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마 이 마음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 그 하나면 그저 지금처럼 겨우 숨통만 붙은 삶에 불만조차 품지 않으려 했다. 제 가문에 누명을 씌우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던 그의 가혹한 말들조차 덮어줄 만큼. “…키스해 주세요.” “다음에. 다음이 좋겠습니다, 부인.” “…이번 한 번만.” 마지막으로 쥐어짜 낸 로에나의 간절한 바람은 무참히 짓밟혔다. 꽃잎들이 곱게 흩날리던 결혼기념일, 로에나 블루밍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 기억을 잃은 채 19살의 어느 날로 돌아온 로에나. 그녀의 곁엔 흐릿한 형체의 정체 모를 남자가 함께였다. “제 결혼생활은 행복했었나요?” “…갑자기 그건 왜?”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에녹은 로에나의 천진한 질문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제 것이 아닌 듯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아니. 당신을 절망 속으로 끌어내린 사람이 나야.’ 에녹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는 그녀가 뛰어내리던 밤, 자신이 부숴 버린 그녀의 마음들이 더없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신탁 때문에 인생이 저당 잡혀 버린 황태자비.그게 빙의된 소설 속에서의 내 역할이었다.주인공이면 뭐 하냐고!하필이면 줘도 안 가질 이런 최약체를…….꼭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 만다!굳은 다짐과 달리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충분히 만족하며 살아왔던 나의 인생이,그를 만나면서 빈껍데기였음을 알아간다.그러던 어느 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마녀가 나를 찾아왔다.“당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 이런 식이면 죽어요. 그런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그렇게 어려운 방법은 아니니 걱정 마요. 원작 주인공인 황태자와의 해피엔딩을 망치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진짜 주인공에게 당장 돌아가요.”마녀는 펼쳤던 부채를 모으며 손바닥을 탁 내리쳤다.“아! 그리고 황태자와의 해피엔딩을 재현해 내면 당신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어때요? 이보다 완벽한 결말이 어디 있겠어!”눈을 찡긋해 보인 그녀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언제나 기억해 주세요. 저는 오직 당신만의 기사입니다.마르스의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이제 겨우 진짜 갖고 싶은 게 생겼는데, 이대로 다시 돌아가라고?
신탁 때문에 인생이 저당 잡혀 버린 황태자비. 그게 빙의된 소설 속에서의 내 역할이었다. 주인공이면 뭐 하냐고! 하필이면 줘도 안 가질 이런 최약체를……. 꼭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 만다! 굳은 다짐과 달리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왔던 나의 인생이, 그를 만나면서 빈껍데기였음을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마녀가 나를 찾아왔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 이런 식이면 죽어요. 그런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 “그렇게 어려운 방법은 아니니 걱정 마요. 원작 주인공인 황태자와의 해피엔딩을 망치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진짜 주인공에게 당장 돌아가요.” 마녀는 펼쳤던 부채를 모으며 손바닥을 탁 내리쳤다. “아! 그리고 황태자와의 해피엔딩을 재현해 내면 당신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어때요? 이보다 완벽한 결말이 어디 있겠어!” 눈을 찡긋해 보인 그녀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언제나 기억해 주세요. 저는 오직 당신만의 기사입니다. 마르스의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제 겨우 진짜 갖고 싶은 게 생겼는데, 이대로 다시 돌아가라고?
“당신은 아마 이 마음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 그 하나면 그저 지금처럼 겨우 숨통만 붙은 삶에 불만조차 품지 않으려 했다. 제 가문에 누명을 씌우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던 그의 가혹한 말들조차 덮어줄 만큼. “…키스해 주세요.” “다음에. 다음이 좋겠습니다, 부인.” “…이번 한 번만.” 마지막으로 쥐어짜 낸 로에나의 간절한 바람은 무참히 짓밟혔다. 꽃잎들이 곱게 흩날리던 결혼기념일, 로에나 블루밍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 기억을 잃은 채 19살의 어느 날로 돌아온 로에나. 그녀의 곁엔 흐릿한 형체의 정체 모를 남자가 함께였다. “제 결혼생활은 행복했었나요?” “…갑자기 그건 왜?”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에녹은 로에나의 천진한 질문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제 것이 아닌 듯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아니. 당신을 절망 속으로 끌어내린 사람이 나야.’ 에녹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는 그녀가 뛰어내리던 밤, 자신이 부숴 버린 그녀의 마음들이 더없이 후회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