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대신 남장을 한 채 적국의 황자님, 에스테반의 배동으로 보내진 솔타. 어느새 그를 마음에 품게 된 솔타는 감히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다. 그런데, “네가 여자인 걸 일찍 알았다면 진작 널 취했을 텐데. 이제 넌 내 것이다. 그게 싫다면 더 꼭꼭 숨겼어야지.” 15년 동안 혼자만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에스테반은 솔타를 향한 강한 소유욕을 드러낸다. 그와의 사랑을 꿈꾸어도 되는 걸까? 그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솔타는 과거로 돌아왔다. ‘가고 싶다. 베르티온으로. 에스테반, 그에게로.’ 솔타는 한 번 더 에스테반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베르티온으로 향하지만, “상황이 암담해서 정신을 놔 버린 건가, 아니면 상황 판단이 안 될 만큼 머리가 꽃밭인 건가? 버림받은 주제에 세상이 꽤나 아름다워 보이는가 봐?” 다시 만난 황자님은 기억 속의 듬직한 남자가 아닌, 지독한 사춘기를 앓는 애X끼가 되어있었다! * * * “에스테반, 뭐, 상상해선 안될 상대가 꿈에 나와서 실수라도 했냐? ” ‘망할, 쓸데없이 예리한 새끼.’ 오랜 짝사랑을 끝내러 온 직진녀와 지독한 입덕부정기를 겪는 직진남의 알콩달콩 로맨스판타지!
“윈터, 나 헤이든의 아이를 가졌어.” 그러니까 이혼해줘. 아이를 아버지 없이 키울 순 없잖아. 절친한 친구가 곧잘 짓던 사랑스러운 미소를 띤 채 내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 고백했다. “후작부인으로서 생각이 너무 짧군. 아이만 입양해서 키우도록 해." 그토록 다정했던 남편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내게 난생 처음 보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혼하려 발버둥 칠수록 결혼에 감춰졌던 비밀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진창과도 같은 상황 속, 모든 걸 포기하고 그저 눈을 감으려던 순간, "한심하게 굴지 말라고 했잖아." 나를 버리고 도망간, 나의 구원자가 다시 돌아왔다. "빌어봐, 윈터. 구원해달라고." * * * “남편의 귀책으로 이혼할 수 없다면, 아내에게 귀책사유를 만들면 될 일이지.” 커다란 손이 내 턱을 움켜쥐었다. 큰 키만큼 턱이 바짝 위로 당겨졌다. “어서 대답해. 윈터.” 이대로 고고한 후작부인으로 남을지, 아니면 그들과 똑같은 짐승이 될지 말이야. 욕망으로 한층 짙어진 보라색 눈동자가 형형한 빛을 발했다. 집요하리만치 밀어붙이는 움직임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구원해줘, 유진, 제발. 혀끝에서만 머물던 말이 너무나도 쉽게 튀어나갔다. 진창의 밑에는 또 다른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대공 부인으로 오해받아 납치당했다. 하필 이름도, 생김새도 같을 게 뭐람. “저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그쪽이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저는 진짜 그쪽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강렬하게 부정도 해보고, 도망도 쳐보고, 증거라도 찾아보려 잠입까지 해보지만. “저는 부인께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대공의 오해는 단단하기만 하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대공 부인을 연기해 내야 했다. 그런데 연기에 너무 몰입한 걸까. “무슨 소원 빌었어요?” “부인이…. 계속 제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그가 너무 다정한 탓인가. “대공께서 허락하는 동안은.” “…….” “여기서 머물게요.” 평민 고아 산골 소녀가 대공 부인을 향한 그의 애정을 제 것인 양 착각한 순간. "-사라지셨던 대공 부인을 찾았습니다." 가짜는 돌아갈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