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
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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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싫어하는 이유

“말귀를 못 알아듣네. 허구한 날 운동장만 구르니까 이런 쉬운 말도 못 알아듣지.”“말 같지도 않은 말 뱉어 놓고 장난 하냐?”도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서이준 이 새끼 시비 거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니까. 축구부 주장인 도윤은 나름대로 신념이 있었다. 축구부원을 괴롭히는 새끼가 있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한다는, 그런 남들이 들으면 무식해 보이는 신념이. 그렇게 도윤이 우리 축구부원들 짱짱 앞길 막는 놈들 다 비켜 타입이라면 학생회장인 이준은 지구를 넘어서 우주 위에 혼자 우뚝 서 있는 타입이었다. 학생회? 물론 소중하지. 그래도 나 자신보다 소중할까. 학생회를 건드리는 건 회장으로 있는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고 이준은 생각했다. 그러나 말빨로 조져서 상대방의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게 주전력인 이준의 혀도 도윤을 뚫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도윤은 논리가 안 통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그냥 이 둘은 도윤의 표현을 빌리자면 존나 상극이었다. 그냥 안 맞아. 물과 기름은 댈 것도 아니고 톰과 제리? 그럼 누가 톰인데. 아 그냥 안 맞는다고. 하지만 언뜻 보면 이유 없는 개싸움으로 점철된 이 관계가 사실은 이유가 있다면?소꿉친구였던 그들이 서로를 싫어하게 된 이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들의 관계는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강이사와 박대리

입사하기가 대통령 되기보다 어렵다는 대기업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낙하산 타고 들어온 재현은 어딜 가나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보통 회사원의 아들이었으면 이런 호사를 누리고 살지 못했을 텐데 하필 태어난 게 대기업 회장 집안이라.  어차피 회사는 재현의 하나뿐인 형에게 돌아갈 것이라 재현은 회사에 별다른 애착이나 미련이 없었다. 큰 욕심 안 부리고 그냥 대충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만 벌어 먹고사는 것이 재현의 인생 관념이었다.  하지만 사람 자체가 때깔이 나는 재현은 아무리 낙하산인 걸 숨긴다고 해서 잘 숨겨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딱히 숨긴 적도 없긴 한데. 말하지 않아도 이미 같은 부서 사람들은 재현이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재현이 처음 박 대리를 제대로 마주한 게 회식 자리에서였다. 박 대리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존재감이 미미해서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도였다. 항상 단정한 옷차림에 단정한 머리, 보기만 해도 답답해져 오는 외모. 회식 자리에서 노래 한 곡 부르는 게 무슨 오디션 보는 것도 아니건만 끝까지 빼는 것까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재현의 스타일이 아니고 싫다는 사람이 부른 노래도 듣기 싫고 그래서 재현이 박 대리의 등을 떠미는 직원들을 말리려는 찰나, 박 대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 순간 마이크를 잡고 씩 웃는 게 노래 안 하겠다고 뺐던 건 내숭 떤 거고 사실은 노래 부르고 싶었던 거 아냐? 하는 마음이 생기게 했다.  그런데 그날을 기점으로 재현에게 박 대리에 대한 마음의 변화가 크게 들이닥칠 줄은 재현 자신도 몰랐다.  별다를 것 있는 별다른 단편BL 별다름.

이 세계는 나만큼이나 잘못됐다

이든 레프시온, 그게 바로 내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