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러렛은 비극적인 첫 번째 인생을 끝냈다. 남편이 선물한 독약을 먹고, 남편 내연녀의 비웃음을 들으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 세러렛은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유안 프렉튜스터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나 과거로 돌아왔나 봐.” 앳된 얼굴을 천천히 만져보며 중얼거리던 세러렛은 회귀하자마자 지난 생을 불행으로 물들인 유안과 마주한다. 세러렛은 분을 참지 못하고 유안에게 화병을 휘둘렀다. “죽어!” 화병이 깨지며, 유안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전생의 세러렛이 토해냈던 피와 같은 색이었다. *** 시리도록 푸른빛을 내는 눈에는 증오와 원망, 분노가 담겼다. 그 대상은 유안, 바로 자신이었고. 세러렛의 눈빛에 유안은 순간적으로 심장의 통증을 느꼈다. 이 눈빛, 마치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도망은 가지 못 할 거야. 네게 프렉튜스터의 이름이 부여된 순간, 넌 완벽히 내 거니까.” 세러렛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유안은 생각했다. 내가 너의 지옥이라면, 넌 영원히 그 지옥 속에 살게 될 거라고.
페트라 가문의 아름다운 외동딸, 아엘라. 대신관이자 호수 성의 하나뿐인 주인, 테르. 완벽히 행복한 평생을 꿈꿨던 두 사람의 결혼은 황태자 시무스와 영원한 친구인 줄 알았던 메디아의 손에 산산이 부서진다. 강제로 파혼한 것으로도 모자라, 얼굴에 지울 수 없는 화상 흉터를 가지게 된 아엘라. 그렇게 시작한 황태자와의 결혼 생활은 악몽보다 더 끔찍했고, 아엘라는 메디아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 화염이 아엘라를 감쌌다. 죽음의 불꽃 속에서 아엘라는 메디아를 바라보았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아엘라는 메디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자매와 같던 친구 메디아. 결국 우린 이렇게 됐구나. 이페 신이시여. 거기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제게 파멸의 불꽃을 허락하소서. 아엘라가 한쪽 입가를 올리며 메디아에게 속삭였다. “파멸이 되어 널 찾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