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섬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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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590, 사랑해 오구영

눈부시게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내 남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정성들여 손질한 것 같은 긴 웨이브 머리, 모델같이 길고 가느다란 체형에 10센티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여자. 내 남편의 첫사랑, 김미호였다.도망치듯 내달렸다. 눈물이 쏟아져 나와 멈추질 않았다. 쌕쌕거리고 숨을 몰아쉬며 옆을 돌아보니 가게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추어 보였다.질끈 묶었던 머리는 정신없이 헝클어졌고, 화장기 없는 푸석한 얼굴, 애를 낳고서도 아직까지 살이 덜 빠진 퉁퉁한 몸. 내가 봐도 볼품없었다.‘내가 조금 더 예뻤더라면 두 사람한테 달려가서 머리끄덩이라도 붙잡고, 따귀라도 올려붙일 수 있었을까?’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그런데 어느날. 중년이 된 나를 찾아온 노인이 말했다.“인생을 한 번 되돌려 보지 않으련?”[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다정한 거짓말

“골라요. 급한 불만 끌지, 아니면 경찰서로 보내 줄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운명처럼 사윤의 눈앞에 나타난 남자. 최악의 맞선 상대에게서 사윤을 구해 준 그는 섹시했고, 다정했다. 그래서 사윤은 그를 선택했다. 아빠의 결혼 장사 수단을 망치기 위한 공범으로. “소원 들어주는 셈 치고 하룻밤만…… 저한테 주세요.” 하지만 그는 금욕적이다 못해 결벽적인 남자였고, “말했을 텐데. 애랑은 안 해.” 냉담하고 여상한 얼굴로 선을 긋는 남자였다. “키스를 하려면 입을 벌리고, 네가 원하는 걸 하려면 다리를 벌려야 하는데. 그 정도도 모르는 어린애가 뭘 하겠다고.” 그럼에도 그는 결국 사윤의 한마디를 거절하지 못했다. “사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래. 부디 만족스러운 선물이어야 할 텐데.” 그랬던 그가 사실은 사윤의 소속사에 새로 부임해온 대표이사였다니. 회사에서는 공포의 대상인 그가, 자신의 입으로도 다정하진 않다고 말했던 그가 어째서 사윤에게만은 다른 걸까. 마음이 춥고 허기질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구원해 주면서도 그날 밤과는 달리 사윤을 어린애로만 대하는 그. 사윤은 알고 싶었다. 거짓말 뒤에 감춰진 그의 정체를, 그의 진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