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온새미로
박온새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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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너

푸른 다도해에 있는 섬마을 문앵리의 홍반장, 윤연주.말도 없이 사라졌던 첫사랑 정지혁이 문앵리로 돌아왔다.한층 더 멋있고 가슴 설레는 모습으로.“결혼했어요?”“아니.”“그럴 줄 알았어.”“뭐가.”“선배 말이에요. 선배는 외롭게 늙어 죽을 것 같았어.”지혁은 의미 모를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10년 전에도 그랬다. 10년 전에도 꼭 지금과 같은 눈동자로 연주를 바라보며 사람 혼을 다 빼 놓았다.그래 놓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선배, 옆 사람한테 정 안 주잖아요. 분명 여자 친구한테도 다 차였을 거야.”10년 만에 만난 상대에게 하기에는 맥락도 없고 무례하지만, 좀 용서해 주길.왜냐하면 열여덟 살의 연주는 정말로 정지혁을 많이 좋아했고, 그래서 말도 없이 그가 사라지고 나서 정말 많이, 제법 오래 아팠으니까.***지혁의 눈동자에는 이상하게도 절박하고 강박적인 어떤 감정이 들끓었다.연주가 짐작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그녀는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이 남자에 대해서 조금 더.“선배.”연주의 눈동자가 지혁을 향했다.“선배, 혹시 나 좋아해요?”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나는, 지금 딱 느낀 건데요. 나는 선배 좋아하는 것 같아요.”지혁의 심장도 쿵 내려앉았다.후끈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음지에 피는 맥문동이 바람을 타고 몸을 흔들어, 보랏빛 물결이 지혁을 향해 달려드는 기분이었다.마치 윤연주처럼.#현대로맨스, #오해, #재회, #능력남, #다정남, #절륜남, #상처남, #순정남, #동정남, #평범녀, #사이다녀, #다정녀, #순진녀, #외유내강, #쾌활발랄녀

소실점 (Vanishing Point) (15세 이용가)

“안녕.” 인사는 제법 상냥했지만 눈동자는 그렇지 않았다. 차갑고 무심했다. 지난밤 내내 몸을 맞댄 여자인데도. “눈빛이 뜨겁네. 내가 마음에 들어?” “그런 게 아니라…, 아!” 다인은 턱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는 행동에 인상을 작게 찡그렸다. 순식간에 이불이 걷혀 나가자 몸을 가리기 위해서 의미 없는 반항을 잠시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른 거였다. 오른쪽 목부터 시작해서 어깨와 가슴 일부, 그리고 옆구리까지. 살이 녹아 엉겨 붙은 화상 흉터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내가 이런 거랑 잤다고.” 그는 오만 원 권을 몇 장 세다 귀찮았는지 들고 있던 현금을 여자 옆 침대 위에 툭 던졌다. 만 원짜리와 오만 원짜리 지폐가 주르르 미끄러졌다. “더 필요하면 말해. 10분 안으로 준비해 줄 테니까. 시간 끌지 말고.”

메두사

하루아침에 엄마가 사라졌다.수상한 수도세, 욕실 벽에 튄 피, 어느 날부터 늘어난 노끈과 비료 포대.엄마의 행방을 찾으며 양부를 의심하던 중.왕자님처럼 아름답고 다정한 남자, 문태하가 지수에게 접근했다.“네 엄마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지수야, 궁금하지 않아?”마치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것처럼.“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엄마 이야기, 너 분명 뭔가 아는 거지.”메두사는 미려하게 웃었다.분명 눈앞의 문태하는 다정하건만, 이상하게도 위험하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그녀의 생존 본능이 당장 도망치라고 소리쳤다.“그동안 내 비위나 잘 맞춰 봐, 지수야. 예쁘게.”“…….”“어디 가지 말고, 도망갈 생각 하지 말고.”메두사의 웃음을 목격하고 사지가 점차 굳어서 석화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의 심정이었다.

낮과 밤을 걷다

이지서와 민주원은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했다.“……복수, 뭐 그런 거예요? 내가 주원 씨를 버려서. 내가 주원 씨를 망쳐서?”그래서 주원은 바닥에서 기어올라 왔다.그녀와 함께 떨어지기 위해서.“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망가뜨려 보려고, 널.”상처를 주고자 한다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이지서는 아직 민주원을 사랑하기 때문에."네가 무너지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으니까. 내 옆에 있어, 지서야.”

빌어먹을 짓

"그쪽이 손이서입니까?" "네?" "연애용 손이서. 얼굴값 하는 손이서? 저 쪽에서 그렇게 떠들길래." 4월의 어느 날, 무시무시하게 잘 생긴 남자가 이서의 카페에 나타났다. 고작 한 번의 만남인 줄 알았는데 남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나, 기억 안 납니까?" 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사고로 인해 잃은 기억 속에 남자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큰일 났네." 그는 한 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올렸다. "이러면 빌어먹을 짓을 하고 싶어지는데." 순간 이서는 자신을 휘감는 압도적인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진혁은 위험했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라면. 그 빌어먹을 짓이라는 거.

너에게 가는, 길

‘감히 신도 나를 비난할 수는 없으리라.’서른둘의 겨울, 희재는 많이 아팠다. 부모가 남편의 손에 구속 수감되었고, 남편의 내연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아이를 잃었다. 10년 만에 찾아온 아이를.“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다시 태어나도.”그렇게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눈을 뜨니, 스물둘의 봄이었다. 무려 10년을 거슬러 올라왔다.복수, 남은 건 오로지 복수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도영을 만나러 간 희재는 이상하게 도영의 흔적보다는 지난 생에서 시숙이었던 도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는 백도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 그녀는 도준에게 먼저 접근하기로 한다.“나 자극하지 말지, 채희재. 진짜 구미가 당기니까.”도준은 처음 본 희재가 낯설지 않다. 어쩐지 마음이 아프고 아리었다. 가슴이 벅차고 두근댔다. 뭔가 희재에게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한다. 그런 그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자신의 것이라면 기를 쓰고 달려드는, 쌍둥이처럼 닮은 이복동생 백도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때까지 조금이라도 아꼈던 건 모두 가져가서 망가뜨렸으니까.“뭐, 어때. 별의별 거 다 맞춘 사이에, 응?”백도영은 역시나 백도준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채희재 앞에 나타났다. 도준의 마음에 빠져 복수를 잊고 흔들리던 그녀는 백도영의 뻔뻔하고 방종한 작태를 보고 복수에 대한 열의를 다시 깨닫고 만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도준을 이용할 생각이었다.도영을 유혹해서 망가뜨리기 위해 계속 그와 어울릴 수밖에 없는 희재,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도준.그는 도영에게 접근하는 채희재를 이상하게 놓고 싶지 않다. 꺼내 올리고 싶다. 도준은 점점 더 희재에게 매달리게 된다.“채희재, 대체 왜 이러는 거야.”도준은 희재가 가는 곳곳마다 나타나 제동을 건다. 도영이 참석하는 질 나쁜 파티에서 곤경에 처한 희재 앞에 나타난 사람도, 바로 도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여자 앞에서 바르고 점잖은 남자의 낯을 던져 버리고 맹수의 눈빛을 번득인다.“채희재, 백도영 하나면 되는 건가? 백도영을 망가뜨리고 싶어? 똑바로 이야기해.”“똑바로 이야기해요? 정말 그걸 원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 감당할 자신은 있어요?”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듯, 건조한 미소를 짓는 희재에게서 도준은 누군가가 겹쳐 보인다.그녀가 망가뜨리길 원하는 걸 자신이 모두 없애 준다면, 그러면 그녀는 행복해질까.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쓰레기 같은, X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 이용가와 19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연우희, 건방 그만 떨고 웃어. 오빠 화나게 하지 말고.” “……쓰레기 같은 새끼.” 우희는 제게 닥친 현실을 잘 알았다. 조금의 틈도 없이 그에게 완전히 속박당했다는 걸. 구승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긴 긴 악연을 끊어 내기 위해 도망쳤고, “찾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로 웃고 있는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내가 아무 짓도 안 하고 멍청하게 손 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승제는 손을 뻗어 소름이 돋은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이었다. “내가 이런 날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 이 예쁜 걸 밖에다 이렇게 내놓고서?” 뜨거운 손가락이 작은 귓불을 툭 건드렸다. “……승제야.”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당황한 채로 얼어 버린 우희의 눈을 응시하면서 다시금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널 놓을 리가 없잖아, 우희야.” 그가 움켜쥐었던 우희의 손을 떨쳐내 구겨진 외투 깃을 바로 하고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미있게 놀았으면 됐어. 너 기분 좋으면 나도 좋지, 뭐. 그러니까 이제 가자.” 사형 선고였다. “연우희.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지.” 승제는 언제나처럼 웃었다.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불길한 것

“난 요즘 너처럼 불길한 것도 없는 것 같아.”평생을 들어 온 그 말.엄마가 죽은 날, 유주는 그 말을 부정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직감을 무시했다.탕-그리고 목격하게 된 살해 현장과 한 남자.“원래 위험한 걸 좋아하나?"도망가, 어서!유주의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울려 대는 사이렌.“지옥에 온 걸 환영해.""아....... ""이곳이 지옥이라는 걸 몸속 깊이 새겨 줄게.”그저 살려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어느새 유주는 그와 함께라면 기꺼이 지옥을 헤매고 싶어졌다.유황불이 활활 피어오르는 곳이라고 해도.

네 앞에 무릎 꿇고 빌고 싶었다

“최혜나, 웃어야지.”윤지욱의 인형.최혜나는 지욱이 하나하나 빚어 취향대로 만들어진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한테 처바르는 돈이 얼마인지 알잖아, 그렇지?”미치도록 예쁘고, 사랑스럽고, 증오하고, 혐오하는 그의 최혜나.“……사랑해요, 지욱 씨.”너무 사랑해요.너무 사랑해서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요.“사랑?”지욱이 서늘하고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너 같은 걸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지욱 씨, 제발요……. 제발.”“싸구려라고 해. 겉을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닦고 또 닦아도 천박함을 지울 수 없는 싸구려.”지키고 싶었던 사랑이 부정당했을 때,“네 사랑은 고작 그런 거야.”혜나는 모든 것을 놓기로 결심했다.그를 사랑하던 제 마음까지도.

슈가 코팅 (Sugar Coating)

“그날.”어둠 속이지만 남자의 시선은 선명하게 느껴졌다.“왜 나 버렸어.”“…네?”어릴 적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사랑에 회의적인 서인은20대 끝자락에 운명적으로 나타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그런데 그 남자가 어릴 때 그녀가 졸졸 따라다니던 오빠일 줄이야.“서인아.”왜 매달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남자와의 하룻밤은 무척이나 달았다.“버렸잖아, 네가.”다시 재회한 한우경은달아도 너무 달았다.

흐르는 물에 목을 축인다

어릴 적부터 골반 신경 이상으로 PGAD를 겪고 있는 나래.병으로 인하여 가족도 해체되고 홀로 남아 겨우 근근이 살아가는 중에 한태준을 만났다.갑자기 혜성처럼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남자.믿고 싶지 않았지만 절박한 인생에서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은 한태준뿐이었다.그렇게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남자에게 매달리는데.남자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나래는 배신감에 시달리고 남자를 떠나기로 결정한다.하지만 태준은 나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