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절대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결혼 전부터 못을 박은 그이기에 아이를 지킬 방법은 딱 하나, 이혼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뜨겁게 안는 주제에 절대 곁은 내주지 않는다. 저벅저벅 멀어지는 발소리에 몸을 옆으로 돌려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배 위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이 안에 자신과 그의 아이가 있었다. “네. 형수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다정한 목소리로 통화하는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지금 나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들려주지 않는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낯설었다. 할 일을 모두 마쳤으니 필요 없다는 듯 잠깐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냉정하게 밖으로 나가는 그를 보다가 피식 웃어 버렸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때문에 감정이 들쑥날쑥 한다더니, 사실인가 보다. 이깟 일에 울컥하는 걸 보니. 윤슬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아래에 선 윤슬의 입에서 기어코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이만을 낳기 위한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와 결혼 계약을 한 지 2년, “나도 피곤하니까 빨리 끝내자.” 마치 미뤄둔 숙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말투여서 쓴 물이 올라왔다. 귀찮다는 듯 일의 연장선처럼 얘기한다. 수치심에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은별이 다리에 힘을 뺐다. 서러움이 목구멍을 뚫고 나올 것 같아 이를 악물었다. 그저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가 보여 은별이 그 몰래 서글프게 웃었다. 어이없게도 사랑 없는 행위에 자신은 반응하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숙제가 끝났다는 듯 곧바로 일어나는 그가 보기 싫어 시트를 끌어올려 몸을 가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몸을 움직여 엎드렸다. 씻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자고 싶었다. “.....지친다.”
3년 만이었다. 공기 중에 눈이 얽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 하나를 치켜뜬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최대한 떨지 않으려고 했으나 모르겠다. 지금 자신이 떨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져서 혀끝을 깨물어 버텼다. “왜 이렇게 늦게 열어?” 짐 보따리 맡겨놓은 사람처럼 당당하게 구는 그를 천천히 눈에 담았다. 3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는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아니. 더 날카로워졌다. 칼날을 품은 듯 시린 눈빛을 보니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해야 한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뜬 보미가 조금 전보다 올곧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밖에서 얘기해요.” 일단 그를 집에 들이면 안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죽일 듯 노려 보고 있는 그를 모르는 척했다. 그의 한쪽 입꼬리가 느긋하게 올라갔다. 그것만으로 숨이 덜컥 막힌다. “내가 왜?” 역시 제멋대로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삐뚤게 기울어진다 싶더니. 일부러 조금만 열었던 현관문이 말릴 새도 없이 활짝 열렸다. “밖에서…….” “싫은데?” 밖에서 얘기하자는 자신의 말을 무시한 채로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그 앞을 막아섰다. 아이들을 지키고자 저도 모르게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 두려움에 잠식되어 고개가 아래로 힘없이 추락한다. 죄지은 게 있으니 그의 눈을 차마 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향했다. “흡!” “눈 피하지 마.” 우악스러운 손길로 턱을 들어 올린 그가 눈을 빤히 응시한다. “감히. 나를 만날 때 다른 새끼를 만났어?” 마치 목을 조를 것처럼 목을 움켜쥐고는, 화를 숨기지 못하고 잇새로 내뱉는 그 때문에 숨을 들이켰다. 그게 무슨……. “나로는 만족이 안 됐어? 그 새끼는 얼마나 만족스러웠길래 애를 둘이나 낳았을까?” 보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호텔 연회장에서 일하던 해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도 그럴 게 두 남녀가 비상문 앞에 엉켜있었다. 뭐가 급하다고 비상구에서 키스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인이라도 하듯 남자의 얼굴에 시선이 갔다. “...혁 씨….” 여자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놀란 게 아니었다. ...설마. 아닐 거야. 저도 모르게 한 계단 올랐다. !! 키스하던 남자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자신을 쳐다본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재혁. 분명 서재혁이었다. 해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두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혼한 전 남편을 이런 식으로 재회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키스하는 모습을 들켰는데, 아니. 2년 만에 만난 전 부인을 보는데도 놀란 기색조차 없는 그 때문에 기가 막혔다. ....박시은이 약혼한다는 사람이 서재혁이었어? 이혼 후 바로 외국으로 떠난 그의 소식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약혼한다는 소식이 처음으로 듣는 그의 소식이었다. *** 서재혁과 이상한 재회를 한 해은은 옥상 한가운데에 놓인 평상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지친 하루를 달래려 맥주 캔 뚜껑을 따던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사는 게 가능한 거야?” 해은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이 낯익은 목소리는....? “....어?” 두 눈 가득 남자의 모습이 차오른다. 저벅. 저벅. 초라하기 그지없는, 누추한 옥탑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 아까도 봤으면서?" !!!! “서재혁...?” 오만한 눈동자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자신을 천천히 훑어본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그였다.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이미 예전에 끝난 사이니까. “차 타고 왔는데?”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서재혁을, 이제는 약혼을 할 서재혁을 해은은 분명 밀어내려 했다. 그런데 해은은 그날 술김에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뱉어 버린다. “나랑 잘래요?” “뭐?” “나랑 자자고……. 흐읍!” 말을 끝내기도 전이었다. 목덜미를 낚아챈 그가 입술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부부는 같은 방에서 자는 거라며?”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한 그날, 자신이 했던 행동이 뒤늦게 기억났다. 그렇지만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 옷과 속옷을 벗고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는 사실만으로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인데. 연우가 뻔뻔하게 턱 끝을 치켜들었다. “…제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예요?” 끝까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모르는 척 연기하지 마.” 멈칫.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언가 알고 있는 걸까? “부, 부부가 같이 자는 건 당연한 거죠.” “그래?” “네.” 지지 않으려 주먹을 움켜쥐고 당당히 굴었다. 순식간이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거리가 확 가까워졌다. 바로 눈앞에 그의 얼굴이 있었다. 표정은 숨길 수 있었으나 눈의 떨림은 숨기지 못했다. 크게 일렁이는 눈동자를 보며 그의 한쪽 입꼬리가 나른하게 올라왔다. 이 와중에도 그는 잘 생겼다. 오만불손해 보이는 얼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불안이 증폭되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데 어깨가 잡혔다. 연우가 숨을 멈추었다. “부부가 같이 잔다는 건 잠이야? 아니면 다른 거야?”
“...아이. 못 지켜서 미안해요.”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떨어지는 물이 마치 눈물 같다. 그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렀다. “애야 다시 가지면 되는 거고.” “....그, 그렇죠.” 볼 안쪽 살을 세게 깨물었다. 당연히 위로는 없을 줄 알았다. 몸은 괜찮냐는 말 따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왜? 목울대가 뜨거워지는 거지? 그의 시선을 피해 머리카락을 귀에 꽂는데 그가 다가왔다. 순식간에 달라지는 분위기를 느끼고 그가 다가온 만큼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먼저 주무세요.”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을 돌리는데 손목이 잡혔다. “어디 가?” “아…. 물 좀…….” 생각을 꿰뚫을 듯 진득한 시선이 얼굴 위에 달라붙었다. 예진이 눈을 내려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 “누워.” “피곤하실…….” 그의 손바닥은 뜨거운데, 목소리는 시리도록 차가워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괜찮으니까 옷 벗고 누우라고.” “......” “하게 누우라고.” 물러날 생각이 없는 그를 느끼고 마른침을 삼켰다.
필요에 의해 태어난 은솔의 가치는 오빠가 완치되면서 끝이 났다.가치를 다 하자 사라지길 원하는 가족에게 지칠 대로 지친 은솔은 차라리 죽고 싶었다.구태준을 만나 죽여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연인 계약을 제안한다.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 아픔이 많은 남주와 여주가 만나 처음에는 가시를 내세워 찔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사실은 그 누구보다 사랑을 받길 원한 게 아닐까?누군가 구원해주지 않을까?구세주를 기다렸던 건 아닐까?그런 은솔 앞에 나타난, 구태준. 그는 구세주일까?아니면 모든 걸 망쳐버릴, 지옥에서 온 악마일까?
도망치듯 간 여행에서 원나잇 후 생긴 아이.아버지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맞서서 아이를 지켜냈다.그러나 아이 때문에 발목이 잡혀 여기저기 선 시장에 내던져지는 리아.모든 걸 포기하고 나간 선 자리에서 원나잇 했던 남자이자 아이 아빠와 만난다.햇살처럼 따뜻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역겹다는 듯 쳐다보는 남자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본문 중------찌를 듯한 시선이었다. 굉장히 위압적인.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입구에서 들어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리아가 큰 눈을 끔뻑끔뻑 떴다.믿을 수 없었다. 꿈을 꾸나 보다. 리아의 새까만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이곳에 있을 리 없는 남자가 두 눈에 가득 담겼다.그토록 그리웠던, 너무나 보고 싶었던.미치도록 사랑한,주한결이었다.아이의 아빠가 나타났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리아의 앞에 섰다.햇살처럼 따뜻했던 눈동자에 경멸을 가득 담은 채였다.
어릴 때 사고로 강희연으로 살고 있는 지안은, 3년째 희연의 오빠인 강단우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절대 품으면 안 될 사람을 가슴 깊이 품었다. 심장에는 그로 가득 차 있지만, 그가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기에 지안은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간다.봄이면, 강희연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했던 게 끝이 난다. 그때면, 그때가 되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기에 힘들어도 꾹 참고 살아가고 있었다.…그런데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그 봄에, 생각지도 못한 생명이 찾아왔다.------본문 中--------그가 거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이번에는 달랐다.일부러 망가뜨리기로 작정이라도 한 사람처럼.지안은 그저 숨을 쉬지 못하고 입만 벙긋댔다.애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오늘따라 서글픈 지안이었다.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이러지 않겠지.절대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하게 된다. 다정한 그의 모습은 어떨까? 평생 보지 못할 그 모습이 보고 싶어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이런 자신이 경멸스러워 지안이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머리 위로 낮은 음성이 쏟아졌다. 끔뻑끔뻑 눈을 뜬 하영이 팔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고 했다. 왜, 머리 위에서 그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 건지 모르겠다. 팔에 힘이 없어 계속 꺾였다. 엎어지고 엎어질 때마다 말캉한 것이 얼굴에 닿는다. “이게 진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따라와 주질 않았다. 눈만 살짝 들어 올려 잔뜩 화가 난 남자를 쳐다보았다. 고요한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말했지? 깔리는 건 취향 아니라고.” 남자가 어깨를 잡아 일으키는데, 고개를 숙인 하영이 살짝 드러난 살결에 작게 비명을 지르며 남자의 품에 안겼다. “흡!” 밀어내려는 남자의 목을 꼭 잡고 매달리자 남자의 가슴이 크게 들썩인다.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 같아서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마구 저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알아달라고. “입술을 아무리 비벼봐요. 내가 끌리나.” 이거, 옷 벗고 올라타는 게 취미 맞네. 치료해주러 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술이 문제였을까, 흉이라도 질까 싶어 잠시나마 품었던 연민이 문제였을까. 하영의 몸에 힘이 빠졌고 이내 눈이 스르륵 감겼다.
“마, 맞선 상대가 자, 잘못됐어요.” 채강헌 씨는 내가 아니라 동생 소희와 선을 봐야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만 보는 남자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 그리고…. 저, 저는 말도 제, 제대로 못…. 하고 발도…….” 발도 절뚝인다고 얘기하려고 했다 “하자가 있다고 얘기하는 건가?” ‘하자’라는 말에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모든 걸 알았으니 남자는 경멸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볼 거였다. “상관없어요. 나도 하자 많은 새끼니까.” 내리깔고 있던 눈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분명,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남자는 상관없다는 듯 굴고 있었다. *** “진짜 목줄을 채워 버릴까?” 손을 뻗어 목을 감싸 쥐는 행동에도 꿈쩍도 못 하고 굳어 버렸다. 그가 손에 조금만 힘을 줘도 톡, 부러질 것만 같아서. 눈만 떨어 대고 있었다. 목을 잡고 있던 손이 올라오더니 턱 끝을 붙잡는다. 뒷덜미를 낚아챈 그가 앞으로 힘주어 당겼다. “재이야. 집에 가야지.” 조금만 움직이면, 그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그러나 발에 힘을 주고 서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강헌 씨한테…. 흠집만 낼 거예요. “울어도 소용없다니까.”
송정 식품 막내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건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워낙 몸이 약해, 학교도 다니지 못해서 검정고시를 봤고, 외출도 거의 하질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한 가지 있었다. 송정 식품 막내딸, 송해봄은 사실 입양되었다. 쥐 죽은 듯이, 있어도 없는 듯이 살던, 외롭고도 삭막하기만 한 자신의 인생에. “보조개는 신이 인간을 만든 후 너무 예뻐서 다시 만진 흔적이라던데.” “…….” “그쪽은 신이 참 예뻐했나 봅니다.” 언니와 결혼할 남자, 강이한이 불쑥 들어와 버렸다. “1년만 결혼 생활을 하면 강한 전자는 내 것이 돼요.” 참 이상하지. 절대 닿지 못하는, 거리조차 짐작할 수 없는 멀고 먼 달과 같은 남자가 왜 자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 걸까. “그러니까 나랑 결혼하는 거 긍정적으로 생각해 줘요.” 그는 참 올곧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랑은 더욱 안 되는 것 아닌가. 거짓말투성이인 자신과 결혼이라니. 말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정말 나랑 결혼 안 할 겁니까?” 안 되는데, 자꾸만 욕심이 난다. 현실도 잊고 자꾸만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와 함께하는 일상이 즐거웠다. “……싶어요.” “…….” “……하고 싶어요. 강이한 씨랑 결혼.” 태어나 처음으로 원하는 것을, 입 밖으로 냈다. 설령 1년짜리 구원이라도 좋으니, 그가 주는 봄을 누리고 싶어서.
기억을 잃은 남자, 백강우.사고로 기억을 잃었다. 상관없었다.일과 사랑 모두 자신이 계획한 대로 잘 흘러갔으니까.아니, 그렇게 믿었다.무언가가 허전하다는 가슴을 무시했다. 뭐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그러다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제 밑에서 일하는, 한낱 비서가.기억에서 지워진 여자, 신수인.사고로 의식을 잃은 그였지만,선물이 남겨졌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그러나 선물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그도 잃었다.기억까지 잃었다는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였다.복수를 위해 그의 곁을 맴돈다.그런데, 남자의 눈빛이 이상하다.기억도 잃었다면서 자신을... 자꾸 이상한 눈으로 본다. 착각인가?***“원래 이런 식으로 남자 꼬십니까?”“…네?”감았던 눈을 뜨니, 그가 손끝을 비비고 있었다. 어쩐지 그의 눈빛이 지금과는 달라 보여서 마른침을 삼키는데 목구멍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잔뜩 젖어서는. 그런 눈으로 나를 보잖아.”수인의 눈이 커졌다. 지금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었다.“뭐, 한번 하고 싶어요?”주먹을 쥔 수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하긴. 내가 좀 끌리는 얼굴이긴 해.”[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기억을 잃은 남자, 백강우.사고로 기억을 잃었다. 상관없었다.일과 사랑 모두 자신이 계획한 대로 잘 흘러갔으니까.아니, 그렇게 믿었다.무언가가 허전하다는 가슴을 무시했다. 뭐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그러다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제 밑에서 일하는, 한낱 비서가.기억에서 지워진 여자, 신수인.사고로 의식을 잃은 그였지만,선물이 남겨졌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그러나 선물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그도 잃었다.기억까지 잃었다는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였다.복수를 위해 그의 곁을 맴돈다.그런데, 남자의 눈빛이 이상하다.기억도 잃었다면서 자신을... 자꾸 이상한 눈으로 본다. 착각인가?***“원래 이런 식으로 남자 꼬십니까?”“…네?”감았던 눈을 뜨니, 그가 손끝을 비비고 있었다. 어쩐지 그의 눈빛이 지금과는 달라 보여서 마른침을 삼키는데 목구멍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잔뜩 젖어서는. 그런 눈으로 나를 보잖아.”수인의 눈이 커졌다. 지금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었다.“뭐, 한번 하고 싶어요?”주먹을 쥔 수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하긴. 내가 좀 끌리는 얼굴이긴 해.”
그저 몸만 섞는 사이일 뿐이었다. 서로의 욕망만 분출하는 관계였는데, 그는 어째서 나를 구하려 뛰어들었을까. “도준 씨…. 대체 왜… 그러셨어요.” 다치게 놔두지. 차라리 내가 다쳤더라면…. “제가 왜 여기 누워 있습니까?” 그랬다면 그가 기억을 잃을 일도 없었을 텐데. “넌 왜 그런 표정이지? 당장 울 것 같은 얼굴이잖아.” “…….” “마치 네가 날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져.” “사실….” 왜, 지금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본능적으로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귀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거짓말이 들킬까 봐 겁에 질렸지만, 걸리면 모두 끝이기에 두려웠지만. 거짓이라도 좋으니, 그의 곁을, 그의 온기를 얻고 싶었다. 짝사랑이 이렇게 지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