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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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비의 재혼에 관하여

“그대는 황자비이면서 어째 하나를 양보 못 하는 겁니까?” 제국의 황자비가 된 에실라 공주의 환상이 깨어지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새 보금자리였어야 할 황궁은 이미 황자의 정부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들의 손에 살해당한 후 또다시 주어진 삶, 에실라는 원수들을 향해 비소를 날렸다. ‘너희 사랑 영원하게 해 줄게. 지옥에서 서로를 할퀴면서.’ 복수의 맹세 속, 제국을 등지고 방랑하던 대공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카마온 에른스트. 그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음모는 위험한 남자의 주의를 끌어들이고야 만다. “나와 바람이나 피우죠.” “…….” “내 목숨이 당신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데, 그 정도는 허락해도 되지 않습니까?”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남자가 달콤한 상상 속에 위태로운 미소를 띠었다. ‘그 새끼, 내가 죽여주면 그녀는 어떤 얼굴을 할까.’

후회하는 폭군 남편이 찾아왔습니다

북부의 늑대, 폭군 칼드릭스 공작은 달아난 아내를 칠 년째 추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딴 숲에서 당한 낙마 사고. 그를 구해준 사람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내 ‘이엘라’였다. “그대는……!” “정신이 드셨어요? 이름은요?” 하지만 그녀는 기억상실증으로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가 뱉은 날 선 말, 모진 행동 모두. “그녀와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칼드릭스는 후회뿐인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그녀의 오두막에 머무르기로 하는데……. “다행히 정신이 들었으니까 치료비를 받을 수 있겠네.” “허튼짓 못하게 일단 좀 굶겨 볼까?” ‘남편에게 치료비를 받겠다니……. 이엘라가……, 나를 굶기겠다?’ 연약하고 청초했던 그녀는 기억뿐 아니라 성격도 리셋된 것 같다. 진짜 구르는 건 지금부터일지도 모르겠다.

공작 부인은 죽지 않았다

“그녀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신이라도 베겠어.” 살해당한 아내의 복수와 부활. 그에 대한 집착만으로 살아가는 칼리스번 공작. 어느 날 그의 앞에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여자 이사벨라가 나타난다. “이사벨라에게선, 어머니 같은 냄새가 나요.” 불쑥불쑥 죽은 아내와 같은 말을 뱉어 그를 극도로 예민하게 만드는 여자. 동시에 그의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를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여자. “각하를 그 지옥에서 꺼내드리고 싶어요.” 공작은 오랜 집착과 새로운 감정 사이에서 찢어지는 고통 속에 빠진다. 신은 그에게 어떤 형벌을 내린 걸까? *** 공작의 손끝은 그녀의 멍을 신중히 더듬었다. 마치 성냥을 긋듯, 손끝이 지나간 자리가 뜨거웠다. “이건, 이사벨라 로빈, 네 문제가 아니야. 너는 이미 세상에 내 여자로 알려졌어.” “…….” “그러니 너에게 손을 댄 건 내게 손을 댄 것과 같아.” 공작은 이사벨라 로빈이 싫었다. 지독히 싫어서 제 가슴을 뜯어 버리고 싶었다. 보드라운 살을 맞대고 숨을 불어넣었던 기억까지 모조리. “원하면, 성에 가서 뺨이라도 때려.” 그 정도는 해야 이 미칠 것 같은 분노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조그마한 여자가 뭐라고, 우습게도. ……아주 우습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