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배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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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과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내일 전쟁터에 나가는 짝사랑 상대를 꿈결에 덮쳤다. 20년간 남장여자로 사느라 속앓이하며 바라만 본 군사학교 동기 에스테반. “로빈, 내가 갖고 싶었구나.” 놈의 목울대가 한번 묵직하게 오르내렸다. ……자각몽이 만들어낸 형상이라기엔 너무나도 또렷했다. 이게 정말 꿈인지 의심하려던 찰나. “그럼 가져. 전부 줄 테니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말을 꺼낼 새도 없이 숨결을 전부 빼앗겼기 때문에. *** 후방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차에, 전방으로부터 소식이 들려왔다. 높으신 분의 아들이 우리 부대로 옮겨 온다고. 오른팔을 다친 데다 실어증까지 앓고 있다고. “……에스테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재회한 다음 날, 대령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지시가 내려왔다. “2인용 막사 줄 테니까, 24시간 딱 붙어서 밀착 관리해. 극단적인 생각 못 하시도록.” “예?” “잠도 같이 자라.” 아찔한 동거가 시작됐다.

내게 팔려 온 왕자님

“나를 전리품 취급하지 마십시오. 엄연한 그대의 남편입니다.” 패전국의 왕자는 볼모로 팔려 온 것치고 참 고고했다. 어차피 선전을 위한 정략혼. 사랑 없이도 원만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가 숨겨둔 애인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내 비밀 전당포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가발과 베일로 정체를 숨긴 내 앞에, 그는 반짝이는 것들을 우르르 쏟아냈다. 내가 준 결혼 패물이었다. 하, 이왕 이렇게 된 거, 낱낱이 밝혀주지. 맑고 청초한 얼굴, 그 뒤에 숨겨진 적나라한 민낯을. *** “부인께서 당신을 남자로 안 보고 있는 것 같은가요?” “어리고 순진한 소년 정도로 여길 거야. 본인은 나이 차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그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숨을 삼켰다. 아, 그러니까, 어리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성으로 의식을 안 한 건 아닌……. 왜 자꾸 귀밑이 홧홧하게 달아오를까. “아내가 나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자 부채감인 게 싫어.” 그가 혼잣말로 자조했다. “나도 사내야. 아내에게 몹시 끌려. 나조차도 버거울 만큼.”

함부로 동정하지 말 것

※ 본 작품은 <함부로 동정하지 말 것 [19세 완전판]>을 15세 이용가로 개정한 작품입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부왕은 제국에 무릎을 꿇으며, 맏딸인 나를 황궁에 볼모로 바쳤다.망나니 황자들의 노리개가 되지 않으려 숨죽여 지낸 세월이 벌써 5년.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던 어느 날.황자들이 장난 삼아 호수에 빠뜨린 한 남자를 구했다.나처럼 황궁에 볼모로 팔려 온 왕자일 게 뻔했다.동정심에 온몸을 던져 구해 주었더니, 돌아온 건 싸늘한 경멸뿐.“죽을 뻔한 건 너 아닌가? 수영도 더럽게 못하던데.”재수 없고 오만한 이 남자와 다신 엮이지 말자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땐 몰랐다.나처럼 볼모 신세인 줄 알았던 그 남자가, 이 제국의 유일한 적통 황자라는 사실을.……내 주제에 누굴 동정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