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복
이서복
평균평점 2.00
저질러버린 충동
2.0 (1)

이윽고 저벅저벅 거리를 좁혀온 해강이 눈앞에 당도했다.“솔직히 말해 봐요.”188cm의 장신에 갑옷을 둘렀다고 착각할 만큼 짱짱한 근육을 장착한 남자가 앞을 딱 가리고 있으니 꼼짝도 할 수 없었다.“지금 나 유혹하려고 이러는 거 맞죠?”연하는 이런 맛에 만나나? 손 하나 까딱만 해도 저를 집어삼킬 수 있을 것 같은 남자가 존댓말을 해오는 기분.이 기분은 상상 이상이었다.아직 우유가 묻어 있는 그곳을 살짝 어루만지다가 이내 입술을 댔다.해강의 사랑은 맹목적이며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열정적이다.“상관없어.”해강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단호한 음성을 흘려보냈다.“어떤 것도 날 멈추게 할 수는 없으니까.”***상처로 얼룩진 첫사랑, 너무 아파서 잊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또 보네, 윤태리. 내 이름 안 잊었구나, 기특하게.”과거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고 싶은 그녀의 앞에 잔인한 고통을 준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불순한 동거 계약

목덜미로 쏟아지는 무준의 숨은 기이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재이는 목석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감각이 살아있는 사람이고, 여자였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잠깐만. 후……, 잠깐이면 돼.” 불안정한 호흡을 뱉으며 이렇게 있어 달라는 요구를 해오는 남자를 매정하게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불쑥 다가온 손이 재이의 얼굴을 감쌌다. 목덜미를 덮은 그의 손이 크고 뜨거웠다.  “네 숨 좀,”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준은 괴로워 보였다. “가져갈게.”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요구에 넋이 나간 재이는 가만히 무준만 바라봤다. 아까보다 비가 많이 그쳤지만 순환되는 공기 속에 비 냄새가 진동했다. ***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손이라도 잡고 싶었다. 그 누군가가 검은 욕망으로 가득한 악마라고 할지라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 관계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