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김주원
평균평점
남편 상실

“……저, 임신했어요.” “지워.” 그 하룻밤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의심받는 부하직원과 의심하는 상사. 당시 이슬은 절박했고, 태하는 그저 무심했다. 임신했다는 말에 돌아온 건 싸늘한 대답뿐. 이에, 이슬은 태하의 곁을 떠난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이슬은 소중한 제 아이, 바다 그리고 여동생과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오랜만이군.” “……우리가, 인사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살갑게 인사하진 않더라도, 아는 척은 할 수 있는 사이지 않나?” 왜 이제야. 아니, 어째서 그가 자신을 찾아온 걸까. “아이를 어떻게 했지?” 그 순간, 이슬은 태하가 쏟아 내는 하얀 입김에 사로잡혔다. 마치,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DMZ

<추천평> 사이버 안보는 과거에 상상하기 힘들던 새로운 안보의 영역입니다. [DMZ: 남과 북, 그 어느 곳의 영토도 아닌 땅]은 전편에 이어 사이버 테러의 현실적 위험과 정보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예리하고도 실감나게 엮어낸 소설입니다. 국가 안보를 진정 생각하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 서주석 / 전 청와대 안보수석 한국전쟁과 휴전을 이유로 각각 미국과 에티오피아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산 두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울린다. 분단의 상징이자 곧 모든 것을 유보한 공간 비무장 지대(DMZ). 이 안의 대성동 마을에서 두 사람이 재회하는 과정을 통해 화해의 상징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재회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 사이버 전쟁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깊숙이 우리 일상에 사이버 보안 이슈가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조재현 / 배우, 성신여대 교수 6.25 전쟁이 휴전으로 끝나던 그 날, 비무장 지대 내의 유일한 민간인 지역으로 설정된 대성동 마을에서 두 젊은이가 각각 미국과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이역만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들은 60년 뒤 대성동 마을에서 다시 만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 때문에 남북한의 사이버 전쟁에 휘말린다. 미국 전쟁 소설계를 대표하는 톰 클랜시가 쓴 테크노스릴러물들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사이버 전쟁 과정은, 재미는 물론 사이버 범죄나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까지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스테가노그래피

<스테가노그래피>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는 전달하려는 기밀 정보를 이미지 파일이나 MP3 파일 등에 암호화해 숨기는 심층암호 기술로 최근 드라마에서 등장해 화제가 된 용어다. 사이버안보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의 근현대사와 백범 김구, 그리고 요즘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IT기술 등을 버무려 일상 속에 도사리는 위험에 관한 작품을 내놓았다. 과거 대한독립을 꿈꾸었던 조선 말기 대한제국 황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현재 만연해 있는 한국의 안보불감증의 현실을 까발리면서 역사적, 사회적 문제의식과 함께 깊은 공감을 남긴다.

불순한 본능

“너희는 친구끼리 잠을 자니? 애까지 만들고?” “그러게 왜 외롭게 했니? 우리 임신에 이령이 네 책임도 있어.” 최악의 방식으로 이별을 당한 채이령. 절대 비참하지 않다고, 먼저 이별 통보를 할 걸 후회하며 당당하게 돌아섰는데. “채이령 씨? 여기서 뭐 하고 있습니까?” “……상무님?” 회사 상사, 서이준과 마주치고 말았다. “채이령 씨가 곤란한 표정 짓길래 도운 것뿐입니다. 답이 됐습니까?” “울고 싶다고 말하지 그랬나. 그랬다면 이령 씨를 혼자 두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추한 모습을 이준에게 보여 이령은 민망하기만 한데, 그는 차가움과 다정함을 오가며 이령에게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이준의 태도에 이령은 착각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이 시간부터 채이령 씨를 작정하고 꼬실 생각입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연애합시다.” “연, 연애라니요! 지금 무슨 말씀을…….” “연애가 곤란하면 바로 결혼해도 좋습니다.” 무감한 표정으로 연애하자는 이 남자, 진짜 미친놈이다.

남편의 덫

“일 년만 부부로 삽시다.”   저도 필요하고 아버지도 꼭 필요한 상대. 주원에게 유정은 그런 사람이었다. “장난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내가 필요해서 그래요.” 가진 것도 뒷배도 없는 평범한 여자. 그런 여자가 <더원>의 차기 안주인이 됐을 때 임원들이 어떤 표정을 그릴지 상상되지 않았다. “개새끼를 잊게 해주겠다는 말, 꼭 지키죠. 그러니 일 년만 부부로 지냅시다.” 최악의 방법으로 이별을 당해, 연민에 빠진 불쌍한 여자를 흔드는 것쯤은 쉬웠다. 작은 틈을 계속 건들고 파고들면 되니까. “그동안 누려보지 못한 것들, 더원의 며느리가 되어준다면 평생 누리게 해주죠.” 마침 달아날 곳이 필요했던 유정에게는 이 제안이 달콤한 유혹으로 들리는데.

버린 남편을 주웠다

도윤은 좁은 틈을 넓게 헤치고 함부로 범했다. “감당해.” 섬뜩한 조소를 머금은 그가 여린 감각을 긁으며 그녀를 자극했다. “유리안. 당신 의무야.” 그녀를 취할 목적에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다. “피하지 말고 감당해.” 쌀쌀맞은 도윤의 음성에 리안은 마음이 무너졌고 얼굴을 구기고 말았다. “도윤, 씨…….” 그가 무참히 비집고 들어와 부어버린 입술이 힘없이 움직였다. 3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는 오늘밖에 없었다. “이혼해요, 우리.” 리안의 통보에 순간 도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무언가 못마땅하면서도 불쾌하다는 듯이, 싸늘했다. 곁을 주지 않겠다는 듯한 표정은 지난 3년이 흘러도 적응되지 않았다. “그만 내 인생에서 나가 줘요.” 리안은 미련한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함부로 재회

“내 옆에 있어.” 2년 전 헤어진 전남편이 나타났다. 눈에 띄지 말라고 협박해도 전남편은 합치자고 제의했다. 부모님의 빚과 죽음에 배후가 있다며 해봄을 흔들었다. “기윤오 씨.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예요.” “부부도 아닌데, 이왕이면 전처럼 오빠라고 해줘.” “오, 빠?” 그녀가 스물이고 그가 스물셋일 때 처음 만났다. 풋풋했던 그때는 윤오를 당연하게도 오빠라 불렀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였다. “미쳤어요?” “미쳤으니 나해봄을 찾아왔지.” 2년 만에 재회한 윤오는 당당했다. 함부로 나해봄의 영역에 침범한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