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20세기 냉전을 다룬 스파이소설이자 영국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존 르카레의 대표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보다 원숙해진 중기의 대표작이라면, 르카레가 세 번째로 발표한 이 작품은 그를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초기 걸작이자 최고의 히트작이다. 1960년대 냉전 상황이 극에 달한 시기, 각국 스파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베를린을 배경으로 비정한 국제 첩보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1964년 영미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또한 뛰어난 문학성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서머싯 몸상, 에드거상 등을 휩쓸었다. 냉전 상황이 극에 달한 1960년대 영국과 독일간 스파이들의 활동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으로 엮었다. 1965년 마틴 리트가 감독하고 리처드 버턴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작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스마일리의 사람들> “이 책은 늙은 스파이에게 바치는 진혼곡(Requiem)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조지 스마일리의 마지막 인사 토머스 알프레드슨 감독, 게리 올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영화화 확정! 2000년 판 작가 서문 수록 시대와 인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의 작가, 국제 첩보 스릴러의 대가 존 르 카레 판타스틱 픽션 Gold 존 르 카레 걸작선의 첫 번째 작품《스마일리의 사람들》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에 멋진 차림새와 매력 넘치는 외모를 갖춘 스파이의 화려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삶의 무게와 내면의 갈등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땅딸막한 늙은 남자가 있을 뿐이다. 독자들에게 조지 스마일리는 대의를 위해 국가에 헌신했지만 정작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은 돌보지 못한 우울하고 쓸쓸한 스파이였고 그래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현실로 여겨졌다.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사건과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르 카레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독자들은 조지 스마일리를 통해 그들이 의식적으로 외면해야 했던 시대의 그림자와 마주할 수 있었고, 빠르게 늙고 쇠약해져 은퇴를 반복하는 위태로운 스파이의 모습에서 시대의 아픔과 소모품처럼 희생된 이웃을 발견했다. 작가 존 르 카레는 허무하고 쓸쓸한 이야기 속 상처 입은 영혼들의 치유와 인간성의 회복을 통해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존 르 카레가 국제 정세를 날카롭게 파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제 스파이 경험과 영국 외무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추측이 아닌 확신을 바탕으로 시대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낸 탁월한 통찰력은 독자와 평단을 매료시켰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서 이야기를 다루는 노작가의 시선은 거창한 것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세심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사려 깊었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유연한 자세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일관되고 엄격한 자신의 철학을 지켜나갔다. 2003년 존 르 카레는 미국의 부시 정부가 대중들을 선동하기 위해 다중의 적을 만들고,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는 점을 비난하며 언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시대의 본질을 꿰뚫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품은 거장의 단호한 어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으로 남게 되었다. 《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총 8편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작품으로 영국 정보부의 조지 스마일리와 KGB의 스파이 마스터 ‘카를라’와의 마지막 대결을 다루고 있다. 은퇴한 늙은 스파이를 다시 첩보전의 중심으로 끌고 온 이 이야기는 ‘카를라 삼부작’의 시작인《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함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자 ‘궁극의 스파이 소설’로 평가받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이다. 1979년에 발표된《스마일리의 사람들》은 1981년 알렉 기네스 주연의 BBC 드라마로 제작되어 사랑받았으며,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그 가치와 인기를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2011년 토머스 알프레드슨 감독, 게리 올드먼 주연으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제작되어 평단과 관객들에게 격찬을 받았으며《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전편의 제작진과 출연진을 그대로 하여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알에이치코리아는 판타스틱 픽션 Gold를 통해 지성과 통찰력을 갖춘 존 르 카레의 걸작들 중에서 재미와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신구(新舊) 작품들을 엄격하게 선정, 국내의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을 점점 더 거대한 괴물로 만들었던 냉전 시대의 첩보전을 배경으로 한《스마일리의 사람들》에 이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의 첩보전을 그린《리틀 드러머 걸》이 출간 예정이며, 존 르 카레의 최신작인《Our Kind of Traitor》,《A Delicate Truth》또한 2014년 소개될 예정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와 카를라의 최후의 대결 크렘린의 최심부, 거울로 가득한 허상의 방에서 진짜 늙은 여우를 끌어내라! 은퇴한 늙은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는 과거 자신과 함께 싸웠던 에스토니아 출신 망명자 ‘장군’ 블라디미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기나긴 냉전의 대립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시대로부터 도태되었던 수많은 스파이들과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또한 초라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던 스마일리는 블라디미르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 스마일리와의 접촉을 시도했었고, 스마일리의 숙적이자 모스크바 센터의 수장 ‘카를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던 중이었음이 밝혀진다. 조지 스마일리는 과거 ‘게르스트만’이라는 가명을 쓰는 소련 스파이를 망명시키기 위해 설득작업을 한 일이 있었다. 당시 스마일리는 자신의 미숙함으로 인해 설득에 실패하고 개인적인 약점까지 노출시키고 만다. 게르스트만은 망명을 거절하고 스마일리가 빌려준 라이터만 가진 채로 모스크바로 돌아가 자신의 정적들을 모두 숙청하고 KGB의 정점에 오른다. 그가 바로 후에 영국 정보부와 서방세계를 자유자재로 기만하고, 스마일리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와 굴욕을 안겼던 ‘카를라’였다. 적수에 대한 되살아난 분노와 함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위험 속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다 죽은 블라디미르의 복수를 위해 스마일리는 다시 한 번 첩보전의 중심에 복귀한다. 크렘린의 중심, 스마일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잡을 수 없던 카를라를 포획할 마지막 기회. 하지만 스마일리가 블라디미르의 흔적을 따라 카를라에게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올수록 스마일리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가는데…. “이 책은 늙은 스파이에게 바치는 진혼곡(Requiem)이다.” 존 르 카레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한 스파이에게 허락한 위대한 종말 철의 장막을 두고, 서방세계와 소련은 서로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격렬한 첩보전을 벌였다. 냉전이 계속되면서 두 세력의 직접적인 대립은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첩보전만큼은 시들해지기는커녕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서로 정보 우위를 점하려는 강박은 상대에 대한 과대망상으로 발전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무의미한 첩보전을 이어갔다. 빠져나올 수 없는 첩보전쟁의 수렁 속에서 스파이들은 상대의 실체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채 자기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가까스로 그 존재를 유지했다. 《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 대부분을 국가에 헌신하고 거대한 이념의 충돌이 만들어 낸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야 했던 스파이, 냉전이 낳은 사생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때때로 불완전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조지 스마일리는 대체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으며, 영국 정보부를 이끄는 위치까지 올라갔던 성공한 스파이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 길어진 냉전, 사회주의자와의 싸움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에 밀려 변화하기보다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퇴장하는 길을 선택했다. 은퇴한 늙은 스파이에게 남은 것은 승리의 만족이나 성취감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알 수 없는 패배감과 회한, 공허함 속에서 떠나간 아내 앤을 그리워하며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실제 스파이로 활동했었음을 밝힌 존 르 카레에게 있어 ‘조지 스마일리’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닌 작가 자신, 혹은 그가 되고 싶었던 가장 이상적인 존재였다.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 덕분에 존 르 카레는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존 르 카레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많이 변했으며 조지 스마일리의 시선이 아닌 다른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다. 선택의 시기에서 작가는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택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한 스파이와의 이별을 앞당기게 된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는 그동안 자신의 임무를 너무도 충실하게 수행했던 늙고 지친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에게 걸맞는 것이어야 했고, 존 르 카레 자신이 견지해 나갔던 철학을 담고 있어야 했다. “《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늙은 스파이의 레퀴엠으로 기획되었으며, 지금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그에게 성대한 송별식을 마련해주기 위해 그간의 등장인물을 모두 불러모았다. 피터 길럼, 토비 이스터헤이스, 코니 삭스, 그리고 물론, 늙은 여우, 암호명 카를라까지. 위대한 종말의 무대로는 분단 베를린을 선택했다. 아니면 달리 어디겠는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서 스마일리가 알렉 리마스에게, 리즈에게 돌아가지 말라고 소리친 곳 또한 베를린 장벽이 아니던가. 스마일리는 마지막 공작을 위해 그곳으로 돌아간다.” _작가 서문 중에서 《스마일리의 사람들》에서의 조지 스마일리는 이제 더 이상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스파이로서의 사명감 때문이 아닌, 자신의 이유로 움직인다. KGB의 늙은 여우 ‘카를라’에 대한 복수심이기도 했고, 자신의 패배감과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보상받고자 하는 위험한 감정이기도 했다. 스마일리의 끈질기고 집요한 추적은 시리즈의 대미에 어울리는 결말을 이끌어 낸다. 길었던 싸움을 끝내려는 스마일리는 자신과 너무나 닮은, 사상과 진영은 달랐지만 외로운 첩보전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적수와 드디어 마주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책에 이르러서야 작가 존 르 카레는 스마일리에게 만회의 기회를 주고 그의 선택을 기다린다. 독자는 분단 베를린, 냉전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최후의 무대에 선 위대한 스파이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책의 마지막, 출간 당시 조지 스마일리를 회상하며 쓴 존 르 카레의 2000년도의 글에서 느껴지는 깊은 애정, 작가와 캐릭터 간의 굳건한 유대에 진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미디어 리뷰 “복잡하지만, 읽는 이를 흥분시키고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소설.” _시카고 트리뷴 “궁극의 스파이 소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엄청나게 노련하며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_뉴스위크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힘과 절묘함을 갖춘 작품. 르 카레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라 할 만하다.” _파이낸셜 타임스 “《스마일리의 사람들》은 르 카레가 빚어낸 완벽한 결정체다.” _선데이 텔레그래프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첩보전을 통해 들여다보는 차가운 동서 냉전의 시대 동서 냉전기를 배경으로 이데올로기의 허위와 첩보 조직의 비인간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영국 작가 존 르카레의 데뷔작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존 르카레는 스파이 스릴러라는 대중 소설 작가임에도, 비평계와 언론으로부터 단순한 스파이 소설 이상의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찬사를 받아 온 작가이다. 영국의 사회학자들이 〈1960년대 초의 동서 긴장 상황을 명확하게 알려 주는 데는 르카레의 소설이 필요했다〉라고 말할 만큼, 그의 작품은 냉전 시대의 상황을 탁월하게 반영한다. 르카레는 이데올로기의 우월성 경쟁이라는 헛된 꺼풀을 벗겨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낱낱이 드러낸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시선과 뛰어난 문장력은 르카레를 단순한 스파이 소설 작가 이상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르카레가 창조해 낸 주인공들은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 유의 영웅적 인물과는 크게 다르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의 주인공 조지 스마일리만 보아도, 사적으로는 결혼 생활에 실패했으며 공적으로는 정보부를 위해 일하면서도 그 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으로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이다. 동서간의 대립보다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조직의 충돌을 자주 그리는 점에서 르카레의 작품은 여느 스파이 소설들과 차별되는 것이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린 작품이다. 스파이 소설 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 하나인 조지 스마일리가 처음 등장해 사건을 풀어 나간다. 스마일리는 공산주의 가담 혐의로 자신이 면담한 외무부 직원이 자살한 사실에 의문을 품지만, 장관과 수상에게 잘 보이려고만 하는 상관 매스턴은 사건을 조용히 묻어 두려고 한다. 이에 심한 반발감을 느껴 사표를 던지고 나온 스마일리 앞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버티고 있다.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 가운데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만 하는 사람들과 함께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선과 악이라고 너무나 쉽게 믿었던, 혹은 믿고 싶어 했던 것들의 이면을 보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이상, 진실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 냄으로써 동서 냉전 시대를 지나간 과거사로 밀쳐 두지 않고, 이미 대다수의 공산 진영이 무너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의미를 주는 작품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르카레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이다.”―『배니티 페어』 1974년 발표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1963년 그의 첫 번째 히트작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비교되며 평자에 따라 그보다 원숙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역시 그의 많은 소설들이 그러했듯이 발표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국의 평론가 앤드루 러더퍼드는 이 작품을 <반역과 충성이라는 양극적 현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스파이 플롯과 보편적 주제의 융합을 이루었다. 이 소설에서 다루어진 음험한 배신, 의무의 파기, 불신의 노정 등 수많은 사례들은 셰익스피어 비극에 나오는 죄악과 무질서를 비유적으로 확대시켜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사태의 핵심에는 부패를 바라보는 깊은 인식과 통찰이 있다. 악의 근원(이중간첩)을 찾아가는 스마일리의 추적은 진리를 찾아 나선 오이디푸스나 복수를 염원하는 햄릿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소설의 내용은 르카레가 쓴 이 책의 1991년의 후기에서 상세히 볼 수 있듯이, 영국 정보부 내의 소련 이중간첩 킴 필비Kim Philby 사건이 모델이 되었다. 케임브리지 출신의 엘리트로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한때 영국 정보부의 반첩보과 과장이었고 영국 정보부의 부장 지위에 오를 뻔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러한 실제 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르카레는 사건을 허구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냉전 시대 체제 경쟁 속에서 서구의 <지연된 몰락>이 가져온 정신적 붕괴 과정을 관조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행동보다는 두뇌와 기지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파이 같지 않은 스파이이자 르카레가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조지 스마일리의 개성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오너러블 스쿨 보이』, 『스마일리의 사람들』로 이어지는 스마일리와 소련 정보부 우두머리 카를라의 대결을 다룬 <카를라를 찾아서>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며, 1979년 알렉 기네스 주연으로 BBC에서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어 오늘날 가장 유명한 영국의 시리즈물로 기억되고 있기도 하다.
<리틀 드러머 걸> 이 시대의 진정한 사안을 극한의 사실주의와 뛰어난 문학성으로 표현해온 거장의 최고 걸작 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의 절대적 고전이자, 세대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인정받은 문학 작품으로서도 유명한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그리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위시한 일련의 ‘스마일리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로 영국 정보국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스파이들의 세계를 사실적인 묘사와 작가적 통찰력을 담아 집필한 작품이다. 그 후 50여 년 동안 아픈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한편, 바로 현재 우리의 시선 밖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국가의 부조리함을 묘사하는 작품을 써오며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의 탁월한 의식’을 보여주었던 존 르 카레. ‘스마일리 시리즈’와 함께 르 카레의 가장 완벽한 대표작이자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1983년작 《리틀 드러머 걸》이 비로소 완역 출간되었다.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규정짓는 절대적 기준은 무엇인가 주인공이자 관찰자,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찰리의 시각으로 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야기 르 카레의 수많은 작품들이 그러했지만 1983년작 《리틀 드러머 걸》은 발표된 지 30년이나 지난 작품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배경으로 접근하기 용이하지만은 않은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세련미가 넘치고 신선하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이 전쟁을 위해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을 지지했다가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 모두에게 팔레스타인을 내주겠다는 선언을 하며 뒤엉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이후 4차에 걸친 전쟁으로 서로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겼고 이 사태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 그리고 정보전쟁, 그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에게 항상 주목했던 존 르 카레는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 하나하나의 가치는 소중히 다뤄지지 않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주목했다. 어떤 요소가 이 사태를 가장 비극적이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가를 생각했던 작가는 전작들에서 다루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 찰리를 정면에 내세웠고 그녀를 주인공이자 관찰자이며,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묘사하며 한 가지 면에서만 생각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관계를 다양한 측면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계속되던 와중 사태의 판도를 바꾸고 싶었던 이스라엘 정보국의 쿠르츠에 의해 세밀하고 엄중하게,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짜듯 물 흐르는 듯한 인과관계와 클라이맥스까지 담아 설계된 완벽한 첩보 계획. 영민하고 재능 있지만 외곬수인 여배우 찰리는 그들의 완벽한 표적이 되었고 그 어떤 강제성이나 외압 없이, 오로지 찰리 자신의 의지로 이스라엘 정보국 한복판까지 들어오게 하는 것이 1차적 목표이다. 그녀의 직업, 타고난 반골 기질, 생활 패턴까지 조사한 쿠르츠는 요제프라는 가명을 쓰는 자신의 요원 베커를 작전에 투입시키고 느릿하지만 정교하게 찰리의 감수성을 철저히 이용하여 그녀를 천천히 세뇌시키기 시작한다. 본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편이었던 찰리는 자신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의 일원이라는 비밀을 밝히며 전쟁의 참혹함을 쓸쓸하고도 선동적으로 고백하는 요제프에게 빠져들고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사상에 완벽히 동화되고 만다. 그러나 쿠르츠의 계획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찰리가 요제프에게 완벽히 빠져들자 쿠르츠는 비로소 찰리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무대 위에서의 연극이 아닌 더 큰 무대, 즉 현실에서 연극을 해보지 않겠느냐 제안한다. 그리고 찰리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 자신이 영국인인지 이스라엘인인지 팔레스타인인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사상적 세뇌의 길로 들어선다. 뛰어난 연극배우가 스파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이러한 설정은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탁월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과 스파이는 그 한 가지 면만 본다면 궤를 같이하는 한 맥락의 직업군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지만 진정한 자신과 다른 캐릭터의 옷을 입은 자신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작품 속 쿠르츠는 찰리가 가진 이 기준을 무너뜨리는 데 총체적 힘을 기울인다. 오히려 진짜 찰리 자신의 껍데기만 남긴 채 그 내면을 쿠르츠가 만든 새로운 찰리로 바꾸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녀를 끌고 가고자 한다. 작가 존 르 카레는 이를 통해 세상,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이라는 존재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연 내가 규정하는 나와 세상이 규정짓는 나는 같은 존재일까 다른 존재일까. 진실과 거짓은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진실을 진실이라고 규정짓는 ‘절대 진실’이라는 단서는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회성만큼이나 사랑이라는 주제에도 천착하는 존 르 카레의 작품들 르 카레의 소설들은 시대와 인간에 대한 날카롭고 비극적인 진실을 알려주며 묵직한 사회성과 감동을 안기지만, 그의 작품에서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사랑’에 관한 테마다. 딱딱한 주제와 결코 읽기 쉽지 않은 문장들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많지만 그 정치성과 사회성만큼이나 르 카레는 대부분의 소설들에서 사랑이라는 주제에도 천착한다. 그의 대표작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스마일리 시리즈’를 비롯, 《러시아 하우스》, 《콘스탄트 가드너》 및 최근작인 《원티드 맨》과 《Our Kind of Traitor》에서도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은 큰 비중으로 묘사된다. 《리틀 드러머 걸》 역시 사랑을 위해 뛰어든 스파이 세계를 묘사한 작품인 만큼 이와 마찬가지다. 존 르 카레의 사실적이고 건조한 스파이 세계 속에서 묘사되는 사랑은 그래서 더욱 낭만적이고 절실하다. 삶이 아니면 죽음인 중간이 없는 극한의 이 세계에서 사랑은 감정의 사치가 아니라 삶과 죽음에 필적하는 하나의 고귀한 가치로 묘사된다.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이 읽은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언론이 보여주는 하나의 세계만 보았을 뿐 이 세계의 내면을 보지 못했던 독자 자신에 대한 자책도 있지만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사랑의 힘과 그 비극성에 대한 충격도 크다. 1983년작 《리틀 드러머 걸》은 발표 1년 후인 1984년에 <스팅>의 감독 조지 로이 힐과 당시 최고의 여배우였던 다이앤 키튼 주연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처음과 끝이 꽉 짜여 맞아떨어지는 정교한 스토리, 거장의 강한 주제의식에서 비롯되는 작품 자체의 완벽한 정체성, 스토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실적이고도 애착 가는 캐릭터, 무엇보다 이름만으로도 고전인 작가의 브랜드로 인하여 존 르 카레의 많은 작품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항상 영화화 진행 중이다. 비교적 최근 영화화되어 많은 팬들을 양산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이어 올해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유작이기도 한 존 르 카레의 2008년작 《원티드 맨》이 영화화되어 개봉 예정이다. 줄거리 그녀가 그를 위해 영국에 있듯, 그도 그녀를 위해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그녀와 같은 꼭두각시였다. 연기자로서의 탁월한 재능과 영민한 두뇌,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지닌 영국인 연극배우 찰리. 하지만 타고난 반골 기질과 젊음의 반항심으로 체제 바깥에서 떠돌며 성공의 기회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찰리 앞에 홀연히 나타난 중동인 남자 요제프. 그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하염없이 그에게 끌리는 찰리는 오로지 감정에 따라 요제프와의 밀월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그의 위험한 비밀들(팔레스타인의 테러리스트)을 하나씩 알게 되지만 오히려 더욱 사랑에 빠지는 계기가 될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요제프는 오히려 찰리를 이스라엘 정보부 한가운데로 데려가는데…. 미디어 리뷰 에드거 상 최우수 소설 부문 후보작(1983년) “《리틀 드러머 걸》은 거장의 위대한 힘과 예술적 기교의 산물이다.” _워싱턴 포스트 “존 르 카레는 정교한 미스터리부터 위대한 문학성까지 빠짐없이 갖추었다.” _뉴 스테이츠맨 “거부할 수 없는 작품. 찰리는 이 시대 최고의 반전(反轉)적 스파이 캐릭터다.” _뉴욕 타임스 “몇 년 전 존 르 카레는 아직 자신과 묻히고 싶은 책을 쓰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비로소 그런 책을 써냈다.” _선데이 타임스 책 속으로 팔레스타인인들 중 일부는 죽고 일부는 수감되었고 남은 사람들도 집을 잃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시돈의 이층집에서 나를 돌봐주며 감귤 밭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 소년병들, 공습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꿋꿋했던 라시디예와 나바티에 캠프의 피난민들…. 후에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의 운명 또한 이 이야기에 재현된 사람들과 거의 다르지 않다. 팔레스타인 군사령관이자 시돈의 집주인 살라 타아마리의 얘기만으로도 책 한 권이 나올 만하다. 언젠가 자신의 얘기를 직접 썼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지금은 이 책으로 그의 용기를 칭송할 수밖에 없겠다. 내게 팔레스타인의 마음을 보여준 그의 병사들한테도 감사한다. 존 개프, G. M. 중령은 사제폭탄의 끔찍한 위력을 보여주며 내게 부주의학 제조법을 기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_ 작가 노트 중에서 찰리는 어느 모로 보나 최고의 미모는 못 되었지만 성적 매력만큼은 눈부실 정도였다. 불치에 가까운 색기도 마찬가지인 바 실제로도 온몸으로 그것을 발산하며 다녔다. 약간 멍청하기는 해도 미모는 루시가 최고였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찰리는 평범한 쪽이었다. 코는 길고 강해 보였으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두운 얼굴 탓에 한순간 어린 소녀 같다가도, 다음 순간 너무도 늙고 우울해 보였다. 맙소사,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았기에 저런 표정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따금 그녀는 그들의 딸이자 어머니가 되어, 돈을 계산하고 연고와 반창고를 찾아 상처 난 발에 발라주었다. 그녀의 역할이 모두 그렇지만, 그런 일을 할 때면 정말로 누구보다 너그럽고 누구보다 유능했다. 때로는 동료들의 양심이 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가상이든 실제이든, 국수주의, 성차별주의, 서방식 무관심의 죄를 짓지 말라며 호통을 쳤는데, 그 권리 또한 그녀의 계급처럼 보장되었다. 그들이 즐겨 말하듯, 찰리야말로 소위 엄친딸이었기 때문이다. 증권브로커의 딸로서 가정교사까지 두고 공부했던 아이…. 사실 찰리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고객들을 편취하다 감옥에서 생을 마쳤다. 어쨌든, 계급은 계급 아닌가? _ 본문 중에서 “연극이 아무리 진솔해도 사적인 고백이 될 수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소설, 시는 가능하지만 연극은 아니라더군. 연극은 리얼리티와 관계해야 하고, 따라서 실용적이어야 하죠. 그 말을 믿어요?” 요제프가 물었다. “버튼온트렌트 여자 협회에서요? 교도소의 토요일 마티네에서 <트로이의 헬렌>을 공연한다고요?” 그녀가 웃으며 되물었다. “농담 아니오. 당신 생각을 들려줘요.” “연극에 대해서?” “연극의 필요에 대해서.” 그의 집착이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대답에 너무도 많은 게 걸려 있다는 뜻이리라. “음, 맞는 얘기예요. 연극은 실용적이어야 해요. 사람들이 공감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하죠. 그러니까… 사람들의 의식을 깨운다고 해야 하나요?” “따라서 현실적이어야 하겠지? 확신하오?” “예, 확신해요.” “음, 그렇군.” 그가 중얼거렸다. 그로서는 할 바를 다했다는 투였다. “음, 그래요.” 그녀가 가볍게 되뇌었다. 우린 미쳤어. 그녀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달밤에 달을 보고 짖는 두 마리 미친 개. _ 본문 중에서 그에게는 그런 식으로 말할 권위가 있었다. 사람들이 갈망하는 대답도 갖고 있었다. 그에게는 배경이 있었으며 찰리를 포함해 그곳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요컨대, 그는 직접 경험한 상황만을 거래하는 사내였다. 질문을 해도 직접 당한 질문이었고, 지시를 하면 이미 복종한 적이 있는 지시였다. 죽음을 말할 때조차 그가 죽을 위기를 모면했으며 그것도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음을 뜻했다. 물론 언제든 다시 죽음과 대면하게 될 가능성까지 포함해서다. 지금처럼 그녀에게 경고를 보낼 때조차 그는 그 경고와 너무도 가까이 있었다. “찰리, 우리 연극과 학예회를 혼동하지 않길 바라겠소. 지금 마법의 숲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오. 조명이 무대를 비추게 되면 거리는 밤 시간이 될 것이오. 배우들이 웃으면 행복하다는 뜻이고, 흐느껴 울면 십중팔구는 상실감에 심장이 찢어진다는 얘기겠지. 배우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면(당연히 그렇게 될 거요, 찰리.), 막을 내린다 해도 후닥닥 뛰쳐나와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건 불가능할 게요. 장면이 어렵다고 까탈부리며 빠져나올 수도, 아프다고 쉴 수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연기를 펼쳐야 하오. 찰리, 당신이 원하는 일이고 또 감당할 수 있다면(그러리라 믿소.) 이제 우리 얘기를 들어봐요. 그게 아니면, 오디션은 여기서 포기하기로 합시다.” 그때 시몬 리트박이 처음으로 끼어들었다. 미국 라디오 신호만큼이나 희미하고 아련한 허스키 목소리였는데, 어딘가 스승을 안심시키려는 제자 같았다. “찰리는 평생 싸움을 피해본 적이 없습니다, 마티.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기록에 온통 그 얘기뿐인데.” _ 본문 중에서 그 순간 그녀는 요제프가 묘사한 바로 그 존재가 되고 말았다. 미셸의 구원자이자 해방자. 그의 성녀 조안. 육신의 노예이자 찬란한 별. 그녀는 지금껏 그를 위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지저분한 모텔에서 촛불만 켠 채 함께 식사를 하고, 침대를 공유했으며 그의 혁명에 동참하고 그의 팔찌를 차고 그의 보드카를 마시고 그의 육체를 난도질했으며, 보답으로 그가 그녀를 난도질하도록 허락했다. 그를 위해 그의 메르세데스를 몰고 그의 총에 키스하고, 곤경에 빠진 그의 혁명군에 러시아제 최고급 TNT를 운반해주었다. 그녀는 잘츠부르크의 강변 호텔에서 그와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밤에는 아크로폴리스에서 함께 춤을 추었고 그로써 온 세상이 그녀를 위해 되살아났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랑을 꿈꾸었다는 죄의식에 괴로워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남자…. 요제프가 말한 그대로였다. 아니, 더 아름다웠다. 찰리 같은 여자라면 도저히 저항이 불가능한 절대적인 매력. 그는 군주의 매력을 지녔으며 자신도 그 사실을 안다. 날렵하고도 완벽한 몸매. 잘 다듬어진 어깨와 매끄럽게 빠진 둔부. 복서의 이마와 목양신의 얼굴, 흡사 왕관과도 같이 바짝 달라붙은 검은 머리…. 아무리 길들이려 해도 칠흑같이 까만 두 눈에서 저 열정적인 본성을 감추거나 반란의 빛을 끌 수는 없으리라. _ 본문 중에서 “우리는 연인과도 같아요. 당신은 떠나지만 그 후엔 우리는 꿈이 되니까요.” 헤어지면서 살마가 한 얘기였다. 개자식들. 더럽고 추악한 유대 살인마들. 내가 여기 없었다면 저 사람들을 정말로 하늘나라로 날려보냈겠지? “애국할 방법이라고는 이곳에 남아 있는 것뿐이에요.” 살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_ 본문 중에서
<에이전트 러너> 스파이 소설의 제왕, 존 르 카레가 생전 발표한 마지막 작품 작가 김중혁·영화평론가 이동진·영화감독 박찬욱이 극찬한 최고의 소설가 우리가 현대 문학사를 통틀어 ‘스파이 소설을 쓰는 스파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작가를 꼽는다면 오직 존 르 카레를 떠올릴 것이다. 유럽을 뒤흔든 사기꾼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비밀 조직 MI6에 입성해 요원으로 활약했던 그는 동서냉전이 극에 달했던 1960년대 역사의 한 줄로 남은 ‘킴빌비 사건’에 휘말려 요원 생활을 그만둔다. 그때부터 ‘존 르 카레John Le Carre’라는 필명으로 줄곧 스파이의 삶을 사실감 있게 그리며 문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런 그가 2019년, 작고 직전에 발표한 스물다섯 번째 장편 소설 『에이전트 러너』가 마침내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그간 르 카레의 작품에 등장해 온 ‘스마일리’는 잊길 바란다. 브렉시트로 인한 실망감과 분노를 비밀요원의 삶에 입혀 표출하고자 한 작가의 시도가 돋보이는 이번 신작은 은퇴 직전의 주인공이 새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겪는 해프닝을 다룬다. 주인공이 작전을 수행하고, 암호를 파악하고, 심문을 주고받는 과정은 사뭇 진지하다. 심지어 ‘줄을 잘못 선’ 후배를 위해 기꺼이 조직과 아슬아슬한 협상에 임하고 가족마저 위장에 가담시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소설의 백미는 이제 역사 속의 한 장면이 된 동서 냉전이 어떻게 비틀린 영국식 유머, 조국을 향한 충성, 내분, 권태, 속임수와 어우러져 스파이 문학으로 완성되는지에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박진감 넘치는 결말을 보고 나면 우리는 여전히 생동감 있는 르 카레 특유의 필치에 탄복하게 된다. 작가로서 더는 글을 쓰지 말아야 할 때가 올 것을 늘 경계했던 존 르 카레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독자들은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색다른 스릴을 만끽할 것이다.
<나이트 매니저 1> 아마존UK 종합베스트 TOP10,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993년 출간 이후 사반세기에 걸쳐 화제가 된 거장 존 르 카레의 야심작 톰 히들스턴·휴 로리 주연의 BBC 드라마 <나이트 매니저>의 원작 지난 2월 영국 BBC1에서 6부작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아마존UK 종합베스트 TOP10,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원작 소설이 있다.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세계적인 지적 스릴러의 거장 존 르 카레가 1993년 선보였던 장편소설 《나이트 매니저》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고급 호텔의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는 조너선 파인이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건네 받은 기밀 문서의 내용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나이트 매니저》는 출간 당시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으로 유명한 스타 감독 시드니 폴락 등에 의해 벌써 두 차례나 영화화 얘기가 오갔으나, 도저히 두 시간짜리 영상으로는 그 방대한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영국 BBC와 미국 AMC가 손을 잡고 6부작 드라마화 결정을 발표했을 때 전 세계는 두 손 들어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의 눈길을 던졌다. 이미 두 차례 영화화가 좌절된 과거가 있는 데다 출간된 지 사반세기가 지난 작품이었던 까닭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사반세기 동안 장편 《나이트 매니저》를 영상으로 구현하기를 꿈꿔왔던 오스카 상 수상 감독 수잔 비어의 선택은 남달랐다. 영상화의 한계로 인해 호화요트 장면을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화려한 고성으로 바꾸는 등 몇몇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러한 변화 또한 자신이 읽었던 뛰어난 원작을 보다 잘 살리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평소 존 르 카레 작품의 열렬한 팬이자 1993년 이 책을 읽은 이후 언젠가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기를 꿈꿔왔던 배우 휴 로리는 이번에 ‘리처드 로퍼’ 역을 열연하며 지난 20여 년간 소원하던 꿈을 이뤘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조너선 파인’ 역을 맡은 톰 히들스턴 또한 첫 대본을 받자마자 원작 《나이트 매니저》를 순식간에 독파하여 자신의 배역에 충실을 기했다고 밝혀 대중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원작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은 드라마 <나이트 매니저>를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거듭나게 했고, 현재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한 4월 19일부터 미국 AMC에서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방영하며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불멸의 밤을 참아내며 과거로 도피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악에 맞서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임무 때문에 연인을 배신해야 했던 한 남자의 치명적인 복수 여정 전직 군인이자 현재 고급 호텔의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는 조너선 파인은 어느 날 한 여자로부터 은밀한 요청을 받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국제적 무기 밀매업자 리처드 로퍼의 범죄 기록에 관한 서류를 은밀히 보관해줄 것을 요청받은 것. 조너선 파인은 그녀의 말에 따르지만, 그 내용이 긴박한 만큼 복사본을 만들어 영국 당국에 전달하기로 한다. 하지만 얼마 후 소피는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이에 분노한 파인은 영국 정보 요원을 찾아가지만 세상에 대한 온갖 환멸과 좌절만 느꼈을 뿐이다. 6개월 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또 다른 호텔에서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게 된 조너선 파인. 몇 개월이 지나 무기 거래상인 리처드 로퍼와 그의 수행단이 호텔에 머물기 위해 찾아오고, 때마침 당직을 서게 된 파인은 영국 당국에 대한 분노의 화살을 로퍼에게 돌린다. 이때 레너드 버라는 영국 정보국 요원이 찾아와서 은밀한 제안을 건네고, 소피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파인은 로퍼의 대규모 범죄 제국에 침투하여 비밀리에 잠입 근무를 할 것에 동의한다. 작전명은 ‘림페트’. 파인이 살인, 절도, 여권 위조 등 각종 범죄 이력을 날조하여 도망자의 신세로 떠돌다가 범죄 조직에 합류한 다음, 로퍼의 주요 근거지인 바하마로 향한다는 것이다. 작전에 따라 자신이 근무하던 스위스 호텔의 금고를 턴 조너선 파인은 영국으로 떠나 외딴 마을 콘웰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마약 밀수를 하다가 자신을 속이려 했던 동료 점보를 살인하고, 다시 캐나다로 도주 생활을 계속하는 등 그의 범죄 행각은 멈출 줄을 모르는데……. 부패한 정보기관, 잔혹한 무기 밀매에 대한 소름 끼치는 진실 세상의 악에 맞서 스스로 어둠이 된 한 남자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냉전 이후 세상의 부와 권력, 인간에 대한 폭넓은 성찰이 돋보이는 거장의 야심작 전작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이어, 냉전 이후 선과 악의 또 다른 갈등 구도를 뛰어난 문학성으로 구현하여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에 선정, 당대 최고의 스릴러 거장으로서의 명성을 보다 확고히 해준 장편 《나이트 매니저》는 영국 외무성 MI6에서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독보적이고 사실감 넘치는 현실 세계를 구현해온 거장 존 르 카레가 손꼽는 대표적인 걸작이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나이트 매니저》는 무기 거래상과 마약 밀매업자가 엄청난 영향력과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테러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그에 따라 가난과 기아가 확산되는 지옥도 같은 현실적 풍경을 묘사한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 권력과의 탄탄한 유대와 조직력, 재력으로 무장한 채 온갖 범죄를 일삼고 무기와 마약을 밀거래하는 국제적인 무역상 리처드 온슬로 로퍼가 자리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화려한 외모에 매력적이고 언변 좋은 영국 신사 리처드 로퍼는 사실상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다. 그리고 그와 대적하기 위해 영국 정보국이 비밀리에 내세운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전직 군인 출신이자 현재 호텔에서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는 조너선 파인이다. 과거 이집트 카이로에서 임무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야 했던 조너선 파인은 ‘세상 최악의 남자’ 로퍼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영국 화이트홀의 정보국 요원 버가 찾아가 도움을 청했을 때, 그가 수많은 위험이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선뜻 승낙하는 것은 연인에 대한 복수라는 이유도 일부 작용한다. 기계적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만 충실한 여느 인물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과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나아가서 인류 전체의 운명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그의 노력은 국제적인 암 조직인 카르텔의 정체만 폭로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적 평화를 외치며 정의 수호에 앞장선다고 자부하는 서방의 권력자들이 바로 이 카르텔 조직과 손잡고, 사실상 자신들의 국익 수호를 위해 제3 세계 및 저개발 국가를 희생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야말로 거장 존 르 카레가 이 책 《나이트 매니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일 것이다. 언론 총평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에 걸쳐 읽게 될 작가의 작품 중 하나다.” –로버트 해리스(작가) “감탄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매혹적인 이야기.” –옵서버 “강렬하고 복합적이다…….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되는 페이지 터너 작품.”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진땀 흐르는 공포에서 필사적인 사랑까지 인간의 감성을 단호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야심작.” –선데이 타임스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며,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로 잘 쓰인 이야기다.” –뉴욕타임스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시카고 선타임스 “디테일이 풍부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연구 조사가 이루어진 작품. 인물을 통해 강한 긴장감을 구축하는 르 카레의 재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피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매혹시키는 작품. 책을 읽는 내내 신경을 자극한다.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다.” –보스턴 해럴드 책 속으로 평범한 종이 한 장에 서명도, 출처도 없이 ‘1990년 10월 1일까지 준비될 물건’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 열거된 내용은 잠들지 않는 조너선의 과거에서 날아온 악마의 목록이었다. “한 장씩 복사하면 됩니까?” 전투 중에 시각이 또렷해지듯, 위기 상황에서 유난히 가벼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팔을 배 위에 겹쳐 올리고 두 손으로 양 팔꿈치를 감싼 채 담배를 피우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솜씨가 좋군요.” 무슨 솜씨를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버는 다시 그 아들에게 돌아가서, 조너선이 전전했던 군 위탁가정과 민간 보육원, 도버의 듀크오프요크 군사학교의 기록을 들여다보았다. 모순되는 표현들 때문에 급속도로 답답해졌다. 소심하다. 한 서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용기 있다. 또 다른 서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외톨이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 타고난 리더다, 카리스마가 없다……. 마치 진자처럼 말이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뭔가 따로 떼어놓아야 할 병적인 증상처럼, 외국어에 매우 관심이 많다는 표현도 한 번 나왔다. 그러나 버를 정말 짜증 나게 한 것은 융화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의 첫사랑은 무기야. 그는 장난감이라고 부르지. 권력에 맛 들인 사람이라면, 그 습관을 충족시키는 데 무기만 한 게 없어. 그저 평범한 상품이라는 둥, 서비스 산업이라는 둥 하는 헛소리는 절대 믿지 마. 무기는 마약이고, 로퍼는 중독자야. 무기의 문제는, 모두가 무기는 불황과 상관없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야. 이란-이라크전은 무기상을 위한 것이었고, 그들은 전쟁이 절대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후 업계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지. 지나치게 많은 군수업자들이 얼마 되지 않는 전쟁터를 쫓아다니고 있어. 뒤로 빼돌린 군수품이 지나치게 많이 시장에 나오고, 평화 논의는 많고 돈은 충분치 않아. 디키는 세르비아-크로아티아전에도 당연하겠지만 손을 좀 댔어. 아테네를 통해 크로아티아와 거래하고, 폴란드를 통해 세르비아와 거래하고. 하지만 돈은 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시장에 몰리는 잡배가 너무 많지.” 어두운 북쪽 주방 창문을 통해, 조너선은 도둑들의 절도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살폈다. 다행히 그동안 그는 처음 솟아올랐던 살인적인 분노를 억제할 수 있었다. 집중력이 개선되었고, 호흡이 안정되었고, 자제력이 조금 되돌아왔다. 한데 이 분노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의 내면 아주 멀고 어두운 어딘가에서 분노는 점점 솟아올라 홍수처럼 넘쳐흘렀지만, 그 원천은 수수께끼였다. 그는 칼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하고, 조너선, 빵에 버터를 바를 때처럼…… 날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눈을 보라고…… 너무 낮게 꽂지 말고, 다른 손으로 상대를 좀 괴롭혀줘…….
<민감한 진실> “지브롤터 반테러 작전은 국제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국제적 음모를 덮기 위한 인류의 또 다른 비극이었을까” 독보적이고 사실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의 전설적 거장 존 르 카레의 위대한 걸작 첩보 스릴러계 거장 존 르 카레가 손꼽는 작가의 대표적 수작 가장 영국적인 작품이자, 가장 자전적 요소를 많이 반영한 작품 BBC필름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작가 윌리엄 모나한 각색으로 전격 영화화 결정 런던 중심가를 뒤흔든 국방성 스캔들과 이와 얽힌 거대 음모…… 거짓과 기만의 세상에서 정의를 찾으려는 두 비밀 요원의 치명적이고 은밀한 여정! 시대와 인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첩보 스릴러의 거장, 존 르 카레의 최신 걸작! 실제 영국 외무성에서의 첩보 경험을 토대로 지난 60여 년간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아픈 역사를 뛰어난 작가적 통찰력과 문학성으로 표현해온 거장 존 르 카레. 1963년 20세기 냉전 시대를 다룬 첩보 소설이자 영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 올린 존 르 카레는 이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등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화제의 작가이기도 하다.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의 탁월한 의식’을 보여주었던 세계적 지성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는, 전작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통해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이자 작가가 가장 사랑한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와의 이별을 앞당기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많이 변했고 이제 조지 스마일리의 시선이 아닌 다른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존 르 카레의 최신작인 이 책 《민감한 진실(A Delicate Truth)》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다. 집단의 대의를 위해 개인을 소모품처럼 희생시키는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못하나, 그럼에도 ‘구소련’이라는 굳건한 존재로 인해 불가피한 개인의 희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냉전 시대의 첩보 스릴러를 정의한다면, 《민감한 진실》에서 구소련이라는 공공연한 적은 탐욕스러운 정치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이제 거대 제약사, 부도덕한 은행, 음흉한 목적을 지닌 다국적 기업, 그리고 이들에 휘둘리는 심약한 정치인 등도 우리에게 익숙한 적이자 존 르 카레의 진정한 화두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감한 진실》은 “우리 일, 그러니까 우리와 당신의 일은 개인보다 전체가 중요하다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라는 조지 스마일리의 이론에 대한 항변처럼 읽히기도 한다. 반테러 작전, 불법 행위, 양심과 의무 사이의 갈등, 그리고 자살…… 냉전과 제국주의가 끝난 세상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수많은 시도와 갈등 오늘날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꾀한 거장 존 르 카레가 직접 손꼽는 대표적 수작 이 책 《민감한 진실》은 2008년 영국령 지브롤터 바위섬에서 펼쳐진 암호명 야생동물작전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지브롤터에 있는 호텔 방에서 정보 요원 폴 앤더슨은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국 식민지인 그곳에서 폴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테러리스트 생포 목적의 야생동물작전에서 국방부 차관 퍼거스 퀸의 눈과 귀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작전에 투입된 주요 인력은 영국 특수부대 요원과 미국 CIA의 비밀 조직으로 일컬어지는 ‘윤리적 결과’라는 미국 다국적 기업 조직이다. 폴은 퍼거스 퀸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작전 지휘관 젭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어느 순간 작전이 성공리에 끝났으며 모두 기쁨에 들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채 영국으로 귀환한다. 직접적으로 목격한 실제적 행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테러리스트와의 전쟁 또한 기업화된 것이다. 이후 폴 앤더슨, 즉 크리스토퍼 키트 프로빈은 카리브 해 발령을 받고, 그곳에서 야생동물작전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과 함께 기사 작위를 수여받는다. 한편 새로이 외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퍼거스 퀸 의원의 개인비서 토비 벨은 30대 청년이자, 제국주의와 냉전이 끝난 세상에서 조국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 이상주의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원이 뭔가 중요한 것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젊은 혈기로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야생동물작전이라는 비밀리의 작전이 있었으며,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그 음모에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영국 북부 콘월에서 한가로이 은퇴 생활을 즐기던 크리스토퍼 프로빈 경은 야생동물작전을 함께했던 영국 특수부대 요원 젭과 조우한다. 크리스토퍼 경은 여전히 자신이 국가를 위해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며 은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과연 크리스토퍼 경의 믿음대로, 그리고 외무성의 말대로 야생동물작전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대성공적인 작전이었을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덮기 위한 인류의 또 다른 비극이었을까? 당시 퍼거스 퀸 의원의 개인비서로 있던 토비 벨은 크리스토퍼 경의 초대를 받아 그의 딸 에밀리와 함께 당시 사건의 진실을 밝힐 일련의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직업적 특성상 토비 벨은 양심과 외무성 직원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비밀을 그대로 묻어두는 것일 수도 있다!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비극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과거의 명예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 르 카레의 역작 아카데미 상 수상작가 윌리엄 모나한 각색으로 BBC 필름 영화화 예정 수많은 인물들과 복잡한 플롯, 그리고 민감한 시대의 현안이 뒤섞인 존 르 카레의 작품은 결코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존 르 카레라는 작가에게 열광하는 것은 휴머니티가 빛나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닌 인물들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 그리고 올곧은 윤리적 견지를 덧입혀 묵직한 주제와 이야기적 재미를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의 젊은 작가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거장 존 르 카레의 가장 큰 힘은 작품 속에서 정보 전쟁, 테러, 민권, 보수와 진보, 사회주의, 유럽의 현대사 등 문제적 사안을 거침없니 풀어놓으면서도, 하나의 이념을 무조건적으로 설파하기보다 디테일이 살이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읽는 이가 스스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깨달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이 책 《민감한 진실》에서는 특히 냉전과 제국주의의 종식 이후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근시안적이고 위선적인 자본주의적 탐욕이 바로 그 화두라 말할 수 있다. 81세의 나이임에도 작가의 전설적 명성을 결코 희석시키지 않고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변화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선보인 《민감한 진실》은 내부고발자를 내세워 무엇이 더 가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양면적 화두를 던지는, 이 시대의 거장만이 집필할 수 있는 진정한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들의 반역자> “당신들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하는 신사들이잖습니까?” “그건 외교관들이죠. 우리는 신사가 아닙니다.” “그럼 당신들은 스스로 화를 면하려고 거짓말하는군요.” “그건 정치인들입니다. 전혀 다른 게임이죠.” 작품 소개 “선과 악이 모호한 세상에서 정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자금 세탁의 일인자이자 러시아 대부호의 은밀한 초대…… 영국 정보국과의 위험한 게임을 자청하는 그의 숨은 내막을 밝혀라! 냉전 이후 전 세계의 새로운 패권 구도를 선보이는 거장 존 르 카레의 걸작 스릴러 2016년 5월 수산나 화이트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영화 개봉 예정작 과거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위선과 기만으로 얼룩진 정보기관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려냄으로써, 누구도 상상 못할 시대와 인간의 아픈 단면을 보여주었던 첩보 스릴러의 거장 존 르 카레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대중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안겨주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냉전이 종식된 오늘날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꾀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국제적 제약회사들이 저지르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만행 등 세계화된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보다 폭력적으로 작용하는 이면의 풍경에 천착하면서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의 입지를 굳건히 해왔다. 그의 22번째 장편소설인 이 책 《우리들의 반역자(Our Kind of Traitor)》는 결코 ‘포기’란 단어를 모르는 노장이 투혼을 불사르며 써내려 간 작품으로, 출간과 동시에 이 시대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뉴욕타임스》, 《텔레그래프》,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유수의 언론에서 호평을 실었다. 얼마 전 작고한 스웨덴 문학의 명장 헨닝 망켈은 이제껏 수많은 찬사가 있어왔으나 그것만으로는 이 책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극찬을 쏟아낸 바 있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동요를 적절하게 담아내면서도 세계적 지성 중 하나로 손꼽히는 존 르 카레의 시대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폭넓은 이해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영역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스위스, 러시아, 인도 등 국경을 초월한 검은돈의 세계…… 탐욕과 부패로 읽는 이 시대의 예리하고 냉철한 사색이 빛을 발하는 거장의 야심작 존 르 카레의 초기작들과 견주어볼 때 그 배경 및 주제에 있어 괄목한 만한 변화가 돋보이는 대표적 걸작 《우리들의 반역자》는 ‘옥스퍼드’라는 상아탑에서 묵묵히 학자의 길을 걷던 한 청년이 인생의 주요 전환점을 앞두고 연인과 함께 카리브 해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테니스를 즐기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겠다던 그들의 평범한 계획은 디마라는 러시아 대부호와 만나는 순간 철저하게 무너진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듯, 디마와의 만남은 젊은 연인이 국제적 음모와 연루되는 계기가 되고, 더 이상 예전 같은 평범한 삶도 꿈꿀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 중심에 놓여 있는 핵심적 화두는 바로 러시아 자금 세탁의 일인자 디마가 알고 있는,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영국 재정기관 및 은행에 쏟아 부은 러시아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불법 자금에 관한 정보다. “예를 들죠. 터키, 크레타 섬, 키프로스, 마데이라 제도, 많은 해안의 리조트들. 검은 호텔들, 손님도 없고 일주일에 2천만 검은 달러. 이 돈 역시 그들이 디마라고 부르는 이에 의해 세탁됩니다. 부동산 회사를 하는 특정 영국인 범죄자가 연루되어 있습니다. 사례. 유럽연합의 관리가 범죄자 육류 도급업자들과 관련된 개인적인 부패. 이 업자들은 높은 품질을 증명해야만 하는데, 이탈리아 고기가 러시아의 공화국으로 수출되면 매우 비쌉니다. 이런 방식에 개인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내 친구인 미샤죠.” ?본문 중에서 범죄 조직에 몸담은 고위 간부의 목소리와 감상에 젖은 남자의 회상 섞인 목소리로 역사의 뒤안길을 걷는 ‘디마’라는 한 남자의 생애를 조명하는 《우리들의 반역자》는 과거 흑과 백, 선과 악, 동과 서로 구분되었던 세계가 무정형하고 복잡하게 일그러지고 뒤엉키며 부패해가는 오늘날의 자화상이라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모호하고 불투명한 세상에서 옳은 일을 한다거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세계적 경제 위기의 시대,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도전장을 내민 의문의 남자 과연 그가 말하려는 것은 세상을 향한 분노일까, 변절자의 수치심일까 근육질의 단단한 몸에 온갖 문신이 가득하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롤렉스 시계를 찬 러시아의 대부호, 디마. 자신이 러시아 사업가이며, 카리브 해에만 몇 개의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떠벌리던 그는 테니스 시합이나 하자며 무턱대고 영국의 젊은 연인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청한다. 비밀스레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에는 기이하고 낯선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뚱한 표정의 아내는 주교가 할 법한 커다란 십자가를 목에 걸고 있고, 쌍둥이 아들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난폭하며,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의 딸 나타샤는 책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테니스 시합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 디마는 자신의 쌍둥이 아들 생일을 축하해달라며 또다시 연인을 초대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도소리 시끄러운 은밀한 장소로 그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쪽지 하나를 건넨다. 자신과 그의 가족의 영국 망명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정보를 거래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옥스퍼드 교수인 페리가 자신을 영국 정보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안내할 다리 역할을 해줄 것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왜 러시아 범죄조직을 배신하고 영국 정보국과의 위험한 게임을 자청하는 걸까? 혹여 무고한 시민인 두 연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화려한 삶의 터전에서 샴페인과 카나페를 즐기고 있기엔 뭔가 다른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일까? "여전히 변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변화에 있어 결코 늦은 때란 없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직시해야 하는 세상에 대한 내밀한 탐색 이제 존 르 카레의 작품은 그 탁월한 통찰력과 문학성만을 얘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혼탁한 국제 재정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이해력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도 선뜻 실행하지 못할 국제적 정보기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이 다루는 화두에 비해 많은 인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작가가 부여하는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체제로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인물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직시해야만 하는 세상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여전히 변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변화에 있어 결코 늦은 때란 없다.” 2010년 출간 당시 냉전 이후의 세상에 대한 예리하고 냉철한 통찰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우리들의 반역자》는 거장 존 르 카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최근 르 카레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스릴을 자랑한다는 전 세계 호평을 받았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을 연상시킨다는 일부 평도 있으며, 냉전 이후 영국 정보국과 러시아의 대결 변화가 무엇보다 빛을 발하는 수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016년 5월 수산나 화이트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며, 현재 영화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 알프스, 모로코 마라케시 등 화려한 로케이션 촬영 및 조연 데이미언 루이스가 골드핑거로 떠오르며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모스트 원티드 맨> “아름다운 책이다. 르 카레와 같은 통찰력과 상상력을 지닌 작가는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_선데이 타임스 스파이 스릴러의 전설적 거장 존 르 카레의 21번째 장편 소설 안톤 코르빈 감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윌렘 데포 주연 동명 영화 개봉 예정 - 작품 소개 뉴욕 타임스, 아마존, 선데이 타임스, 가디언 베스트셀러 1위! 바로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픈 역사를 뛰어난 작가적 통찰력과 문학성으로 표현해온 거장 존 르 카레의 21번째 장편 소설 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의 절대적 고전이자, 세대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인정받은 문학 작품으로서도 유명한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그리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위시한 일련의 ‘스마일리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로 영국 정보국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스파이들의 세계를 사실적인 묘사와 작가적 통찰력을 담아 집필한 작품이다. 그 후 50여 년 동안 아픈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한편, 바로 현재 우리의 시선 밖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국가의 부조리함을 묘사하는 작품을 써오며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의 탁월한 의식’을 보여주었던 존 르 카레. ‘스마일리 시리즈’와 함께 르 카레의 가장 완벽한 대표작이자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1983년 작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그의 2008년 작이자 21번째 장편 소설인 《모스트 원티드 맨》이 알에이치코리아 판타스틱 픽션 GOLD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개정, 출간되었다. 어느 날 홀연히 함부르크에 나타는 이름도, 존재도 베일에 싸인 ‘지상 최대의 지명수배자’ 사내의 비밀을 밝히려는 정보국, 그를 지키려는 민권 변호사, 그리고 갈등하는 은행가의 이야기 아시아 인, 아랍 인, 아프리카 인, 터키 인, 러시아 인 등 온갖 인종의 난민들이 범람하는 독일 함부르크의 기차역. 정부의 빈민 정책으로 낮 동안은 묵인되는 불법체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가 한꺼번에 난민 청소를 해버리는 새벽이다. 이 가운데 홀연히 나타난 한 사내. 온몸에 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고, 정신적으로 온전치 않아 보이는 무슬림 청년 이사를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받아들이고 돌봐주는 터키 출신 모자(母子)는 결국 민권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변호사 아나벨 리히터가 그들을 찾는다. 오래전, 자신의 판단착오로 고객이었던 한 불법체류자를 눈앞에서 정부기관에 빼앗긴 아나벨은 부유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법을 빼앗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져다주고자 한다. 하지만 정당한 신념을 위해 거대 조직과도 맞서고자 하는 아나벨은 이사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부담스러운 존재임을 깨닫는다. 몰락한 러시아의 장성 카르포프의 아들이자 카르포프가 수십 년 전 독일의 한 개인은행에 숨겨둔 엄청난 금액의 검은 돈의 상속자인 이사. 그리고 선대부터 카르포프의 돈을 관리해왔으나 검은 돈의 실체를 뒤늦게 깨닫고 갈등하는 은행가 토미 브뤼. 여기에 전 유럽 정보기관의 지명수배 명단에 오른 이사를 이용하여 이슬람 테러 조직을 소탕하려는 독일 헌법수호부 요원 귄터 바흐만까지 합세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해진다.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과거의 명예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 르 카레의 역작 《모스트 원티드 맨》 수많은 인물들과 복잡한 플롯, 그리고 민감한 시대의 현안이 뒤섞인 존 르 카레의 《모스트 원티드 맨》을 수월하게 읽어나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작가는 전통적 스릴러에 현실의 현안을 결합하고 여기에 휴머니티 가득한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 그리고 올곧은 윤리적 견지를 덧입혀 묵직한 주제와 이야기적 재미가 완벽하게 결합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현대의 젊은 작가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거장 존 르 카레의 가장 큰 힘은 작품 속에서 무슬림, 불법체류자, 정보 전쟁, 테러, 민권, 학대와 고문, 보수와 진보, 사회주의, 유럽의 현대사 등의 문제적 사안을 거침없이 풀어놓으면서도, 하나의 이념을 무조건적으로 설파하기보다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작가가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를 깨달아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럽의 부자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함부르크에서 실속 없이 이제는 명예만 남은 개인은행을 운영하며 누군가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비루한 일상에서 구해주기를 바라는 중년의 토미 브뤼, 독일 최고의 법조계 집안에서 태어나 가진 자의 법을 갖지 못한 자에게 주고 싶어하지만 자꾸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변호사 아나벨 리히터, 허세나 부리는 어설픈 책상물림이 아닌 수십 년 동안 실전에서 통찰력과 정보력을 쌓은 독일 정보국의 귄터 바흐만, 그리고 유럽의 각국에서 온갖 고문과 협박을 당하면서도 하나의 일념을 위해 함부르크를 찾은 젊은 도망자 이사. 작품 속에서 이들은 모두가 완벽한 개성을 지닌 채, 서로 같은 목적을 가진 각기 다른 일들을 해나간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바로 직업적 의무와 개인적 양심의 대립이다. 감성과 이성, 휴머니즘과 공공의 정의, 이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힌 두 의식의 대립은 브뤼-이사, 아나벨-이사, 바흐만-이사, 아나벨-바흐만 등 주요등장인물의 관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등장하며 고뇌와 갈등의 축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 해외정보국 MI6에서 일했던 존 르 카레의 경험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훌륭하게 녹아든다. 함부르크 헌법수호부의 작은 부속기관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 국제 정세와 테러 정보들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해외자산국, 좌파와 우파가 팽팽하게 대립하며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합동조정위원회, 그리고 연방정부 시스템과는 다른 완전히 새롭고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될 정보 코디네이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무엇보다 비밀의 사내 이사의 존재를 두고 독일, 영국, 미국 세 나라 정보원들이 벌이는 치밀하고 차가운 두뇌 싸움은 르 카레의 최고 장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스트 원티드 맨》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러시아 하우스》, 《테일러 오브 파나마》, 《콘스탄트 가드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이어 르 카레의 작품 중 여섯 번째로 극장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안톤 코르빈 감독, 고(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귄터 바흐만 역), 윌렘 데포(토미 브뤼 역), 레이첼 맥아덤스(아나벨 리히터 역)가 주연을 맡아 2014년 7월말 미국에서 개봉하여 호평을 받았다. 한국 개봉은 2014년 8월 7일이다. 미디어 리뷰 아마존 올해의 책(Editor's Choice) 선정작(2008) “이것은 르 카레의 가장 강렬하고, 가장 힘이 넘치는 소설이다. 완벽한 내러티브는 물론이고 휴머니즘의 감동도 놓치지 않는다. 그가 써온 모든 소설 중 최고다.”_뉴욕 타임스 “안온한 세상에서 안락한 소파에 앉아 모순덩어리인 이 시대의 이면을 파헤치게 해주는 작품.”_옵서버 “출간 즉시 고전의 반열에 오를 작품이다. 오직 마스터 르 카레만이 구사할 수 있는 충격적이고 선동적인 결말도 대단하다.”_USA 투데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놀랍다. 완벽에 가까운 소설.”_샌 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복잡한 플롯, 아름다운 문장, 이야기의 힘, 윤리적인 견지…. 모든 것들이 최고이지만 무엇보다 오늘날의 민감한 사안을 다룬 주제의식이 최고다.”_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르 카레의 작품은 바로 당신의 책장에도 한두 권 꽂혀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스파이와 정치 스릴러의 이 전설적인 거장은 여전한 솜씨로 이 시대의 사안과 도덕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_시카고 선 타임스 “르 카레는 자신의 주제의식을 우아한 속박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작품 속 그의 대화체는 매우 팽팽하고 또 예리하다. 주제의식도 훌륭하지만 그의 문장 역시 학구적인 가치가 있다.”_보스턴 글로브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힘 있는 비판. 르 카레는 이 혼잡한 현실에서 순수함과 휴머니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_GQ “르 카레의 문장은 그 누구와도 비교가 불가능하다.”_뉴스위크 “아름다운 책이다. 르 카레와 같은 통찰력과 상상력을 지닌 작가는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_선데이 타임스 “복잡하지만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명확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인상적이다.”_텔레그래프 “어둡고도 영리한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이 작품의 최면에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_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르 카레는 복잡다단하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 그리고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있다.”_메일 온 선데이 “신은 그레이엄 그린과 조셉 콘래드의 최고 장점들만 초자연적으로 결합시켜 르 카레에게 선물했다.”_위크엔드 오스트레일리언 “문학에 있어 독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캐릭터이다. 《모스트 원티드 맨》은 바로 이 전형을 보여준다.”_세인트 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르 카레의 소설은 심리학과 이데올로기, 사회와 개인의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잘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극한의 사실주의와 희망적인 휴머니즘이 혼합되어 있다.”_어소시에이트 프레스 “르 카레의 작품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그의 주제, 그의 문장, 그의 통찰력은 천천히 읽을수록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_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모스트 원티드 맨》은 테러와의 전쟁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한 무서우리만치 현실적인 소설이다.”_오레고니언 “정당한 신념을 위해 조직과 맞서는 개인의 치열한 투쟁을 다룬 르 카레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_라이브러리 저널 책 속으로 우리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프란츠 파농이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던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사실상 나라가 없어요.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고요. 자기들이 왔다가 떠나가는 이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도 무서워하고 있어요. _본문 중에서 저 사람의 지문과 사진이 모든 나라 경찰의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어요. 1990년의 더블린 조약에 따라 독일은 저 사람을 급행열차에 태워서 스웨덴으로 보낼 수밖에 없어요. 항소도 불가능하고, 정당한 절차 같은 것도 없어요. 저 사람은 도망친 죄수고, 스웨덴에서 불법입국을 시도한 사람이고, 러시아와 터키에서는 수배자예요. 거기다 터키에서 저 사람을 돌려달라고 하면 스웨덴은 저 사람을 터키로 넘기고 잊어버리겠죠. 터키는 저 사람을 실컷 데리고 논 다음에 러시아로 넘길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저 사람은 또 감옥에 갇혀서 고문을 당하게 될 거에요. _본문 중에서 이사와 마주 앉아서 그가 겪은 일들을 듣는 순간 나는 체제를 따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도저히 구해줄 수 없는 이 생명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것. 변호사가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거야. 이 상처받은 사람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나의 의무일까? 내가 법의 도랑에 빠져 피를 흘리고 있는 이 남자를 내 옛 의뢰인처럼 그냥 죽어가게 내버려둔다면 과연 독일의 변호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간직하는 한, 난 용기를 낼 수 있어. _본문 중에서 이사의 얼굴은 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순간적으로나마 그는 자기가 이렇게 행복한 것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나중에 비쩍 마른 이사의 모습이 마음에 남은 이유를 생각해보고는 그의 적막한 모습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만큼 젊은 얼굴이지만 세월의 주름이 나 있고, 화창한 봄날에 겨울 같은 표정을 짓고 있잖아. _본문 중에서 만일 이 세상에 첩보원이 유일한 천직인 사람이 있다면, 바흐만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바흐만은 열성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한 일 중독자였지만, 미소를 지을 때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마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모래 빛깔 머리카락은 너무나 젊어 보였다. 그는 마치 배우처럼 상대에게 아첨할 수도, 상대를 매혹시킬 수도, 위협할 수도 있었다. 한 문장을 말하면서 달콤한 말과 험한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도 했다. _본문 중에서 함부르크는 유죄다. 의식적인 면에서도, 무의식적인 면에서도. 어쩌면 함부르크가 그 비행기 탈취범들을 길러낸 건지도 모르지. 놈들이 우리를 선택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놈들을 선택한 걸까? 함부르크는 서구 세계를 아작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평범한 반시온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한테 과연 무슨 신호를 보냈던 걸까? …하지만 우리가 무슨 신호를 보냈는지 논하려면, 얼마 전부터 등장한, 종교와 인종에 대한 망할 놈의 관용을 탓해야 한다. 죄를 지은 도시가 과거의 죄를 보상하려고 지칠 줄 모르고 무차별적으로 놀라운 관용을 과시한 것, 그래, 그것도 일종의 신호였다. _본문 중에서 우리는 착한 표정과 두둑한 지갑으로 그들을 꾀어낼 수 있을 줄 알았지. 고위급 망명자가 우리 차 뒷좌석으로 들어와 우리와 거래를 하게 되기를.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놈들의 암호를 해독하려고 방송을 훑었다. 그런데 망할 놈의 암호라는 게 없었어. 왜일까? 우리의 전쟁은 이제 냉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린 15억 명이나 되는 순종적인 인구를 거느린 이슬람이라는 나라의 조각들과 싸우고 있었어. _본문 중에서
<완벽한 스파이 1> 스파이 행위를 통해 섬세한 인간에 대한 진실을 보여 주는 소설 논쟁의 여지가 없는 20세기 영국 문학계의 거인 르카레의 1986년 작품 『완벽한 스파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뒤 자취를 감추어 버린 영국 정보국 요원 매그너스 핌과 그가 조국을 배신했다는 확신으로 미친 듯이 그 자취를 찾아다니는 상사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영혼을 박탈당한 채 〈완벽한 스파이〉로만 살아왔던 한 인간이 꺼내는 어린 시절과 특별했던 아버지, 진심으로 사랑했던 친구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르카레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이 소설은 탁월한 지식을 바탕으로 복잡한 국제 스파이 활동의 어두운 세계를 능숙하게 안내하는 동시에, 하물며 아들까지도 배신하며 살아가는 아버지를 둔 한 아들의 자기 연민을 뛰어넘은 휴먼 코미디이자 작가 스스로의 고백이 되기도 한다. 르카레 최고의 책, 20세기 최고의 영미 소설 중 하나 ― 필립 풀먼, 소설가 2차 대전 후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 ― 필립 로스, 소설가 뛰어난 이야기 ― [워싱턴 포스트] 우리 시대 문학적 상상력의 정점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스파이의 유산> 영화감독 박찬욱 추천! 스파이 문학의 거장 존 르카레 신작 스파이 소설의 장르를 넘어 문학성을 인정받는 거장, 존 르카레의 스물네 번째 장편소설 『스파이의 유산』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2017년 발표된 이 작품은 르카레의 대표작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이며, 27년 만에 ― 『은밀한 순례자』(1990) 이후로 ― 조지 스마일리가 다시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에는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가 수록되어 있다. 박찬욱 감독은 르카레의 팬으로, 르카레 원작의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감독하기도 하며 작가와 교분을 맺어 왔다.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는 화려한 스파이가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를 품은 동시대 인물로 스파이를 그려 온 르카레. 흥미롭게도 이번 작품은 르카레의 분신 같은 캐릭터 스마일리가 주인공이 아니라, 스마일리의 부하 피터 길럼의 1인칭 소설이다. 길럼은 이미 스파이에서 은퇴한 상태지만 과거 사건이 문제가 되자 다시 한번 정보부의 부름을 받는다. 『추운 나라』에 이어 『유산』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윈드폴 작전>의 앨릭 리머스는 물론 컨트롤, 한스-디터 문트, 빌 헤이든, 짐 프리도까지 르카레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이름들이 속속 등장한다. 은퇴한 스파이를 불러낸 회색 편지 한 통 나이 지긋한 전직 요원 피터 길럼은 프랑스의 시골 농장에서 한가로운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집배원이 편지 하나를 들고 오고, 길럼은 그것이 영국 정보부, 즉 <서커스>에서 보낸 편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다. 런던에 도착한 길럼은 정든 케임브리지 서커스의 옛 건물과 달리 템스 강변에 새로 생긴 본부 건물을 보고 경악한다. 그는 법무팀장 버니, 역사 담당 로라를 만나 사정을 듣는다. 냉전 시대 <윈드폴 작전>으로 인해 사망한 한 요원의 아들과, 한 민간인의 딸이 정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유족들은 사망의 원인이 정보부, 나아가 스마일리와 길럼에게 있다고 믿고 있다. 스마일리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그렇게 길럼은 수십 년 전 자신이 수행했던 일들을, 그리고 <튤립>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던 여성과의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내게 된다. 감시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낡은 서류철을 읽어 나가는 길럼. 회상과 문서 속에서 사건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영원한 친구> 영국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카레의 『영원한 친구』 2008년 「타임스」 선정 <전후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뽑히기도 한 르카레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 날카로운 비판 의식, 간결하면서도 장중한 문체로 스릴러를 쓰는 작가로서는 드물게 대중성과 작품성 양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의 대표작에서 냉전 시대 극단적 이데올로기의 전횡 속에 고뇌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 진정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했던 르카레지만, 2001년 이후 그의 작품은 커다란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림과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스파이 소설은 아무래도 <이데올로기>가 제일의 문제였던 당시만큼의 영광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을 비롯한 영국 등 강대국의 행보를 보면서 작가의 문제의식은 개인을 희생자로 삼았던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강대국의 패권주의로 자연스럽게 옮겨 간다. 그리고 2003년 출간된 『영원한 친구』에서 20세기 후반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현하는 인물 테드 먼디와 그의 <영원한 친구> 사샤를 통해 소용돌이쳤던,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잠잠해질 수 없는 세계사 현장의 단면들을 그려 내는 한편,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의도 진실도 희생시키는 강대국의 만행을 강하게 비판한다. 9․11 이후 변화한 세계를 반영한 소설 2001년 9월 11일은 전 세계의 가치관을 뒤흔든 날이었고, 르카레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이후 급변한 국제 정세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거대한 사건의 전 세계적 파장을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2001년 이후 발표된 소설들은 이른바 <9·11 이후 작품>이라 불릴 정도로 르카레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허상을 고발해 왔다. 작가 자신이 작품은 시대의 거울임을 강조하며 이런 시대에는 <정치적 작가가 되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다>고 공언할 만큼, 이 작품은 정치색이 짙다. 냉전을 기본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 소설이라면 어느 정도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을 수 없지만, 『영원한 친구』는 이전의 작품들보다 이러한 면이 한층 더하다. 이전에도 독자들이 르카레에게 이언 플레밍 식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의 첩보 활동은 이전보다 더 정적으로 묘사되며, 활동의 긴박감보다는 그에 깔린 정치적, 철학적 의미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소설은 주인공 테드 먼디의 출생에 얽힌 일화부터 시작해 세 가지 주요 사건으로 그의 일생을 그려 나간다.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일에 태어난 테드 먼디는 20대에는 독일 68혁명의 물결 속에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하는 학생으로, 30대에는 차갑게 얼어붙은 동서 사이를 오가며 첩보전을 벌이는 스파이로, 50대가 되어서는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사람들을 일깨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활동가로 변신한다. 아직 냉전이 한창이었던 60~70년대에 쓴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을 쓸 때 작가는 냉전이 어떻게 끝나는지, 어떤 이데올로기가 승리하고 그 이후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 점이 이전의 작품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다. 작가는 현재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는 문제에서 출발해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으로 인물의 성격과 사건들을 창조한 것이다. 즉, 언제나 <악에 저항하는> 먼디의 친구 사샤가 2000년대가 되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투신하는 문제는 다름이 아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강대국들의 패권주의주의인데, 어떻게 보면 80년대와 60년대에 그가 선택하는 길은 결국 이 최종 문제로 향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의 변화는 독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르카레의 예전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긴장감이 전혀 떨어지지 않으며, 그 주제 의식 또한 역사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혹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같은, 2000년에도 여전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분명 그의 작품을 동서가 팽팽하게 긴장 관계를 이루던 당시에 읽는 것과, 공산주의의 몰락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오늘 읽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르카레의 작품이 2000년대가 지나서까지 환영받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스파이 소설>이라는 다소 낡아 보이는 형식을 유지하는데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그것은 그가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불문하고 세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문제들에 그 누구보다 예민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 기울이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수많은 찬사 속에 <거장>의 대접을 받는 작가지만, 르카레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르카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읽히고 있으며, 출간될 때마다 여전히 가장 뜨거운 작품으로 이슈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