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견
보견
평균평점
제가 모두 이혼시켜 드리겠습니다

“…난 황제를 기다렸고?” “네….” 이거 봐, 이거 봐. 내가 이렇게 한심한 여주한테 빙의를 했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겨우 황후 자리 유지하자고 저리 구걸해? 그깟 황후 자리 걷어차고 나왔어야지. 한심하다, 한심해…. 저 황제는 딱 나 같은 이혼 전문 변호사한테 걸려봐야 정신 차리는데….” 아차차, 이 말 때문이었나? 내가 세실리아에게 빙의한 것이. ‘그럼 이번엔 내가 확실하게 이혼시켜주지. 기대하시게, 황제 양반.’ *** “당장은 절 믿지 못하시겠지만, 곧 제 도움이 필요하실 겁니다. 그때 제가 폐하께 힘을 실어드리겠습니다.” 이혼을 준비하는 나를 위해 황제라도 설득해주겠다는 소린가? 가족법 제정할 때, 귀족 회의에서 내 손이라도 들어주겠다는 말이야? 디온 공작의 말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차이렌의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뭐지? 저 표정?’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가 진지하게 말을 덧붙였다. “폐하께서 계획하신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는 마치 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아닌가. 하마터면 이 말을 뱉을 뻔했다. ‘누구냐, 넌?’

달하, 비취오시라

이번 생에는 반드시 그를 구하고 나도 살아남으리라!대체 어떤 망할 신(神)의 손을 탄 것인지.혜인은 이로써 세 번째 회귀를 하였다.회귀는 이번 생에 끝낸다. 그것이 혜인의 목표였다.“형님이라 불러주다니, 내가 더 고맙소이다.”전생의 윤은 혜인에게 ‘서방님’이란 단어를 듣고도 저리 기뻐했었다. 엄격한 궁중 용어보다는 살가운 단어가 좋다며.언젠간 풀꽃 반지를 만들어 혜인의 손에 끼워 주며 손가락마다 입을 맞춰주기도 했었다. 다정다감한 사람 같으니.- 중략 -“…은애합니다.”그 말에 놀라 고개를 든 윤의 뺨에 혜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쪼옥. 혜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윤의 목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그의 귓가에 달콤한 밀어를 속삭였다.“제 낭군은 휘영군 자가뿐이십니다.”

악처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처절한 고통 속에 죽었다. “고작 아이 하나도 낳지 못하면서 무슨 어미 자격이 있어? 아들이 아니기만 해 봐. 도로 태에 집어넣어야 할 게다.” 모두에게 외면받는 처참한 죽음이었으나, 내 아이를 한번 안아보지도 못한 게 가장 큰 한이었다. “레이첼, 갈 거면 다 데려갈 것이지.  떨거지 하나를 왜 남기고 가는 것이냐?  넌 정말 죽어서까지 나를 귀찮게 하는구나.” ***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때, 스무 살의 나로 돌아왔다.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꽃망울처럼  찬란하고 영롱한 레이첼 부르크로...! 다시 되찾은 기회, 내 목표는 오로지 하나. 지독한 악처가 되어주마, 더이상 착한 아내는 없을테니! ‘이번 생에 삐들삐들 말라 죽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 될 거야, 슈테판 에드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