비서의 유혹이 궁금해서라도 해봐야겠네. 그 사랑이란 거.” 이미 공(公)을 대표하는 ‘계약’과 지극히 사사(私私)로운 ‘결혼’이 섞인 순간, 공과 사를 나누는 건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