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왕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혼인 명령이 떨어졌다. ‘데본셔의 캐번디시 공작가와 갤러웨이의 스튜어트 백작가의 혼인을 명한다.’ 캐번디시 공작가가 어디인가. 명성으로나 재산으로나 여왕 위에 있다는 잉그린트 최고의 가문이다. 스튜어트 백작가는 어디인가. 허울뿐인 백작위와 황량한 갤러웨이 영지만이 전부인 스코틀린의 가난뱅이다. 그럼, 신랑이 될 데이모스 캐번디시는 어떠한가. 잔혹하고 방탕한 망나니다. 이런, 신부가 될 프시케 스튜어트는 어떠한가. 음침한 갤러웨이 성의 붙박이 유령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이 혼인의 무탈한 성사를 위해 공작가의 사생아. 반쪽짜리 캐번디시. 리던 숙녀들의 가슴에 황금화살을 쏘아대는 미남자. 에우로스 캐번디시가 스코틀린으로 떠난다. 푸른 수레국화와 노랑나비의 기억을 안고서.
"뛰어내리기라도 하게?” 그 밤, 황자는 레다를 구하고, 그리고 짓밟았다. 그라이츠 제국의 황자 유피테르는 에델린을 정복해 제국에 편입시키고. 황자와 축제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냈던 에델린 영주의 딸 레다는 그의 정체를 알고 절망한다. “언젠가는, 당신의 죄로 인해 망가진 사람들의 발에 입을 맞추게 될 거야.” 남자는 자신이 무너뜨린 곳에서, 새파랗게 부딪쳐 오는 여자의 눈빛에 압도당했다. * “나를 사랑하나요?” 레다가 힘겹게 물었다. 그것은 마치 간절한 애원과도 같았다. “나는,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뿐이야.” 유피테르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그런 인간이야.” 자신이 퍼부은 저주가 그녀와 나눈 숨결을 통해 되돌아올 것을 모르고. * 소유를 위해 파괴하는 남자와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기 위해 소유를 포기하는 여자. 이 사랑은 어쩌면 명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레이스 거튼은 몇 달간 짝사랑 중이다. 상대는 리처드 스펜서 소백작. 왕가보다 오래되고 왕의 옆을 지키는 귀족 중의 귀족인 스펜서 가문의 후계자이자 크라이스트처치 대학의 럭비 클럽 주장. 체화된 세련된 귀족적 기품. 근사하고 완벽한 차림새. 남자다운 수려한 얼굴에 어디서나 눈에 띄는 큰 키. 럭비 경기 때엔 전쟁의 신을 보는 듯한 거친 용맹함의 소유자. 멀리서 감상하는 리처드 스펜서는 그렇게 완벽했다. 리처드의 고모인 메리 몬타규 부인에게 입양 제의를 받기 전까지는. 그래서 세상 저 혼자 사는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인 리처드 스펜서의 실체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작품 가이드 * 남자 주인공 : 리처드 스펜서 - ‘왕가보다 오래되고 왕의 옆을 지키는’ 잉그린트 대귀족 스펜서 백작가의 장남. 세련된 기품이 체화된 귀족 중의 귀족이다. 그러나 세상 저 혼자 사는 까칠하고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 * 여자 주인공 : 그레이스 거튼 – 사교계의 돌림노래인 아나벨 거튼의 딸. 일찍 부모를 여의고 한때 구빈원에서 살았다. 착하고 똑똑하지만 말을 더듬는 것이 결점이다. 엄마 아나벨의 오랜 친구이자 리처드의 고모인 메리에게 입양 제의를 받는다. * 이럴 때 보세요 : 귀족 중의 귀족이자, 성질 나쁜 나르시시스트가 사랑에 빠질 때의 흥미진진한 모습이 보고 싶을 때. * 공감 글귀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백 마디 말보다는 큰 거 한 방. 그게 진정한 사과입니다.
잉그린트 3대 대귀족 시리즈의 마지막! ‘뉴포트 헤롤드’의 구독률을 높이고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 코너인 부유한 여식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기사. ‘이달의 여인’ 돈을 위해선 악마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 마커스 로커빌트의 의붓딸, 페넬로페 로커빌트는 독자들이 가장 읽고 싶어 하는 ‘이달의 여인’이다. 대귀족 윈체스터 후작가의 후계자이지만 현재는 평민 출신 기자로 위장중인 그레이엄 헤롤드. 그가 ‘이달의 여인’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정말 ‘이달의 여인’ 인터뷰에 응해 주시는 겁니까?” “저도 이제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정체를 숨긴 그레이엄 헤롤드와 마음을 숨긴 페넬로페 로커빌트. 각자의 목적을 위해 시작된 화제의 인터뷰. ‘이달의 여인’
봄바람아, 함부로 들이치지 말아줄래? 강주시 능금면 상사리에 하나뿐인 ‘명 한의원’. 삐거덕거리는 낡은 새시와 수리도 불가한 간섭파 치료기, 누렇게 변색된 수기 진료기록부가 남아있는 곳. 10년 만에 돌아온 희래는 이곳에서 다시 봄을 맞이한다. “희래야. 오랜만이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10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 주헌. 더 이상 짧은 머리에 교복을 입은 소년이 아님에도 미소만큼은 그대로인 모습에 부아가 콱 치민다. “이야기 좀 하자, 이희래.” “너랑 할 이야기 없어.” “어떡하지. 나는 있는데.”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도 보고,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봄바람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해보지만. 봄에 마구 들이치는 봄바람처럼. 여름에 퍼부어진 우박처럼. 가을에 몰아친 태풍처럼. 겨울에 내린 폭설처럼. 자연재해와 같이 부닥친 첫사랑과의 재회. 봄바람은 막고, 우박은 치우고, 태풍은 피하고, 폭설은 쓸어낸다지만. 너도 그럴 수 있을까.
해변으로 떠내려온 나신의 남자! 퀸즈랜드 포도 농장에 사는 미라벨라는 홍합을 캐다 파도에 떠밀려온 나신의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최근 죄수 호송선 사고 소식을 떠올리며 혹시 죄수가 아닐까 의심하지만 정신을 차린 남자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 하는데……. ‘에릭’이란 임시 이름으로 기억을 찾을 때까지 농장에서 일하게 된 남자.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이 아까울 만큼 농사일이 형편없다! 하지만 유려한 피아노 연주, 풍부한 교양, 절제된 매너, 섬세한 미감에 노련한 사격 솜씨까지. 모두가 그의 출신을 의심케 하는데……. ‘에릭’은 정말 죄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