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공녀, 위장 귀족, 젊은 과부, 사라진 약혼녀.수십 개의 이름을 가진 희대의 사기꾼이 바로 나다.그런 내가 딱 하나 후회하는 게 있다면…….“전 공작님을 속였어요. 어째서 절 도와주시죠?”“날 아빠라 불렀으니까.”내가 가짜 딸임을 알고도 묵인해 준 공작님을 기만하여 슬프게 한 일이다.그런데 다시 눈을 뜨니, 놀랍게도 공작님을 처음 봤던 그날로 회귀했다.‘공작님, 이번엔 빚을 갚을게요!’다시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겨, 이번이야말로 은혜를 갚으리!그렇게 마음의 빚을 모두 청산하면 홀연히 떠나려 했는데…….공작님이 어딘가 이상하다?“종신……?”“아, 아직 어려서 모르겠군. 종신은 평생, 죽을 때까지라는 뜻이다.”게다가 전생에 악연으로 얽혔던 황제의 미친개까지 내게 집착한다.“모습이 매번 바뀌는 여자가 꿈에 나와. 마치 사기꾼같이.”“사, 사, 사, 사기꾼?”“어. 내가 쫓아다녔어, 그 여자를. ……좋아했나?”바짓가랑이 붙잡는 아빠에,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한 과거의 천적에,파면 팔수록 신묘한 가문의 힘까지.기분 탓인가, 어째 과거보다 더 피곤한 삶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