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근
홍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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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도련님이 엉덩이 맴매에 집착한다

스킨십으로 폭주를 막는 전형적인 19금 소설에 빙의했다. 나는 힘없던 흑막 남주를 괴롭히는 악역 하녀. 빙의자의 금빛 라이프를 위해 원작을 바꿔보겠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19금 소설이니 XX는 피할 수 없겠는데?” 씨익. 다른 의도는 아니고, 그저 원작을 바꿀 때까지만 그의 흑화를 막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놀리지 마. 나 이래 보여도 스물넷이야.” 훅 꺼진 시야 아래로 포동포동한 볼살이 나를 반겼다. “제레미 도련님……?” 힘을 빼앗겨 성장이 멈춰버린 남주는 5세의 몸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주를 마구 조물딱 거리는 수밖에! *** 원작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남주는 힘을 되찾고 제 나이대로 어엿한 성인의 모습이 되었다. 엔딩을 바꿨겠다, 조용히 사라지려고 했더니. "깍지 껴. 길 잃어버리지 않게 손 꼭 잡고 걸어야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라고 했잖아. 그거 입에다가 하는 거 맞지?" 귀여운 도련님은 어디가고, 다 큰 남주가 색기를 줄줄 흘리며 다가오는 것도 모자라. 쨍그랑! 일부러 잘못을 저질러 놓고, "잘못했으니 이번엔 엉덩이 맴매인가?" 단단한 엉덩이를 들이밀며 강한 수위의 플러팅을 요구하는데... 나 아무래도 남주를 잘못 주무른 모양이다!

후회물 남주의 전여친은 사양입니다

남주가 요란하게 구르는 후회물 속으로 빙의했다. “넌 아네트처럼 발꿈치가 분홍색이 아니잖아.” 그것도 가스라이팅 전문인 황자 남주의 병약한 첫사랑이자 전여친으로. 민폐 남주답게 후회가 시작되면 여주에게 속죄한다는 뜻으로 전여친들을 차례대로 몰락시킨다. 특히 남주의 첫사랑인 아네트는 노쇠한 변경백에게 보내지고, 얼마 못 가 죽게 되는데……. 나는 그렇게 죽긴 싫거든? 아직 남주와 정식으로 교제하기 전, 홀로 사랑에 빠져 달라붙는 황자를 떨어트리려 온갖 수를 다 부렸다. “사랑스런 나의 아네트. 일부러 튕기는 거야?” 역효과로 남주의 집착이 심해졌다. 작전 변경이다. 아무나 붙잡고 결혼하자! “당신의 아내가 될게요.” *** 결혼에 성공했다. 덕분에 굴렁쇠 남주를 단번에 떼어냈다. 다만, 이 계약 남편의 정체가 경비대가 아닌 무성욕자 대공임을 알게 되었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 오히려 좋은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부인은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것도 아름다웠는데 말이죠." "부인은 글을 적을 때 눈 한쪽을 찡그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스테이크는 항상 다 잘라 놓고 드셨잖습니까." 갓 결혼한 새신랑이 나에 대해 알아도 너무 잘 안다? 게다가 그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 사이로 나의 아카데미 시절 사진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부인. 지금 뭘 보고 계신 겁니까?“

전남편을 위한 악역이 되었더니

남편 대신 감옥에 갇혔다. 7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다시 그의 품으로 돌아온 내게, 남편은 이혼을 청했다. “벤팅크 자작은 어떻나?” 그것도 늙고 병든 이를 내 새로운 짝이라 소개해 주면서. “한 해를 넘기지 못할 거라 들었으니 적어도 남은 생은 귀족으로 살 수 있을 거야.”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혼하잔 얘기야.” 이혼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내 남은 가족을 모두 죽이고 가문의 재산을 자신의 앞으로 돌려두었다. 그리고 모든 걸 도둑질한 남편 옆엔, 나의 친척 언니 헤디아가 있었다. “다 빼앗긴 것도 네 잘못이야. 순진한 것.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널 누가 사랑하겠니.” 두 사람의 배신 끝에 나는 죽었다. 그리고 난 새로운 인생을 살다가 돌아왔다. 결혼 전, 19세의 그때로. “다시 멍청하게 당하는 일은 없어. 이번 생엔 악역으로 살겠어.” 그렇게 악역으로 살아가려 했건만- “네가 원하는 게 나의 파멸이라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부정에 찌든 전남편은 내게 집착하고, “복수가 끝나거든 나와 결혼할까?” 악역이 된 나를 뒤쫓던 수상한 수사관, 아단이 나를 붙잡는다. “제 복수는 오랫동안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상관없어.” “우린 함께할 수 없어요. 알잖아요.” “아니, 그대와 난 공범이잖아. 그럼 그 끝이 낙원이든 나락이든 함께해야지.” 수갑처럼 감겨든 손끝은 열기로 들떠 있었다.  이번 생에 악역은 나여야 하는데. 그는 나를 따라 악역이 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