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희
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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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려 한 흑막의 사냥개를 길들이다

"나와 손 잡고 복수하고자 한다면, 넌 나를 황제로 만들어야 할 거다."  제국의 수치, 절름발이로 태어난 황녀 엘리제. 몰락한 폐후의 소생이었던 그녀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시집이나 잘 가면 다행이라고 떠들었다. 심지어 황태녀로 지목되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황태녀로 책봉된 황녀가 사망하거나 폐위되었을 때에는, 부마가 황위를 이어받아 황제로 즉위한다.' 이 불평등한 제국법 때문이었다. 엘리제는 결심했다. 제 황위를 가져갈 남편이 아니라, 제게 황위를 바칠 남편을 취하기로. ... "네 쓸모를 증명해 와. 나를 황제로 만들겠다면, 너를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복수심에 가득 찬 어린 짐승이 눈을 반짝였다. 이민족 소년은 그렇게 민족의 반역자가 되었다. 그 눈빛에서 엘리제는 발견했다. 반평생 유폐당했던 황녀의 삶을 끝내고, 황좌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자신의 모습을. 그래서 그를 거두었다.  자신을 황좌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려 했던 자들에게 철저히 복수하리라 다짐하며,  이 사냥개가 모든 이들을 무릎 꿇리고, 제게 황위를 바치게 하기 위해서. 십 년 후, 어린 짐승은 불세출의 영웅, 카시야 드 라 보나파르트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의 남편이 되기 위해. ... "이제 제게 당신을 주십시오" 그것은 부탁이나 애원이 아닌 명령이었다. 짐승은 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번뜩이는 안광에 담긴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맑고 선명했으나, 심히 뒤틀려 있었다.

남편의 원수를 내 미친개로 길들이려면

“그대의 죄는 존재 자체야, 황후. 천애 고아 출신이라 가진 게 없으면 여자로서 교태라도 잘 타고났어야지.”다 죽어 가던 남편의 철천지원수를 내 손으로 살렸다.다른 이유는 없었다.황제이자 남편이었던 그가 먼저 날 버렸기 때문이다.내 절친을 끼고돌던 그는 결국 내게서 황후라는 자리까지 빼앗아 그 애에게 선물했다.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비극의 결말은 바뀐 적이 없었다.“죽지 마.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이번 생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절망했던 어느 날.검은 복수귀가 거래를 청해 왔다.북부 노르덴 왕국에서 볼모로 온 버려진 1왕자, 지크프리트였다.“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황후. 그럼 소원대로 당신이 버리고 싶어 하는 그 삶, 내가 가져가 줄 테니까.”저를 칼처럼 쓰고 휘두르라며, 기꺼이 내 손에 자신을 쥐여 준 사내가 으르렁댔다.내 복수의 끝마저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유혹하면서.“나와 각인해. 당신을 뺏어 올 수 있게.”“그렇게 해 줄게.”그래서 결심했다.“어떻게 당신이 내가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뒤늦게 후회하는 남편에게도,“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우린 친구였잖아. 응?”이제 와 울고불고 비는 절친에게도,다시는 자비 같은 건 베풀지 않을 거라고.이 죄로 천만번을 다시 회귀하는 저주에 걸린다 해도,기꺼이 그 천만번을 돌아와 너희 심장에 칼을 꽂는 악녀가 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