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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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말고 연애

“차지혁 씨, 돈 필요하죠?” 자신을 사업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조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계약 결혼을 결심한 서린. 어릴 적, 제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던 지혁을 찾아가 발칙한 ‘스폰’ 관계를 제안한다. 그렇게 시작된 둘만의 은밀한 공조 덕분에 지혁은 배우로서의 성공을, 서린은 조부에게서의 자유를 얻게 되지만 시간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 어느덧 계약 종료의 시점이 다가온다. 이유 모를 아쉬움과 쓸쓸함을 숨긴 채 이별을 기다리는 서린.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지혁은 그녀의 앞을 막아서고, “온서린 씨, 계약서 마지막 조항 기억합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들어준다고.” “…….” “그러니까 우리, 이혼 말고 연애하죠.” 서린이 계획한 이혼까지 거부하며 뜻밖에도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게 되는데…. * * * “흐읍.” 자제되지 않은 힘이 서린을 몰아붙였다. 동시에 누가 볼까 두려운 사람처럼 서린을 제 몸으로 가리고 들었다. 그로도 모자랐는지 지혁은 서린을 코트로 감추듯 감싸 안았다. 지혁은 바닥난 인내심에도 개의치 않았다. 이제,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단한 팔이 서린의 몸을 한 번 더 끌어당겼다. 다시 맞붙은 숨은 구름에 올라탄 것처럼 부드러워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아.” 그때였다. 코트 위가 아닌 블라우스의 얇은 천 바로 위로 허리춤을 감싸는 남자의 손이 선득하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온몸을 타고 전기가 통한 것 같은 기분이 서린의 정신을 깨웠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감지했다. 지혁이 아니라, 서린 자신에게서.

나만 만질 수 있는

당신을 구한 건 난데, 왜 당신 옆에 그 애가 있을까요? ‘본부장님 여자 친구도 산에서 만났다던데.’ 여자가 긴장으로 잔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진즉에 금이 가있던 유리잔은 여자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파열했다. “읏!” 남자의 눈앞에서 깨진 컵이 여자의 살을 베고 떨어졌다. “손바닥 펴요.” 여자의 손목이 잘려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경이 쓰인다. 그것도 꽤나. “기분 참 더럽네.” 꽃뱀, 스파이.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여자. 답 없는 여자에게 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