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을 아들이 죽었다는 이유로 참수당한 크레온 왕국의 왕비 헤르미오네는 가난한 남작가의 외동딸인 클로리스로 환생했다. 클로리스는 자신을 죽인 왕이자 전남편인 에반에게 복수하기 위해 리카르도 공작가의 차남 아티스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아티스 공자님과 친분을 쌓으려고 했었어요. 드릴 부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티스, 늦었다.” 어렵게 만든 자리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아티스의 형이자 동생 바보 펠리어스가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 “무례한 놈. 쓸데없이 키만 커서는.” 클로리스를 자신을 수상하게 여기며 사사건건 참견하는 펠리어스가 싫지만, 그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결국 동업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두 형제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가던 클로리스는 기사로 위장한 비적떼에게 공격당하고. 정신을 잃어 가던 와중에 그녀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아티스, 아니…… 펠리어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가혹했다. 어머니는 병들어 세상을 떠났고 파산한 아버지마저 자살했다. 아버지의 친구에게 입양되었지만 5년 만에 이유도 모른 채 쫓겨났다. 피아노 교사로 가게 된 공작 가에서 공작이 된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 그 남자와는 악연이었다. 어린 시절, 폴로 경기장에서의 첫 만남도 그랬고. “어쭙잖은 동정심으로 살려둬 봤자 끔찍한 통증만 점점 더 심해질 뿐이야.” 오갈 데 없는 자신을 쫓아내려는 것만 보아도 그랬다.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라고 하시는 말씀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 집안의 모든 일에서 최종 결정은 내가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적선 같은 미소와 의미 없는 친절에 왜 심장이 간질거리고 숨이 막히는 걸까? * * * 사일러스는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을 경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견고한 감정의 벽에 균열이 일었다. 그리고 마침내, “깨어 있을 때도 잠들어 있을 때도,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홀린 것처럼.” 카일라 페일딩, 그녀에게 함락당했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수많은 이유는 숨기면 그만이었다. 그게 기만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