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번에도 한눈을 파셨다고요." "그게 아니...흑..!" "다른 남자도, 이혼 생각도 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인생이 꽈배기처럼 꼬여버렸다. "다른 남자 손이라도 잡았다간 바로 그 예쁜 손목을 부러트려 버릴 겁니다." *** "남자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다!" 2N년동안 모태 솔로로 살다가 환생 트럭 맞고 소설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번 생의 목표는 다 필요 없다. 연애다! 쌔가 빠질 때까지 연애만 하리라! 단, 피의 숙청을 하는 흑막만 피해서! ...라고 다짐했건만. 어린 시절에 흑막에게 낚여 한 서명 때문에 유부녀가 되어버렸다! 그래, 결혼할 수 있지. 그래도 연애는 할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놈의 제국, 동방예의지국도 아닌데 더럽게 보수적인 나라였다. 결혼했는데 바람 폈다 -> 손목 댕강. 결혼했는데 안 했다고 속인다 -> 손목 댕강. 이렇게는 못 살아. 이혼할 거야 이혼!
“금발에 벽안이라. 상등품이군.”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지도 않은 때에 날아든 폭격. 그와 함께 그가 찾아왔다. 북부의 맹주, 황제의 적통자. 카이사르가. “내가 낙찰하지.” 침대 데우는 노예로 팔려 갈 운명이던 갈라테이아를 그가 낙찰했다. 그는 갈라테이아의 모든 것을 짓밟았다. 그녀의 고향도, 나라도, 그녀 자신도. * * * 황제의 적통자이자 광활한 북부의 지배자. 카이사르 폰 브리트라는 언제나 정답만을 골라왔다. 그랬기에 천것을 짓밟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정답일 것이므로. 더 이상 형체조차도 남지 않게 취하였을 즈음 여자가 도망쳤다. 하얀 잿빛만이 남은 침대를 보며 카이사르는 생각했다. 고향도, 나라도, 그녀 자체를 부수는 것도 모두 오답이었다. 처음부터 죽여서 소유했어야 하는 것을.
<2023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로맨스판타지 부문 대상 수상작> 신탁이 내렸다. 제국의 영웅이 살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 그와 결혼하는 여자는 눈이 멀리라는 것. “난 레이디 엘리제를 돈으로 산 겁니다. 내게 그 무엇도 바라지 말아요.” 애정을 갈구하지도, 관심을 애원하지도 않을 것. 세 해간 유지될 계약 결혼의 유일한 규칙이었다. 몰락 귀족의 외동딸인 엘리제는 아버지와 가문의 명예를 위해 제 눈을 앗아갈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3년 후. 남편의 부고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 장례식을 치르던 도중 전사했다던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 그는 절름발이 아내도, 계약의 존재도 잊은 채였다. “그대는 아름답습니다. 마치 눈꽃처럼.” 그저 거래일 뿐이라 말하던 남편은 오랜 사랑을 말했다. * 당신이 내 눈 뒤에 감춰두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서로를 진실하게 마주 보고 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