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고 싶으신데요?” “널 안을 거야.” 너무나도 직설적인 대답에 당황한 채연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싫으면 다시 숨어. 이번에는 찾지 않을 테니까.” 가구 하나 없이 새하얀 펜트하우스. 그곳에서 시작한 숨바꼭질은 남자의 승리로 끝났다. 게임의 규칙은 단 하나. 숨은 사람을 찾아낸 술래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 좁은 옷장 안에 숨었던 채연은 단번에 자신을 찾아낸 남자를 보았다. 깊은 눈매. 젖은 음성. 널 안을 거야, 라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다시 술래가 되겠다는 남자. 우연히 하룻밤을 보냈던 남자는 회사 대표였고, 아무리 도망쳐도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자신을 놓지 않았다. 이미 더 숨을 곳도 없는 공간. 다시 숨어야 할까? 그의 뜻대로 해야 할까? 국내 최고 그룹의 유일한 황태자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자의 숨바꼭질 같은 로맨스.
수현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적 물에 빠져 죽었던 그날, 자신을 다시 살려준… 은빛의 용을. 분명 신비하고 특별한 일이었으나 그 일은 수현에게 저주나 다름없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이형의 존재를 보게 되었으니까. 친구도, 가족도 수현의 곁에 남아 있지 못했다. 유일하게 그녀를 버리지 않았던 아버지마저 사채 빚에 쫓기게 되자 제일 먼저 그녀를 버린 상황. 반년만 숨어 있으라던 리조트에서 불안하게 지내며 더 이상 나빠질 건 없을 줄 알았는데…. “방금 당신도 봤어요? 그 용?” 은인이자 저주인 은빛 용을 다시 만난 수현. 그리고 그녀가 위험해질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태준. “이수현.”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나를… 알아요?” “여기서 나가. 지금 당장.” 수현은 몰랐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리조트가 실은 감옥이라는 것을. 위태롭지만 애틋한 눈으로 저를 보는 그가 누구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