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대한 수절은 집어치워. 그 밤, 당신과 잔 건 나니까.” 가문이 엮은 계약 결혼이었지만 간절히 바라던 첫사랑과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과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낸 후, 긴 전쟁 끝에 돌아온 건 남편의 쌍둥이 형제 세자르뿐이었다. “그 혼인은 무효야.” “그게 무슨……?” “만약 아이가 필요한 거라면 그 결혼, 나와 다시 하면 되겠군.” 미망인으로 수절하려던 로엔에게 그가 위험한 제안을 한다. “나와 자, 로에넬린.” “미쳤어…….” “한 명이라도 아이가 생기면 그땐 네가 바라는 대로 탑에 처박아두든 뭐든 다 해줄 테니까.”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나랑 해, 그 짓.”
시스템이 나를 흑막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소꿉친구인 남자 주인공 대신.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날, 나는 소꿉친구인 키어런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찮아. 내가 왜?” 하지만 망해가는 세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나 하나에만 관심 집중. “오늘따라 좀… 너무 무모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네, 헬레니아.” “용기가 가상한 거야, 아니면 내가 눈 뒤집히는 꼴이 보고 싶은 거야?” 그렇다고 내게 설설 기냐고? 아니? 그냥 같이 멸망당해서 죽고 싶은 거 같던데? 주인공이 원작이랑 왜 이렇게 달라진 거야! 「제국 멸망의 흑막, 벨데르 공작을 찾아라. 」 설상가상으로 주인공 주제에 흑막이라는 소문까지 돈다. [ 긴급 퀘스트 : 주인공의 돌발 행동을 막아주세요. ] [ 퀘스트 실패 페널티 : GAME OVER ] 그런데 정말, 소문이 아니라 진실인 걸까? 안 돼, 난 얘가 세상을 구하는 꼴을 봐야겠어. “당해도 내가 당한 건데. 네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맞지 않겠어?” 설령 내가 대신 흑막으로 나서게 되더라도―! *** “단둘이, 방에 있는데.” 내 몸을 살짝 누르며, 키어런이 웃었다. “계속 긴장 안 하지, 너?” 가볍게 내리눌러오는 무게도, 가까워진 체온도 모조리 낯설었다. 오늘따라 그가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내가 긴장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억울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의식하고 있었는데. 아니, 솔직히 한 번도 그를 의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헬레니아.” “…….” “내가 남자로 안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