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빠가 죽었다. 유일한 버팀목을 잃고 말하는 방법조차 잊은 리브의 앞에 홀연히 나타난 그 남자, 에른스트. “앞으로 내가 너를 돌볼 거야. 그러니 우리 집으로 가자.” 자상한 손길과 따뜻한 위로. 넓은 집, 책으로 빼곡한 서재. 에른스트의 권위 아래 모든 게 리브의 것이 되었다. 단 한 가지, 진실을 제외하고는. “만만치 않네. 그래 봐야 어차피 내게로 오게 될 텐데.” “에른스트…….” “돌아갈 시간이야, 리브.” 어둠 속에서 붙잡은 이 손을 믿을 수 있을까? 안락해 보이는 일상 속에 한 가닥 미스터리를 품은, <나의 다정하지 않은 후원자에게>.
다음 주가 결혼식인데, 약혼자가 전 여자 친구이자 첫사랑을 데려왔다.둘이 같이 서 있는 꼴을 다시 볼 줄은 몰랐기에 꿈일까 했는데.“임신 삼 개월째야. 결혼식은 취소하고 약혼은 파기했으면 하는데.”그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을 하고 일방적인 약혼 파기를 요구했다.“배가 불러 오기 전에 약혼식 먼저 끝내야 해서.”“굳이 식까지 올리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칼라일.”그의 옆에서 그의 아이를 밴 여자가 수줍게 웃는다.“파혼장은 저택에 돌아가자마자 보낼 테니 서명만 해 주면 돼, 아일린.”언제고 내 것이었던 그의 품에 이제 다른 여자가 있다.***고작 종이 한 장으로 오 년의 시간은, 우리 사이는 그렇게 끝이 났다.“으윽.”“뭐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검 하나 맞받아쳤다고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그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랬을 터였다.“……아일린, 정말 미안해. 내게는 언제나 너뿐이었어.”그래, 무릎을 꿇고서 내게 빌어 오는 칼라일이 아니었다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텐데.
다음 주가 결혼식인데, 약혼자가 전 여자 친구이자 첫사랑을 데려왔다. 둘이 같이 서 있는 꼴을 다시 볼 줄은 몰랐기에 꿈일까 했는데. “임신 삼 개월째야. 결혼식은 취소하고 약혼은 파기했으면 하는데.” 그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을 하고 일방적인 약혼 파기를 요구했다. “배가 불러 오기 전에 약혼식 먼저 끝내야 해서.” “굳이 식까지 올리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칼라일.” 그의 옆에서 그의 아이를 밴 여자가 수줍게 웃는다. “파혼장은 저택에 돌아가자마자 보낼 테니 서명만 해 주면 돼, 아일린.” 언제고 내 것이었던 그의 품에 이제 다른 여자가 있다. *** 고작 종이 한 장으로 오 년의 시간은, 우리 사이는 그렇게 끝이 났다. “으윽.” “뭐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검 하나 맞받아쳤다고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그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랬을 터였다. “……아일린, 정말 미안해. 내게는 언제나 너뿐이었어.” 그래, 무릎을 꿇고서 내게 빌어 오는 칼라일이 아니었다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