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가의 얌전한 인형 아가씨, 지센베리아 버넷. 그녀는 성녀로 발탁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아버지에게 살해당하고 일 년 전으로 회귀한다. “정말 나를 본 적 없습니까?” 지센은 살기 위해 죽기 전의 연인 디에런을 다시 마주하지만 그를 향한 마음은 다신 품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니, 질문을 바꾸죠. 내가 당신을 본 적이 없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지센을 향한 그의 엉뚱한 의심이 끊이질 않는다. * “나는 내년이 되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겁니다.” 불신으로 가득했던 디에런의 눈이 어느새 애틋해져 있었다. 지센베리아가 이번 삶에서 원했던 것은 ‘유서’라고 이름 지은 노트에 써 넣을 많은 일들을 하는 것. 양아버지에게 소리 지르기, 하인에게 명령하기, 힘들 때까지 춤추기, 사치, 도박, 음주. 그리고……. V 인간미 없는 디에런 스피어와 연애다운 연애 하기. “당신도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지센은 일 년 후에도 살아서 사랑하는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이상한 장례식이었다. 슬퍼하는 이는 없고, 망자의 남편은 흰옷을 입었다. 거기에 더해, 장례식 주인공이 관뚜껑을 박차고 일어났다. “와아! 죽는 줄 알았네!” 본인의 장례식에서 되살아난 왕비 마리넬라. 남편과 시어머니는 저들 좋을 대로 마리넬라를 오해한다. “마리, 기억을 잃었구나.” “죽은 척하고 관심받으니 좋던가요?” 물론 둘 다 틀렸다. 왕비는 죽은 게 맞고, 왕비의 몸에는 다른 이가 들어앉았으니까. *** 루머로 망한 스타, 배우 이마리. 매니저가 쓴 소설 <죽일 사람이 너무 많아요>에서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왜 하필 죽은 사람이냐고….” 죽었어야 하는 불쌍한 여자, 마리넬라. 게다가 마리넬라의 남편 오언스는 무능한 폭군으로 살다가 자결할 운명의 악역이다. “마리,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 이번에는 내가 꼭 너를 지킬 테니까….” “전하, 제가 관짝도 열고 나왔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예고된 나락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표지 일러스트 : 윗펄 타이틀 디자인 : 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