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해요." 그야말로 필요조건이 완벽히 부합한 결혼 거래였다. 그와 자신의 사이는. "이유가 뭐지?"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딱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를 향해 품어온 마음.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거라고 여겼지만, 그것은 거센 풍랑이 되어 은우의 심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알아듣게 설명해." "우리가 약속했던 3년은 지났어요. 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젠 당신이 지킬 차례예요." 형식적인 결혼에서도 최선을 다했으나, 돌아온 것은 다른 여자의 침대에서 곤히 잠든 그의 모습뿐이었다. "이혼 계약서예요. 검토하고 연락 줘요." 혼자 시작한 사랑을 끝내 제 손으로 접어야 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