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미쳐 있었어. 소원이 너한테.” 7년 만에 다시 찾았다. 내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자살해 버려서 복수도 못하게 만든 사람. 그 사람의 딸이라도 찾아서 복수하려고 허비한 시간이 7년. 그런데. 넌 어떻게 예전 그대로의 모습일까. 복수를 해야 하는데, 그녀를 잔인하게 망가뜨려야 하는데, 자꾸만 18살의 유소원이 떠올라 서준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잊었어? 너희가 온 세상에 떠들던 그 살인자 딸이 나야.” “너, 유지훈 씨 딸인 거 잘 알아.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그렇다고 내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니더라. 고등학교 3년 동안 많이 좋아했어. 물론 지금도.” “미쳤어, 너?” “50일만 만나자.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만.” 거짓이 진심이 되는 기간. 50일.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까.
모든 건 제 탓이었다. 5년 전 사고만 아니었다면, 그럼 전부 제자리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화민은 제 곁을 떠났다. 살아야만 했다. 따라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심장을 옥죄는 이 깊은 죄책감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당신에게 미안한 건 별개였다. 아니, 그 제안을 할 때…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 없었다. 그저 서로의 목적에 합치하는 일이라 생각했을 뿐. 그런데 그가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괴로웠다. 후회가 된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은 또 어떻게 해야 하며… 우리 계약의 종막은 무엇이 될까. 과연, 사랑인 걸까. *** “경고했지, 미친개한테 물리면 답도 없다고.” “태하 씨….” “이제 어떻게 할까.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연서야.” 경멸스럽다는 듯 그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자,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놀란 연서가 어깨를 떨었다. “네 입으로 직접 말해.” 그가 재우쳐 물었다. 하나 연서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세게 짓씹기만 했다. “어떻게 할까? 죽여줄까? 내가, 널 죽이길 바라?” 잠시라도 믿었던 내가 등신이었다. 말갛고 깨끗하던 그 웃음조차, 전부 만들어낸 가식임에도 나는 사랑일까, 짐짓 기대를 했다. 결국엔 거짓이지만. 후회한다. 증오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하기에 끝내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요. 차라리 날 죽여요, 그럴 수 있다면… 죽여줘요.” 너는 끝까지 이런 식이지. “누구 좋아하라고 내가 널 죽여, 연서야.” 비틀린 비소 위, 흘러넘치는 분노가 서늘하게 꽂혔다. 그와 동시에 거리를 좁힌 태하는 그녀를 벽으로 몰아세운 후 입술을 집어삼켰다. 너의 전부를 샅샅이 가질 것이다. 그 누구도 탐하지 못하도록, 그 누구도 이연서를 욕심내지 못하도록. 그렇게 거짓이었던 네 마음도 모두 가질 것이다.
신화 그룹 입사식 날, 서우는 혼란에 빠진다. 2년 전 여행길에서 만나 서로를 열렬히 탐닉했던 이헌을 상사로 마주한 것. “나한테 왜 자꾸 아는 척해요?” “일부러 다시 나타난 거야?” 내심 그에게 끌리는 자신이 당혹스럽기만 한 서우는 결혼을 전제하에 만나는 이가 있음을 밝히고 이헌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그런 와중 믿었던 연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외려 도를 지나친 집착에 시달리게 되는데…. 서우는 복수를 다짐하며 이헌에게 연인 행세를 부탁한다. 이헌이 내건 대가는 그와 만나는 것. ‘너. 정확히 말하면 네 몸.’ 그가 흥미를 가지는 건 자신의 몸뿐인 듯한데. 밀어 내도 자꾸만 다가오는 이 남자를 믿고 싶어진다.
“거슬리네.”민하는 자신의 엄마일지도 모르는 혜란의 입주 비서가 되어 그녀의 곁을 맴돌던 중혜란의 아들인 태겸과 사사건건 부딪히고,결국 그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뭐든 하겠다는 말. 무슨 의미인지 알고 하는 겁니까?”“네. 저는 절대 그만둘 생각 없습니다.”“그래요, 그럼. 대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민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혜란의 곁에 남으려 그에게 매달린다.“내일, 자정 전에 내 방으로 오세요.”태겸의 검고 깊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어느 날 민하는 혜란이 자신의 혈육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고.그녀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혜란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한다.“오늘…. 저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김혜란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몸이라도 내던질 것이다.만일 그것이 자신을, 남자를 망가뜨리는 일이라 할지라도.“후회 안 할 자신은 있고?”후회하겠지. 오늘 밤 당신에게 안기고 나면, 내 가슴은 분명히 조각날 거야.하지만 상관없어. 그게 내 목적이니까.“후회할 거였다면… 애초에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을 거예요.”“겁도 없이.”몸을 밀착한 태겸이 테이블 위로 민하를 앉히며 빠르게 입술을 삼켰다.
그래선 안됐다.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그를 마음에 품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결국 이러한 결말이 올 줄 알았으면서도. 그럼에도 해원은 그를 품었고, 홀로 짝사랑을 이어갔다. 6개월 동안.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노름꾼 아버지를 대신해 이런 짓까지 마다치 않는 걸 보니 대단한 효녀던데.” “…….” “그래서 유비서가 꽤 궁금해지더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얼마나 개처럼 복종할 수 있는지 말이야.” “…….” “큰 기대를 걸었어.” 결국 비참함뿐이 남지 않았는가. 그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의 욕정을 해소해 주기 위한 장난감이 되고 만 처지를 생각하니, 해원은 돌연 가슴이 저리고 속이 쓰렸다.