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모든 유산이 계모에게 상속됐다. 연서가 받은 특허권은, 아버지의 손때 묻은 유일한 유품과도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와 강재하 전무님이 결혼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계모는 그것마저도 빼앗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어, 연서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특허권을 지키고자 했다. 재하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다 답했다. “그 결혼, 해 드리죠.” “정말 감사…….” “단, 내가 하잔 대로 뭐든 한다는 조건.” 간절한 연서의 표정을 보며 재하가 픽 웃었다. “나랑 잘 수 있어요?” 연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재하의 숨결이 성큼 가까워졌다. “여기서 바로 시작해도 상관없어요?”
“대답 안 해 주면 밤새도록 안 놔줄 거야.” 태강의 뜨거운 눈빛에는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나랑 헤어질 생각 같은 거 절대 하지 않겠다고 어서 말해.” 그와의 키스는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는 신호탄과 같았다. 턱이 얼얼할 정도로 진한 키스를 반복하다 잠깐 놓아주었을 때, 다연은 겨우 숨을 터뜨렸다. 태강은 다연을 몰아붙이는 방법을 지나칠 정도로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애처롭게 떨리며 태강에게 향했다. “이 아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좋아. 내 아이지만 상관없다고 쳐.” “이 아이, 나 혼자 키울 거예요.” 태강의 눈에 한층 더 짙어진 집착이 어렸다.
“해인 씨와 결혼하고 싶단 말을 하러 왔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결혼을 제의한 사람답지 않게, 남자의 얼굴은 흠결 없이 아름답고 고상했다. 해인의 아버지 민 대표는 돈 없다고 앓는 소리를 내며 호시탐탐 자신의 부인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을 궁리만 하는 중이었다. 그런 해인에게, 모든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우진의 조건은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그와의 결혼 생활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당신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불길한 예감에 해인이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병원에 갔잖아.” 내내 느른함으로 물들었던 우진의 눈빛이 일순 소름 끼치게 번뜩였다. “말해 봐.”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왜 숨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