뷜헬른 아카데미의 성년의 날.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이름이 뭐지?”“아…….”“버릇이 좋지 않네. 난 누가 만지는 걸 싫어해.”“…….”“내가 만지는 걸 좋아하는지는 몰랐지만.”신분도 뭣도 모르는 결벽증 걸린 오만한 남자와 하룻밤이라니.귀족 아카데미에서 이런 종류의 추문은 퇴학의 길로 향하는 지름길이다.그러나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이 남자 나를 못 알아본다?!“성년의 날 뷜헬른 아카데미에 미의 여신이 나타났다고 다들 성화였어! 어제 널 본 사람들은 다들 네 이야기만 해댔다니까? 심지어 그 콧대 높은 헨들러마저도.”무슨 연유인지 성년의 날, 모습이 변했다.그것도 미운오리 새끼 시에라가 고혹적인 여인의 모습으로!허나 불행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그 남자가 나를 찾고 있다고?더군다나 황태자라고?“다 놀랐으면 뒤돌아보지?”과연 시에라는 무사히 성격 더러운 황태자의 눈을 피해 졸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황태자의 처음을 가져가고 시치미를 뗀 기분이 어때?”“히끅!”#아카데미물 #원나잇 #추격전 #마족여주 #선미운오리 #후백조 #황태자남주 #까칠남 #입덕부정기 #여주못알아보고삽질 #후회남표지 일러스트 By 안제(@anje425)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자매 사이에서 무슨 쓰레기가 되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 “약혼은 진서연 씨가 불장난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싫으시면 말고요. ……근데요.” 그래 놓고 다시금 살랑 뒤돌아선 여자가 꽤 예뻤던가. “분명 제가 생각나실 거예요.” 제 말을 음미해달라는 듯이 느릿했던 걸음보다 더 천천히, 보다 더 차분하게 말을 잇는 낭랑한 음성에 질 낮은 호기심이 치밀었다. “언니보다 제가 더 재밌거든요.” “…….” “쓰레기, 아직도 되기 싫으세요?” *** “다 거짓이었잖아. 네가 했던 행동, 말, 모두.” 그렇게 말하는 치훈의 목소리엔 습한 공기만큼이나 축축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화를 억누르고 있는 사람처럼 날이 서 있는 길고 짙은 눈매가 서연의 얼굴을 훑었다. “삼 년이나 지났어요.” 약혼한 일 년 동안 제게 관심조차 없었으면서. 서연은 남자가 이제 와 이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삼 년밖에 안 지났지. 고작 삼 년.” 화를 삭이듯 턱을 쓸어 낸 치훈이 한숨을 토하듯 짧게 실소했다. “사람이 변할 수 있어. 삼 년 안에……. 변할 수 있지.” 서연에게 하는 건지, 혼잣말을 하는 건지 읊조리는 음성이 눈매만큼이나 짙었다. “근데, 나는 이게 왜 네 원래 모습 같을까.” “…….” “네가 왜 날 기만한 거 같지?” 감질나게 내리던 비가 돌연 쏴아- 하고 장대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경을 거스르던 냄새가 지워지고, 세상과 멀어져 오직 단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기만을 입에 담던 남자는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지난날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 “다시 예전처럼, 내가 좋아했던 가면 끼고 예쁘게 굴어 봐.” 차치훈은 서연에게 기만에 대한 죗값을 치르라 종용했다. 다시 예전처럼 헤프게 웃기를 바라며, 또다시 그녀를 할퀴고 있었다. “어려운 일 아니잖아. 예쁘장한 얼굴 뒤에 숨어 가면 쓰고 꼬리 흔드는 거, 진서연 전문 아니야?” 좋아하잖아, 껍데기. 표지 일러스트: 보살 타이틀 디자인: 도씨
“쥐새낀 줄 알았는데. 변태 새끼였네?” 3초 이상 눈을 마주치면 그날 일진이 더러워진다는 서령의 업무 지원실장 연지안에겐 억울하고도 슬픈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루 채 3시간을 이루지 못할 만큼 지독한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것.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빛이요, 희망이 등장했다. “곧 DS 본부장과 AI 신설 센터장으로 발령받을 백태건입니다.” 백태건의 체취에 반응하는 수면 센서에 지안은 홀린 듯 도둑질을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진짜 마지막.” 얼마나 향기로울까. 얼마나 진하게 배어 있을까. 남자의 체취가 묻은 옷가지를 훔치기 위해 어두컴컴한 옷장으로 손을 뻗던 그 순간, 오랫동안 잠에 굶주린 지안은 정체 모를 천 쪼가리에 냅다 코를 박았다. “내가 입다 벗은 옷에 코를 박고 헐떡거리는 걸 보자니 좀,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남자가 등장할 줄은 모르고. “어떻게 생각해요, 연지안 씨.” 저기요. 제가 처음부터 답도 없는 스토킹 변태는 아니었거든요……. * * * “본부장님 냄새…… 좋아.” 이 사랑스러운 변태를 봤나. 이게 어디서 감히 재워달라 땡깡질인지. “너 나 만지고 싶지.” “…….” “만지게 해 줄 테니까.” 태건이 지안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연 실장도 내가 원하는 걸 줄래요?” “……어떤 거요?” “이런 거요.” 태건이 제 목을 끌어안은 지안의 머리칼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놀라 옴짝거리는 입술을 가볍게 촉 빨아들인 남자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거절은 안 돼. 그래도 난 너처럼 무책임하게 실수 취급하진 않을게.” 아무래도 잘못 걸린 것 같은데. 저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