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악녀에 빙의했다! 남주를 좋아해서 갖은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는 비운의 악녀 '브로디'에게로. 설상가상 남주를 돕기 위해 그의 적인 북부대공을 독살하려던 시점에 빙의하고 말았다. 원래대로라면 독살에 성공하지만....... ‘내가 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죽여야 해?’ 게다가 엑스트라에 불과한 북부대공이 너무나도 그녀의 취향이었다. 저렇게 멋있고 섹시한 남자가 하룻밤을 보낸 여자는 가차 없이 버리는 쓰레기란 말이야? 마땅히 그를 죽여야 할 이유가 없는 그녀로선, 독살 대신 안정제를 먹여 재우고 적진에서의 탈주를 시도하려 한다. 아니, 그런데 안정제를 먹은 사람이 잠은 안 들고...... 눈빛이 왜 그래? 갑작스럽게 다가서는 그와 예상치 못하게 길고도 짧은 밤을 보내게 된 브로디. “하룻밤을 보냈으면 책임을 져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대를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게.” 이후 그의 폭탄 발언이 이어지는데. 뭐라고? 밤을 같이 보냈으니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반드시 탈출에 성공해야만 하겠군.’
신탁이 내렸다. 반푼이 황족 ‘디나’를, 황제 ‘우웬’의 신부로 맞으라는 신탁이. ‘유피엘.’ 180년 전, 한 종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배신자. 천사 같은 얼굴을 한 학살자. “나를 용서하지 마. 차라리 평생 미워해.” 심장에 칼이 찔린 채 눈앞에서 죽은 걸 봤는데. 그 여자가 ‘디나’라는 이름을 하고, 다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폐, 폐하. 잘 부……탁, 드립, 니다.” 반푼이 같이 말을 더듬으며, 감히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 “나를, 사랑한 게 아니었어.” 디나는 절망했다.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스스로가 천박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빨리 선택했어야 했다. 견딜 수가 없어진 디나는 호수에 몸을 던진다. 우웬이 알고 뛰어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유피엘!” 그의 절박한 외침에 디나의 마음은 오히려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를 디나가 아닌, 유피엘로 봤구나. 디나의 우웬은 전부, 거짓이었구나. ‘이제 지쳤어. 미안해하기도. 원망을 하는 것도. 사랑……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디나는 절망과 함께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